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거대 타조공룡 '데이노케이루스'가 발굴 50년만에 완벽하게 재현·복원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김복철)은 지난 2014년 11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던 '미스터리 공룡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Deinocheirus mirificus)'의 전신 골격을 완벽하게 복원하는 데 성공하고 지질박물관에 공개 전시한다고 25일 밝혔다.
지질박물관 이항재 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복원연구팀은 연구과정에서 작성하고 촬영한 연구 자료와 비교해부학적 지식을 활용해 데이노케이루스의 전신 골격을 디지털 복원하고 실체 입체모형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복원된 골격에 근육과 피부를 입힌 데이노케이루스 외형의 입체복원 모델도 제작했다.
아쉬운 것은 전시공간의 부족으로 두개골 모형만 실물 크기로 제작하고 전체 골격 모델은 실물의 4분의1로 축소 제작된 점이다. 지질연은 데이노케이루스의 복원골격 3D 그래픽 데이터는 해부학적으로 정확하게 복원된 자료로서 시간과 공간이 확보된다면 실물크기의 모형제작까지 가능하며, 골격 복원 모형과 전시대는 분해 조립으로 이동 전시가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항재 연구원은 “최초 발굴 50년 만에 데이노케이루스의 완벽한 골격 복원과 과학적으로 고증된 외형 제작이 완료돼 연구자로서 보람되고 기쁘다”면서 “앞으로 연구를 지속해 실물크기의 복원과 제작은 물론 다양한 체험교육용 콘텐츠 개발을 통해 미래 지구과학자 양성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복원된 데이노케이루스의 골격과 입체 모형은 현재 지질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미스터리 공룡 데이노케이루스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키트 및 교구, 캐릭터 등을 개발․제작해 보급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수백 개에 이르는 성체와 유체의 골격 대부분에 대한 정밀 촬영, 측정 자료와 도면을 바탕으로 각 골격의 3차원 디지털 모델을 만들고 비교해부학적 검토를 통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내부구조까지 복원해 냈다.
디지털 복원과정에서 초기 연구에서는 알 수 없었던 사실과 특징들도 발견했다. 등의 혹이 초기 연구에서 복원했던 모습보다 좀 더 완만하고 둥그스름한 형태를 띠게 됐으며 변형이 심했던 두개골은 내부구조를 포함해 입체적인 형태로 더욱 명확하게 복원했다. 또한 갈비뼈와 등 척추의 결합 형태와 복늑골(배갈비뼈) 배열을 입체적으로 복원하면서 복부의 크기와 형태를 알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골격 복원에 더해 과학적 근거에 따른 데이노케이루스 외형의 입체복원 모델을 제작했다.
화석에 남은 흔적과 지금의 동물을 비교 참고해 완성된 골격에 근육과 피부를 입혔다. 데이노케이루스의 주걱처럼 넓적한 주둥이 끝 표면은 거칠고 많은 혈관구멍이 있다. 이것은 각룡류와 하드로사우루스류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인데, 여기에는 각질의 부리가 있어 위아래의 부리가 가윗날처럼 식물을 잘라 뜯어내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길고 좁은 주둥이 안에서 먹이를 목구멍으로 넘기기 위한 매우 긴 혀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위장내용물로 위석과 함께 발견된 물고기의 파편은 데이노케이루스가 물고기도 잡아먹는 잡식성 공룡이었음을 알려준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상체 때문에 평소 걷거나 서 있을 때는 앞을 들어 올려 기울어진 자세를 취했다. 크고 휘어진 앞발톱엔 길고 구부러진 각질의 발톱 껍데기가 씌워져 있어 식물 줄기를 걸어 끌어당기는 갈고리 역할을 했다. 뭉툭하게 잘린 형태의 뒷발톱은 무른 습지 바닥에 빠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피부 표면엔 다각형의 파충류형 비늘을 덮었으며, 공룡의 색깔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반영해 등 쪽은 어둡고 배 쪽은 밝게 하여 피부 무늬를 배치했다. 대형 공룡의 피부가 두꺼운 털로 덮일 경우 체열 발산이 어렵기 때문에 데이노케이루스는 비늘피부에 코끼리나 코뿔소처럼 잔털이 드문드문 남아 있는 정도로 피부를 복원했다.
데이노케이루스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7천만년 전), 오늘날 아시아대륙에서 서식한 2족 보행의 잡식공룡이다. 전체 몸 길이는 약 7~12미터, 키는 약 5.5미터, 체중은 6~7톤으로 추정된다. 팔의 길이는 2.4미터다. 학명인 데이노케이루스(Deinocheirus)는 그리스어로 '무서운 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데이노케이루스는 1965년 폴란드의 화석 발굴단이 몽골에서 앞팔 한 쌍을 발견하고 이를 1970년에 공식 발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2009년에 이융남 서울대 교수(당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 등이 속한 한몽국제공룡탐사팀이 추가로 다른 부위의 화석을 발견함으로써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던 이 공룡의 실체가 벗겨졌다. 연구팀은 이를 2014년 11월 네이처에 '거대 타조공룡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의 오랜 수수께끼 해결(Resolving the long-standing enigmas of a giant ornithomimosaur Deinocheirus mirificus)'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융남 박사가 주 저자로, 지질박물관 이항재 연구원과 몽골, 캐나다, 일본, 벨기에, 프랑스의 국제연구진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한편 지난 7월 도교국립과학박물관에서 열린 공룡엑스포에서는 일본이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복제한 데이노케이루스의 전신 골격이 공개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보존된 화석의 그대로를 재현했을 뿐, 생존 당시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불완전한 복원이었다. 이항재 연구원은 일본의 데이노케이루스 복제 과정과 결과물을 보면서 제대로 된 복원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번 복원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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