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홍콩 시위는 중국 앞날의 시험대

‘일국양제’는 껍데기만 남고, 인권·언론 탄압 등 갈수록 숨통 조여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앞두고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는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대처 총리는 예정대로 홍콩을 반환하는 것은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자 덩샤오핑은 불같이 화를 내며 이유를 물었다. 대처 총리는 사회주의 체제가 되면 홍콩에 잠겨있는 영국의 재산이 극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덩샤오핑은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말로 대처를 설득했다. 주권은 중국이 가져가되 체제는 그대로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영국 재산의 보존을 약속 받은 대처는 예정대로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고, 이 때 덩샤오핑이 약속한 ‘일국양제’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민들의 가두 투쟁은 반 년을 넘기면서 홍콩의 자유를 외치는 시위의 성격을 띠어가고 있다. [SCMP]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라는 약속은 껍데기만 남겨놓고 홍콩의 속살은 빨갛게 물들여 가고 있었다. 지난 4월 범죄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을 홍콩 정부가 추진하자 터져 나온 홍콩의 시위 사태는 단순히 송환법 반대라는 표면적 이유보다는 더 깊은 원인이 있다.

홍콩 주민들은 영국 조차지 시절에 누릴 수 있었던 자유와 인권 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중국 공산당 정부의 탄압이 점점 심해지는 것도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송환법을 계기로 반 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가두 투쟁은 단순한 송환법 반대에서 나아가 홍콩의 자유 체제를 위한 시민들의 외침으로 파악해야 될 것이다. 중국 정부가 무력 진압을 할 경우 불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엄청난 파괴력으로 비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권위주의 체제와 자유주의 체제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언론의 자유 보장 여부이다. 홍콩은 그동안 중국 본토의 관영 매체와는 달리 정부를 비난하기도 하면서 서구적 언론의 모습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의 자유는 중국 정부의 공작에 의해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는 중이었다.

중국 정부는 비판적인 홍콩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오래 전부터 홍콩 언론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재정적이고 정치적인 압박을 가해 홍콩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유 언론이 침식당하고 있다고 세계 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의 ‘언론 자유 보고서’(Freedom of the Press Report)가 최근 밝혔다.

홍콩 언론의 자유는 특히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 중국 본토 언론과 나란히 붕괴의 수순을 밟아왔다. 홍콩 언론의 모습은 머지않아 중국 본토 언론과 같아질 것이라는 것이 프리덤 하우스 관계자의 지적이다.

2015년에 발생한 두 가지 사건이 중국 정부의 언론 정책을 잘 표현해 준다. 중국 정부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세계 최대 이커머스 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이해 12월 홍콩의 유력 신문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 : South China Morning Post)를 사들이면서 홍콩의 미디어 시장에 진주했다. 알리바바그룹은 SCMP 인수 후 편집의 독립성을 계속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료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믿는 홍콩 주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이커머스 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이 지난 2015년 홍콩의 유력 영자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를 사들였다. [SCMP]

또 다른 사건은 홍콩의 비판적 출판사인 마이티 커런트 미디어(Mighty Current Media)의 편집인 5명이 실종됐다 다시 나타나 중국 경찰에 협조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납치됐다는 일부의 주장을 부인했으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종종 비판적인 언론인이나 출판 관계자들을 억류한 후 강제로 TV 등에 나가 중국 정부에 우호적인 고백을 하도록 만든다.

SCMP의 인수와 마이티 커런트 사건은 중국 정부가 자신들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홍콩 언론에 대해 벌이고 있는 전쟁의 일부로 파악해야 한다. 홍콩 주민들은 형식적으로는 지난 1997년 영국과 중국 사이에 체결된 영중합동선언에서 제시한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언론의 자유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이 합동선언에는 1997년 홍콩이 영국 지배에서 중국 지배로 이양된 이후 50년 동안 홍콩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그러한 보장은 매년 엷어지고 있다.

결국 덩샤오핑의 ‘일국양제’는 대처 총리를 현혹시키기 위한 술수였다. 중국 정부는 본토와 별도로 홍콩의 자유를 보장할 의사가 전혀 없고, 점진적인 사회주의화만이 유일한 목표라는 것이 시진핑 집권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 십 년 동안 누려온 자유를 홍콩 주민들이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홍콩 사태를 지켜보는 중국 본토 인민들도 말은 하지 못하지만 권위적 공산당 체제에 대한 불만은 갖고 있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자유의 문제일 것이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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