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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점 없고 폐점만"…대형마트, 규제 덫에 '허우적'


형평성 잃은 유통 규제로 외형 확장 어려워…실적 개선 여지 없어 '암울'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규제에 발 묶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쇼핑 트렌드 변화로 온라인 쇼핑몰에 밀린 데다, 경기 불황까지 오래 지속되며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또 정부 규제로 국내서 더 이상 출점이 쉽지 않은 것도 이들의 장애물이 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3년간 7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2017년에는 장안점을 노브랜드 전문점으로 전환했고, 울산 학성점, 인천부평점, 대구시지점, 인천점, 일산 덕이점은 폐점됐다. 오는 29일에는 서부산점 영업을 22년 만에 종료한다. 그 사이 신규 점포는 의왕점 1곳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점포 수도 2016년 147개에서 올해 141개로 줄었다.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동안 동김해점과 부천중동점의 문을 닫았다. 출점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로 인해 점포 수는 142개에서 현재 140개로 줄었다. 또 출점이 어렵자 기존 점포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으로 순차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으로 운영되는 곳은 현재 19개로, 2021년까지 70~8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폐점한 롯데마트 수지점 [사진=아이뉴스24 DB]
올해 폐점한 롯데마트 수지점 [사진=아이뉴스24 DB]

롯데마트는 지난해 동대전점 폐점에 이어 올해 6월 전주 덕진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또 8월에는 롯데마트 수지몰점이 오픈하면서 인근에 있던 수지점의 문을 닫았다. 신규 점포 수는 5곳이 늘었으나 일부 점포 폐점 영향으로, 점포 수는 2017년 말 123개에서 총 126개로 3개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대형마트 점포 수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롯데마트 점포 수는 2009년 69개에서 2013년 109개으로 58% 증가했으며, 이마트도 같은 기간 동안 126개에서 13.5% 증가해 143개 점포가 운영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신규 출점 규제가 너무 강화돼 전국 주요 상권에 대형마트가 들어갈 마땅한 입지가 없는 상태"라며 "규제 때문에 몇몇은 '이제 전국에서 마트 출점이 가능한 곳은 '남산' 밖에 없다'는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상태에선 사실상 도심 내 출점은 불가능해졌고, 외곽 지역까지도 인근 상권과 마찰이 생기면서 부지를 마련하고도 사업을 벌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온라인 쇼핑 시장과도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익성까지 악화돼 실적 개선이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경기 악화와 소비 패턴 변화 속에 외형 성장이 막힌 대형마트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다른 곳과 회계 기준이 다른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출액이 전년 대비 3.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무려 57.6%나 줄었다. 비상장서여서 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선 올해 2분기 동안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할인점 사업에서 4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기존점 매출은 4.6%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9.3%나 떨어졌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무려 299억 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증권가에선 3분기에도 이마트 영업이익이 24.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할인점은 기존점 성장률의 부진과 이커머스와의 경쟁 심화에 따른 판관비 증대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9% 감소할 것"이라며 "트레이더스는 견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점의 영업이익은 부진점포 효율화 작업에 따른 비용 증가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 4분기까지는 부진한 실적 흐름 이어질 것"이라며 "4분기에도 부진한 실적 모멘텀으로 시장대비 초과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마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곳은 2분기 동안 영업손실 339억 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 273억 원 대비 더 악화됐다. 매출은 1조5천962억 원으로 1.6% 증가했지만, 기존 점포 매출은 3.6% 줄었다.

증권가에선 롯데마트의 3분기 실적은 더 암울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롯데마트의 총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 떨어진 1조8천827억 원, 영업이익은 무려 81% 급감한 62억 원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할인점에서 이익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온라인 사업 부문도 경쟁 심화로 적자 폭 축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도 대형마트들의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이 같은 상황에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정책 중 하나인 유통 규제 정책이 전자상거래 업체나 식자재마트 등에는 적용되지 않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 트렌드 변화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데도 법 규제 대상이 대기업 중심의 오프라인 점포에만 국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업체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성토하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3천㎡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의무휴업일 지정(매월 공휴일 중 2일), 영업시간 제한(오전 12∼10시) 등의 규제를 받는다. 면적이 3천㎡ 미만이더라도 대기업 계열 점포일 경우 '준대규모점포'에 해당해 역시 같은 규제를 받게 돼 있다.

또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대규모 점포 개설 시 주변 상권에 대한 영향평가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해 시행하며 출점의 기회는 더욱 줄었다. 이에 따라 3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난 12월 28일부터는 상권영향평가 범위가 기존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에서 의류·가구·완구 등 전문소매업까지 확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의류, 가구, 완구업체도 대형마트에 입점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일로 사실상 전 매장에 규제가 적용된 셈"이라며 "기존 규제만으로도 인근 상인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출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 범위까지 확대돼 신규 출점은 거의 힘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 사이 온라인 쇼핑이나 최근 골목상권을 빠르게 잠식해가는 식자재마트 등은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365일 24시간 자유롭게 영업을 하고 있다. 덕분에 온라인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1조 원에서 올해 135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유통 규제로 확장하지 못하는 사이 온라인몰과 식자재마트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자유롭게 영업하며 기존 유통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커머스 업체나 식자재마트에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유통 대기업을 겨냥해 대형마트만 '핀셋 규제' 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유통 규제들은 대형마트가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전통시장 상인들이 상권을 걱정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 시점에서 이 규제들이 적합한 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과 경쟁 심화로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더 강화되며 출점까지 힘들어지게 돼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 없게 됐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구조에서 외형 성장까지 막히면서 막막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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