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KDB생명 매각' 끝없는 뒷말

희망가격으로 최저 2천억원 언급...거래기업 DB 넘겨 법인영업 지원 의혹도


[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동걸 회장은 이번에는 반드시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예비입찰 일정도 정해지지 않아 예정했던 연내 매각이 어려운 상황이다.

매각을 성공시키기 위해 이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희망 가격으로 그동안 투입된 비용의 20%도 되지 않는 금액을 언급했다. 또 산업은행이 거래기업의 정보를 KDB생명에 제공해 법인 영업을 도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아이뉴스24]

8일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달 중순 인수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비공개투자설명서(IM)를 발송해 일부 기업들이 이를 열람한 상태다. 국내 금융지주사와 해외기업을 비롯한 사모투자펀드(PEF)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산은은 연내 매각을 목표로 11월 초 예비입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입찰 참여를 희망한 기업들이 산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아직 예비입찰 등 후속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로 전해졌다.

산은의 KDB생명 매각 시도는 이번이 네번째다. 산은은 지난 9월 KDB생명 매각 공고를 냈다. 지난 2010년 부실 우려가 있던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6500억원에 인수한 뒤 세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최저입찰가 이상을 제시한 곳이 없어 모두 실패했다.

이번 매각에 대한 산은의 의지는 확고하다. KDB생명은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추가적인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수적이기에 산은은 이번에 반드시 매각에 성공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그간 1조원이 넘게 자금이 투입된 KDB생명을 두고 “애초에 인수하지 말았어야 하는 회사다”라며 애물단지 취급했다. 산은은 이례적으로 매각 성공시 경영진 인센티브까지 내걸었다.

이 회장은 최근 KDB생명의 경영환경이 개선됐다면서 매각 성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적자에 빠져있던 KDB생명은 이 회장 취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64억원, 올해 2분기 기준 33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개선됐다. 지급여력(RBC) 비율 역시 2017년 말 108%에서 올해 상반기 232%까지 상승했다.

이와 같은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KDB생명은 그간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해온데다 IFRS17 도입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향후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산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영업 조직도 약화됐다. 보험사에게 영업조직이 약하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산은은 어떻게든 이번에는 매각을 성공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그간 투입된 비용보다 대폭 낮은 금액을 '매각 희망 가격'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관련 질문에 2천억원에서 8천억원에 이르는 가격대를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2천억원에도 매각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여기고 있다. 이는 앞선 3차례 매각 당시 기준가격이었던 4천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KDB생명의 매각을 성공시키기 위해 거래 기업 DB를 KDB생명에 제공해 법인 영업을 도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법인 영업의 경우 계약 단위가 크기에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고객사 정보를 계열사나 외부로 유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일축했다.

[사진=KDB생명]

현재 KDB생명 인수 후보군으로는 국내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보다는 사모펀드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의 경우 산은이 인수한 뒤 보험사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망쳐버렸다는 말까지 있다"며 "금융지주사들이 몇천억원을 들여 인수할 만한 메리트가 사실상 없고 사모펀드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재영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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