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안심전환대출 심사 진행률 달랑 7%...금융위 '막무가내 추진' 후폭풍


인력 충원없이 진행해 주택금융공사 업무과중...11월 완료 힘들듯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죽음공'으로 변해가고 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심사 관련 업무량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결국 이런 사태를 초래한 배경엔 심사 가용 인력 등 주택금융공사의 내부 여건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무턱대고 정책을 편 금융위원회의 실책이 자리한다는 지적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대기화면 [이미지=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캡처화면]
주택금융공사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대기화면 [이미지=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캡처화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란 서민·실소유자가 보유한 변동금리·준고정금리 주담대를 최저 1%대 저금리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약 63만5천건, 73조9천억원 규모의 신청이 접수됐다. 공급규모 20조원의 3.5배 이상 몰린 셈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엔 과도한 심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주금공=죽음공…과도한 업무로 사내 분위기 최악"

해당 글의 제목은 '주금공=죽음공 현 상황을 모두들 알아주세요'로 글쓴이는 자신을 주택금융공사에서 현재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심사하고 있는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블라인드는 익명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로, 가입하기 위해선 재직 중인 회사 메일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글쓴이는 주택금융공사가 심사해야 할 서류는 대략 24만건으로 100여명의 직원이 11월 말까지 끝내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23만건의 대부분은 모두 서류 보완이 필요하며, 심지어 콜센터를 통해 받았던 기초서류들 조차 직원들이 하나씩 전화해 다시 받아야 한다"라며 "서버 폭주 등의 이유로 온라인 정보제공동의가 완료되지 않은 건들도 상당히 많아 제대로 된 심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나머지 직원들도 본 업무를 놔둔 채 심사 업무에 투입됐지만, 사실상 11월 말까지 끝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글쓴이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직원들이 아우성 치고 있다"라며 "사장과 해당 부서장은 직원들을 갈아 넣어서라도 11월까지 끝내자고 한다"라며 "현재 주금공의 블라인드 라운지(블라인드 앱 내 사내 게시판)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최악의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률 7%…노조 "금융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정책 추진"

최근 사측은 일단 급한 대로 약 200명 정도의 심사 보조인력을 계약직 형태로 채용해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점에도 심사지원반을 따로 설치해 영업점의 심사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은행 창구 [사진=뉴시스]
은행 창구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이번 신청분엔 자영업자와 다세대 주택 차주가 많아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보금자리론 수요도 주금공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다.

정영석 금융노조 주택금융공사 지부장은 "이번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서안심)은 워낙 물량이 많은 데다 그 중 대다수가 자영업·다세대 주택의 차주들이라 심사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라며 "자영업자의 경우 추정 소득을 구할 수 없어 근로소득자보다 DTI를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안심 건수가 많다보니 금융위가 보금자리론으로 대환하라고 유도했는데, 그 때문에 영업점에 보금자리론 대환 수요도 기존보다 2.5배 가량 늘어난 상황이다"라며 "본사 직원들이 모두 달려들어 심사를 하고 있지만, 본업이 아니다 보니 느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25일 기준 심사 진행률은 7%다. 약속한 날짜가 11월 말임을 감안했을 때, 기한을 맞추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24만건을 모두 심사하려면 최소한 하루에 5천개 이상 해야하는데, 현재 주금공의 인력으로는 많이 해봤자 1천200건에 불과하다.

사측도 업무 강도가 과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모양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초반에는 심사 인력이 적었기 때문에 과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라며 "인력도 추가로 뽑았고 내부적으로도 어떻게든 심사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주택금융공사의 여건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 금융위의 실책이 크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 지부장은 "정책을 낸 게 금융위인 만큼, 정말 공사가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인력이 필요하면 인력을 지원하는 등의 사전 조치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것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폈다"라며 "모든 은행 영업점이 대환 업무에 나섰던 2015년의 제1 안심전환대출 때와는 분명히 다른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국민들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봐 죄송스러운 마음이다"라며 "52시간을 꽉꽉 채우고 혹사시키면서 할 수 있으면 하겠지만 지금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노조가 요구하는 내용은 ▲대출 심사 업무 절차의 간소화 ▲심사 기한 연장 ▲심사 인력 확충 등이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금융위는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으며, 심도 있게 고민한 후 대책을 내놓겠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죽음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금공 내부에선 사람이 죽어나간다고 호소하고 있다"라며 "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대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만큼, 정책 당국으로서 금융위는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길게 논의할 사안이 아니며, 사람을 살리는 심정으로 빠른 대안을 내놔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안심전환대출 심사 진행률 달랑 7%...금융위 '막무가내 추진' 후폭풍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