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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폐플라스틱에 죽어가는 고래, 업사이클링으로 숨 불어넣다


민간·공공·사회적기업·국제기구의 고래 살리기 프로젝트…해외서도 관심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이 쓰다 버린 플라스틱 탓에 고래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속도라면 2050년에는 바닷속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겁니다."

고래 배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바다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민간과 공공, 사회적기업, 국제기구가 손을 잡았다.

지난 27일 울산 남구에 위치한 울산항만공사에서 사회적 기업 우시산 변의현 대표를 처음 본 표정에서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지난 4월 '해양 플라스틱 저감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 모습. 왼쪽부터 고상환 울산항만공사 사장, 변의현 우시산 대표, 박희철 유엔환경계획 이사, 백부기 SK에너지 CLX대외협력실장 [사진=SK]
지난 4월 '해양 플라스틱 저감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 모습. 왼쪽부터 고상환 울산항만공사 사장, 변의현 우시산 대표, 박희철 유엔환경계획 이사, 백부기 SK에너지 CLX대외협력실장 [사진=SK]

그동안 인류에게 편리함을 주던 플라스틱이 바다와 고래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올해만 필리핀 해안에서 비닐봉지 40㎏을 삼킨 아기고래 사체가, 이탈리아에선 폐플라스틱 22㎏을 먹고 죽은 향유고래가 각각 발견됐다.

울산항만공사, 울산지방해양수산청, 우시산, SK에너지, UN환경계획 한국협회 등은 선박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자는 'Save the Ocean, Save the Whales(바다를 살리고, 고래를 구하자)'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이를 위한 '해양 플라스틱 저감 및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먼저 울산항만공사는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울산항에서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있다. 공사는 선사 대상으로 생수PET 분리 배출 협조요청을 구하고 꾸준히 교육을 진행해왔다. 지역 대학생도 플라스틱 배출 편리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이 일에 적극 동참했다.

폐플라스틱에서 우시산의 업사이클링을 거쳐 재탄생한 고래인형 [사진=이영웅기자]
폐플라스틱에서 우시산의 업사이클링을 거쳐 재탄생한 고래인형 [사진=이영웅기자]

우시산은 이같은 폐플라스틱을 솜과 원단으로 업사이클링해 이를 활용해 고래인형, 에코백, 파우치, 티셔츠, 트레이닝복 등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경력단절여성과 어르신들이 주로 만든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SK에너지는 사업 홍보 및 지원업무를, UN환경계획은 국내외 사례 전파에 나섰다.

통상 업사이클링 사업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폐플라스틱을 원재료로 상품을 만들다보니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우시산 상품들이 일반 상품과 비교해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SK에너지의 홍보와 공사의 지원, 고래를 살려야 한다는 '착한 소비자' 덕분에 오히려 품귀현상이 종종 벌어진다.

변의현 대표는 "울산지역 내 지자체들도 우시산에서 생산한 제품을 적극 구매하며 해양환경 보호와 사회적기업의 육성에 동참하고 있다"며 "최근 3명을 추가 채용했고 제품매출액은 전년 대비 34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울산광역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 개최된 '제24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좌측 세번째), 변의현 우시산 대표(좌측 두번째) 모습 [사진=SK]
지난 5월 울산광역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 개최된 '제24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좌측 세번째), 변의현 우시산 대표(좌측 두번째) 모습 [사진=SK]

이들의 활동으로 폐플라스틱 1톤당 37만원의 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또 환경적으로는 바다에 버려질 뻔한 7만9천650여개의 페트병을 업사이클링해 이산화탄소 발생량 4.38t을 저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해양환경 보호·사회적기업 성장·일자리 창출 등 일거양득 효과다.

이렇게 민관이 협력한 사례는 국내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해외의 다양한 컨퍼런스에서 친환경 우수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올해 10월에는 싱가포르 항만청 관계자를 대상으로 울산항만공사와 우시산의 '울산항 해양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변의현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헤어질 때도 작별인사 대신 바다와 고래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텀블러를 사용해달라는 약속을 기어코 받아냈다. 그는 "바다의 고래를 살리고 깨끗한 자연을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고 말했다.

울산=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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