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현생인류 조상은 20만년전 출현…기후 변화가 이주 원인


IBS, 유전학적 증거와 기후물리학을 결합해 초기 인류 역사 증명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현생인류의 가장 오래된 혈통은 20만 년 전 아프리카 칼라하리 지역에서 출현해 13만 년 전 기후 변화로 인해 이주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유전학적 증거와 기후물리학의 결합으로 증명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은 호주, 남아공 연구진과 함께 현생인류의 정확한 발상지와 이주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29일 1시 네이처 온라인에 게재됐다.

연구진이 말한 '현생인류'는 현재 살고 있는 인류와 해부학적으로 동일한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말한다. '칼라하리 지역'은 현재 나미비아, 짐바브웨 국경에 이르는 보츠와나 북부지역(그레이터 잠베지 강 유역 남쪽)이다.

L0 그룹의 하위 계통과 이주 지도. L0 미토게놈(미토콘드리아 DNA) 그룹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뿌리의 직계 혈통이다. 연구진은 L0 하위 계통의 분화 연대표를 기후 연구와 결합해 이주 시기와 경로를 밝혔다. [IBS]
L0 그룹의 하위 계통과 이주 지도. L0 미토게놈(미토콘드리아 DNA) 그룹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뿌리의 직계 혈통이다. 연구진은 L0 하위 계통의 분화 연대표를 기후 연구와 결합해 이주 시기와 경로를 밝혔다. [IBS]

연구진은 남아프리카에 사는 후손들의 DNA를 추적해 현생인류의 정확한 발상지를 밝혀냈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출현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정확한 발상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 유골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반면, 살아있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혈통(L0 미토콘드리아의 후손)은 남부 아프리카에 주로 거주하기 때문이다.

현대 유전학 기술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해 현생 인류의 공통 모계 조상을 추적한다. 현생인류는 약 20만 년 전 L0 혈통의 최초 어머니에서 갈라져 나왔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로도 불리는 그는 현존 인류의 공통 모계 조상으로 간주된다. 지금도 L0 후손들이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기존에 L0혈통의 DNA 표본은 1천19개가 있었다. 연구진은 L0 혈통의 후손 198명을 새로 찾아내, 기존의 표본으로 작성된 L0 하위 계통 출현 연대표를 다시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이전에 밝혀지지 않았던 희귀 하위 계통을 추가했을 뿐 아니라 현재 살아있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혈통의 출현 시점을 기존(17만5천년전~15만 년 전)보다 앞당긴 약 20만년 전으로 제시했다.

유전자 하위 계통의 출현 시점은 이주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진은 개선된 연대표와 후손들의 언어·문화·지리적 분포 정보를 연계해 최초의 이주 경로와 발상지를 추적했다. 유전자 데이터는 이주가 언제 시작됐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오래된 유전자 가지에서 나온 하위 계통들은 지리적으로도 분리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주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연구진은 L0 하위 계통 연대표를 오늘날 후손들이 살고 있는 지리적 장소와 연결시켰다. 그 결과 L0 그룹의 기원을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지역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 강우량과 최초 이주의 상관관계. 20만 년 전부터 13만 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칼라하리 지역의 대규모 습지에 살았다. 이 시기에는 발상지로부터의 이주에 대한 증거가 없다. 약 13만 년 전 지구 궤도와 태양 복사로 인해, 발상지의 북동쪽으로 강수와 식생이 증가하여 먼저 북동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약 2만 년 후, 녹지축이 남서쪽으로 개방되어 남아프리카 남서 해안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한 그룹이 발상지에 남았고, 그들의 후손 일부(Kalahari Khoesan)는 여전히 칼라하리에 살고 있다. [IBS]
남아프리카 강우량과 최초 이주의 상관관계. 20만 년 전부터 13만 년 전까지, 현생인류는 칼라하리 지역의 대규모 습지에 살았다. 이 시기에는 발상지로부터의 이주에 대한 증거가 없다. 약 13만 년 전 지구 궤도와 태양 복사로 인해, 발상지의 북동쪽으로 강수와 식생이 증가하여 먼저 북동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약 2만 년 후, 녹지축이 남서쪽으로 개방되어 남아프리카 남서 해안쪽으로 이주가 가능했다. 한 그룹이 발상지에 남았고, 그들의 후손 일부(Kalahari Khoesan)는 여전히 칼라하리에 살고 있다. [IBS]

IBS 연구진은 특히 현생인류가 발상지에서 이주한 원인은 지구 자전축 변동으로 인한 아프리카 지역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지금까지 현생인류의 최초 이주 원인으로 2가지 가설이 있다. 첫 번째는 현생인류가 건조해진 기후로 인해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녹지의 개방으로 인해 사냥과 수렵채집을 하며 녹지축을 따라 이동했다는 가설이다. 어떤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해양 퇴적물 등 고(古)기후 자료와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기후와 식생 변화에 대한 증거를 수집했다. 그 결과 지구 자전축의 세차운동(태양과 달의 인력으로 인해 지구 자전축이 약 2만1천년 주기로 회전하는 현상)이 남반구의 여름 일사량을 변화시켰고, 이로 인해 남아프리카 전역의 강우량이 2만1천년 주기로 변해 습하고 건조한 상태가 교대로 반복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약 13만 년 전에 발상지 북동쪽(잠비아, 탄자니아 지역)으로, 약 11만 년 전에 남서쪽(나미비아, 남아공 지역)으로 녹지가 형성돼 이주가 가능한 환경이 갖춰진 것이 확인됐다. 이는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이주 시기 및 경로와 일치해, 현생인류가 기후변화로 인해 이주했다는 근거가 됐다.

이번 연구는 유전학적 증거와 기후물리학을 결합해 초기 인류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호주의 유전학자들과 한국의 기후물리학자들의 합작품이다.

연구팀은 초기 모계 혈통을 대표하는 L0그룹 구성원을 찾기 위해 수천 명의 현대 나미비아인과 남아프리카인들을 선별, 심사하는데 수년을 보냈다. 또한 지금껏 시도되지 않은 게놈 데이터와 고기후 정보를 정량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통계방법으로 현생인류를 추적했다. 지난 20만 년 동안의 남아프리카 기후를 나타낼 수 있는 육상 고기후 데이터가 부족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육지의 건조와 침식, 식생 단서를 제공하는 해양 고기후 데이터를 추가했다. 여기에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더해 결론을 강화했다. 호주 연구진이 유전자 채취 및 염기서열 분석으로 유전자 지도를 개편했고, IBS 연구진은 남아프리카 고대 기후변화를 재구성했다.

연구를 이끈 악셀 팀머만 단장은 “호주의 유전학자들이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하고, IBS의 기후물리학자들이 고기후를 재구성함으로써 인류 첫 이주에 대한 최초의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연구진은 L0 외 다른 혈통의 이주경로도 추적해 인류 조상들이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지, 기후변화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초기 인류 역사의 수수께끼를 계속해서 풀어나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최초의 인류'를 밝힌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현재 살아있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모계 혈통인 L0에 초점을 맞췄고, L0의 발상지가 칼라하리 지역임을 규명한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인류의 이동 간의 상관관계를 최초로 증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논문명 : Human origins in a southern African palaeo-wetland and first migrations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현생인류 조상은 20만년전 출현…기후 변화가 이주 원인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