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수건 짜냈다…수수료 쇼크 빠졌던 카드사들 실적 개선 조짐

비용 절감·자동차 할부 등이 실적 이끌어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구조적인 수익성 악화에 빠진 카드사들이 3분기 들어서 실적이 소폭 상승했다. 기존의 고비용 저효율 마케팅 관행을 개선하는 등 마른수건을 짠 결과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자동차 할부금융이나 해외 진출 사업에서도 의미있는 수익을 거뒀다.

다만, 여전히 신용판매 비중이 높은 국내 카드사로선 수수료 인하라는 제반 환경의 변화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3일 제18호 태풍 '미탁'이 물러간 후 맑게 갠 전남 장성의 한 들녘에 선명한 무지개가 떴다. [사진=뉴시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 5곳(신한, 삼성, KB국민, 우리, 하나)의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8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4% 늘었다.

개별사로 보면 ▲신한카드가 전년 동기보다 3.9% 증가한 4천111억원 ▲삼성카드가 2.8% 증가한 2천827억원 ▲KB국민카드가 2.2% 증가한 2천510억원 ▲우리카드가 7% 증가한 948억원으로 나타났다.

3분기 실적은 크게 '비용 효율화'와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결과로 요약된다.

◆고비용 저효율 마케팅 개선…"마른 수건 쥐어짰다"

먼저 그간의 대면 채널 감축 노력이 비용 효율화에 영향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간 카드사들은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에 대한 대응 일환으로 영업소와 모집인 등 대면 채널을 줄여왔다.

실제 비씨카드를 제외한 국내 카드사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분기 기준 카드사의 영업점포수는 203개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67개가 줄어들었다. 영업점포는 카드 모집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분기 기준 카드사의 모집인 숫자도 지난 해 말과 비교해 841명 줄었다.

대신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비대면 마케팅에 힘을 쏟았다. 신한카드는 지난 6월부터 빅데이터, 마케팅, 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개인별로 상황에 따라 맞춤혜택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의 시간·장소·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최적의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게 주 내용이다.

삼성카드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스마트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이용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가맹점 혜택을 지원하는 '마케팅 지원 서비스'인 'LINK 비즈파트너'를 지난 2017년 선보이는 등 비대면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고비용·저효율 마케팅을 축소하고 디지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용을 효율화하는 등 내실 경영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할부금융·해외법인, 새로운 효자?…하나카드, 유일하게 '흐림'

포트폴리오 부문에선 자동차 할부 금융 눈에 띈다. 신한카드의 할부금융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22.3% 증가한 992억원, 리스는 54% 늘어난 1천353억원을 기록하면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분 400억원을 상쇄했다. KB국민카드도 올 상반기 할부금융 부문에서 320억 가량의 수익을 올리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영업 부문에서도 조금씩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KB국민카드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인 'KB대한 특수 은행'은 지속적인 대출 성장세에 힘입어 올 상반기 11만4천달러의 순익을 냈다. KB캐피탈과 손잡고 라오스에 설립한 리스회사 'KB 코라오 리싱'의 상반기 순익도 15억9천265만원에 이른다.

신한카드의 베트남 현지 법인인 신한베트남푸르덴셜소비자금융(SVFC)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신한카드가 기존 베트남 푸르덴셜소비자금융을 인수해 만들어진 업체로, 올 1월 베트남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식 인수 승인을 받았다. SVFC는 3분기 123억3천여만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초개인화 마케팅을 펼치면서 마케팅 비용이 중복 적용된다든지 불필요한 요소가 줄어들면서 비용을 절감한 측면이 있다"라며 "여기에 자동차 할부금융, 리스 부문의 순이익이 증가했고 베트남 자회사 편입도 이익에 기여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도 "비용 효율화 노력과 더불어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전체적으로 고비용 프로세스를 개선했다"라며 "또 할부금융이나 리스, 해외 진출 등 다양한 수익원 발굴을 위해 노력한 게 순익 증대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우리카드의 미얀마 현지 법인인 투투파이낸스도 지난 2016년 12월 영업 개시 이후 올 해 초 첫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카드에 따르면 투투파이낸스는 올 3분기까지 1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우리카드의 경우 해외 법인보단 자사 카드 브랜드 '카드의 정석'의 덕을 봤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카드의 정석 시리즈의 흥행이 실적 선방을 이끈 요인"이라며 "카드의 정석이 흥행하면서 신용판매 자산, 유효회원 수가 확대됐고, 카드 이용률도 상당 폭 개선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카드의 유효회원 수는 카드의 정석이 출시된 시기인 지난 해 2분기 664만2천명에서 올 3분기 717만3천명까지 증가했다. 신용카드 자산도 같은 기간 6천억원 늘었다.

하나카드는 쓴 맛을 봤다. 하나카드의 올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498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교해 37.8% 감소했다. 그룹 계열사인 하나캐피탈과 사업이 겹쳐 자동차 할부 사업에 진출하지 않는 등, 다른 수익원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여파를 상쇄시키지 못한 영향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 금융사업, 중금리 대출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직격탄을 맞았다"라며 "중소형 카드사이다보니 비용을 절감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카드는 향후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페이먼트사로의 변화, 해외 진출 등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단순한 신용결제가 아닌, 결제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사업화하는 디지털 페이먼트사로 나아갈 것"이라며 "해외 결제 프로세싱 사업 진출도 준비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사진=아이뉴스24 DB]

카드사들이 비용 감축과 비영업 이익 등으로 선방을 했지만, 수익 기반인 수수료 체계가 변한 만큼 자구책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사들의 자체적인 비용 절감 노력에다가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자금조달 비용, 감소 여기에 대손충당급 환입액이 늘어난 것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전망에 대해선 "카드사의 수익 구조 중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융이 50%에서 많게는 70%인 카드사가 있는 만큼, 수수료를 제외하면 카드사들이 수익을 낼 곳이 마땅치 않다"라며 "해외 법인도 당장 수익을 많이 낼 정도로 가시화된 결과물이 없다"라고 말했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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