[기고]유럽연합의 디지털 싱글마켓이 가시화되고 있다.

임영철 KISA 전자문서확산팀 연구위원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는 유럽연합 네트워크 정보시스템기구(ENISA)가 주최한 트러스트 서비스 포럼이 개최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전자신원확인, 전자서명, 전자등기배달서비스에 대한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 업데이트를 발표했고, 이 포럼에는 다양한 기업·기관이 참석해 유럽연합이 그간 추진해온 국가 간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와 관련된 프레임워크, 구현 사례, 촉진 전략 등을 논의했다.

유럽연합은 2015년 디지털 싱글마켓 전략을 발표한 이후, 이행 계획에 맞춰 디지털 시대로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 지난해 10월 단일 디지털 게이트웨이 규정을 발표, 이와 관련된 유럽연합 전자포털 '유어 유럽(your europe)'을 구축했다. 다만 실질적인 서비스는 아직 제공되지는 않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 말부터 회원 국가 간 일부 서비스가 개시되고, 2023년 말까지는 21개 중요한 행정 절차 목록이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가에 온라인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해당 단일 디지털 게이트웨이 규정과 유어 유럽 포털은 2015년에 발표된 디지털 싱글마켓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책이다. 디지털 싱글마켓 전략은 회원국가들 간의 디지털 경제활동의 장벽을 제거하고 통일된 디지털 규범과 발전전략을 채택함으로써, 단순히 회원 국가 간 전자상거래 공동 시장 구축을 넘어 디지털 기반 단일 경제 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현재 28개 회원국가로 구성되어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경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회원 국가들 간에는 국경에 대한 제한 없이 자유로이 왕래하면서 관광이나 쇼핑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전환될 경우에는 여러 가지 장애에 부딪힌다. 이는 회원 국가별로 서로 다른 전자신원확인, 전자서명, 데이터 이동 등에 대한 규제와 기술, 표준 등을 가지고 있어 디지털 기반의 국가 간 연결 인프라가 미흡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그간의 디지털 서비스 대부분은 국가 단위의 법제도, 기술 등을 기반으로 구축·운영됐고, 유럽연합 회원국가들 역시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국내만 하더라도 공인인증서가 국내에서만 법적 효력이 인정되고 기술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 뿐이지, 일본이나 중국 등 타 국가에서는 전자신원확인이나 전자서명 수단으로는 활용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디지털 싱글마켓 구축이라는 아젠다를 실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국가 간 디지털 연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은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으며, 그중 대표적인 것이 2014년에 발표된 전자신원확인 및 인증서비스 규정(eIDAS)과 2013년에 발표된 유럽 연결(CEF)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eIDAS 규정은 회원국가 간에 상호 호환될 수 있는 전자신원확인(eID)체계와 전자서명, 전자등기배달서비스, 타임스탬프 등 인증서비스에 대한 체계와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규정으로, 모든 회원국가들이 공통으로 준수해야 하는 강제력을 가진다. 규정 내 인증서비스는 2016년, 전자신원확인 체계는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현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eIDAS 규정에 근거해 198개의 인증서비스 기관에 신뢰마크를 부여했으며, 독일 등 11개 국가가 전자신원확인(eID) 체계를 통지한 상태다.

CEF 프로젝트는 유럽 회원국가 간 물류, 텔레콤, 에너지 분야의 인프라를 상호 연결하는 것으로 내년까지 약 330억 유로를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텔레콤 분야에는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DSI) 구축이 포함돼 있는 데 전자신원확인, 전자서명, 전자등기배달서비스, 전자송장, e헬스, 문화유산 디지털화, 기업등록정보공유 등 현재 20개의 디지털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eIDAS규정의 서비스 구현과 CEF 프로젝트는 진행 중인 상태다. eIDAS규정은 이미 시행되긴 했지만, 전자신원확인체계의 경우 11개 국가만 통지하는 등 아직 국가 간 상호 인정된 사례가 많지 않으며, CEF 프로젝트도 20개의 서비스 인프라 별로 구축 단계나 서비스 활용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유럽연합은 디지털 싱글마켓이라는 새로운 길을 한걸음씩 내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자송장 프로젝트나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 등과 같은 글로벌 모범 사례들이 구현됐다. 결국에는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보다 강고한 경제 공동체가 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을 통해 PC,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 등 각종 디지털 플랫폼을 글로벌하게 선점했다. 또 유럽연합은 디지털 싱글마켓이라는 국가 간 디지털 연결 플랫폼을 모색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전자정부, e비즈니스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지만 국내에 한정돼 있으며, 디지털 플랫폼은 전반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디지털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고, 이에 대한 파급효과는 글로벌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타 국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로 진입한 것.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글로벌하게 상호 인정될 수 있도록 제도나 기술, 표준 등을 개방적인 디지털 인프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유럽연합을 벤치마킹해 아시아 지역도 국가 간 디지털 공동체가 공론화될 때가 올 것이다. 이때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임영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전자문서확산팀 연구위원

임영철 KISA 연구위원

◆임영철 KISA 전자문서확산팀 연구위원은 2016년 5월부터 ISO TC154(전자상거래) 국내위원회 위원을, 2017년 6월부터 ISO TC171(문서관리) 국내위원회 위원을, 2016년 5월부터 ISO TC46/SC11(기록관리) 국내위원회 위원으로 지내고 있다. 2007년 5월~2008년 6월 한국전자거래진흥원 표준진흥실 실장을 2008년 7월~2009년 8월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전략기획팀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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