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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브로' 놓고 하나로와 SK텔레콤, 동상이몽


 

정부의 휴대인터넷(와이브로) 허가 정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하나로텔레콤과 SK텔레콤의 행보에 통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개월 전 까지만 해도 하나로는 주주사인 SK텔레콤과 제휴해서 사업권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들어 '단독' 추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단독' 추진을 강조하는 쪽은 하나로텔레콤이다. 나아가 하나로는 "통신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SK텔레콤을 (사업권에서) 배제해야 한다"면서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즉각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뭐라해도 하나로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언론플레이' 정도로 폄하하고 있다.

양사의 갈등은 제휴 과정에서의 서로 몸값 올리기 전략으로도 볼 수도 있지만, 보다 근원적인 시각차로 접근해 볼 수도 있다.

하나로텔레콤과 SK텔레콤은 ▲ 통신 업계에서의 위치와 처한 상황이 다르고 ▲ 와이브로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다르다.

이에따라 9월 정부가 와이브로 허가 정책에서 ▲ 어떤 수준의 유효경쟁 정책을 도입하고 ▲ 중복투자 방지를 어떻게 강제하느냐에 따라 하나로와 SK텔레콤간 제휴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또 하나로와 SK텔레콤의 사업권 획득 변수에 따라, 국내 유·무선 통신서비스 시장도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하나로, "SK가 우리를 원하는건 와이브로 활성화에 관심없기 때문"

하나로텔레콤은 SK텔레콤이 하나로와 제휴하려는 것은 와이브로를 활성화하지 않겠다는 의도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 입장에서 와이브로는 본체 사업인 WCDMA와 경쟁하게 되는 관망 사업이기에, 누군가(별도법인)를 통해 조금씩 서비스되기를 바란다"면서 "SK텔레콤이 파트너(하나로텔레콤)를 원하는 건 정부의 규제이슈에서 비켜가면서 동시에 신규 주파수 자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SK텔레콤이 하나로와 제휴하려는 이유가 사업권 획득 가능성을 높이고, 투자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라는 세간의 판단과 다른 것이다.

하나로텔레콤은 SK텔레콤이 마음먹기에 따라 광케이블 인프라는 손쉽게 보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또 "SK텔레콤과 함께 사업권을 획득하더라도, 와이브로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면서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2개 사업자를 주장하는 것은 와이브로의 시장성을 감안한 잘짜여진 판(2개 사업자)에 들어가 와이브로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사업권 획득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와이브로를 유선통신 서비스의 위기를 탈출할 돈되는 사업으로 만드는데 관심있다는 말이다.

◆SKT, "하나로 주장은 전략의 부재다"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이 와이브로에서 SK텔레콤과 결별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주식가치와 제휴시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이 SK텔레콤을 독살스럽게 몰아 붙이는 것은 진정으로 와이브로를 독자추진하겠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저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라면서 "와이브로 인프라는 91%가 무선망이고, 기지국과 기지국간 지선망도 하나로가 KT로 부터 임차해 사용하는 망인 만큼 하나로텔레콤 혼자서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이 단독으로 와이브로 사업권을 받을 경우 전국적인 서비스를 감당할 투자재원이 없어,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는 또 "그렇다면 하나로텔레콤은 단독으로 사업권을 받아 KT와 직접 경쟁하겠다는 말인가"라면서 "이런 하나로의 전략은 정부를 상대로 어려우니 무조건 사업권을 달라는 식의 협박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개사업자로 가면서 SK텔레콤을 배제해야 한다'는 하나로텔레콤의 주장은 전략의 부재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IT 8-3-9 정책으로 와이브로를 추진하는 만큼, 투자재원 확보가 중요해 SK텔레콤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유효경쟁과 중복투자 방지 정책이 제휴여부 판가름 할 듯

하나로텔레콤과 SK텔레콤이 제휴할 것인가는 정부가 와이브로 허가 정책에서 유효경쟁 정책을 얼만큼 도입하고, 중복투자 방지를 어떻게 강제할 지에 달려있다.

주장하는 바는 다르나 양사 모두 반드시 사업권을 받아야 하는 만큼, 정부 정책에 따라 울며겨자먹기로라도 제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로텔레콤은 ▲ 3개 사업자로 가더라도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서는 자회사로 분리해야 하고 ▲ 기지국 공용화 등을 통해 중복투자를 강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와이브로 운영법인이 자회사가 될 경우, SK텔레콤은 자회사와 하나로텔레콤에 같은 수준의 기지국 인프라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지국 공동 활용이 강제된다면, 이동통신 인프라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 서비스 활성화, 과점 방지 등을 위해 3개사업자로 가되, 가장 잘 할 수 있는사업자에게 와이브로 사업권을 주고 최소한의 공정경쟁보장 방안을 넣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자회사 분리같은 강수가 아니어도, 현재의 2G(CDMA)처럼 정부가 사후 시장점유율 규제 등을 통해 풀 수 있다는 말이다.

◆사업권 획득 변수가 통신시장 구조조정 촉발할 듯

한편 다른 나라의 휴대인터넷(와이브로) 허가 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경우 휴대인터넷 실험국 면허를 주면서 3G사업권을 갖고 있는 통신사업자를 배제했다. IT모바일, 야후BB, e엑세스에 면허를 준 것.

하지만 호주정부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텔스트라와 3G 사업자인 보다폰, 통신 벤처 기업인 PBA에게 모두 휴대인터넷 주파수를 할당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발표된 바로는 3G(WCDMA)사업자와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배제하지 않고, 유무선 융합서비스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로텔레콤이 만약 내년 2월 사업권 획득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미래의 성장동력을 잃게 되는 동시에, 두루넷 인수에 올인하게 될 전망이다.

하나로는 10월 매각공고가 나오면 두루넷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매각이 기업 실사 등으로 인해 내년으로 넘어가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0%에 달하는 두루넷의 약정 가입자가 내년 6~7월이면 대부분 만료되고, 두루넷 가입자가 최근들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이 와이브로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하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확대를 통한 방송 산업 진출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두루넷 인수에 올인하게 됨을 의미하고, 국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KT 50.9%, 하나로텔레콤 35% 등 확실한 양강 구도로 자리잡는다는 것을 뜻한다.

SK텔레콤이 사업권 획득에 실패하면?

와이브로를 WCDMA나 위성DMB와 보완해서 서비스할 수 없게 돼, 현재의 무선 인터넷 시장을 와이브로에 일정부분 잠식당할 것이다.

이는 곧 KT그룹(KT-KTF)과 LG그룹(데이콤-파워콤-LG텔레콤)에게 차세대 통신 서비스 시장의 주도권을 상당부분 내주는 것을 의미한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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