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열린사회의 적들과 가짜뉴스


[아이뉴스24 박영례 기자] 다시 선거의 계절, 포털의 시간이 돌아온 모양이다.

여당이 '허위조작정보 종합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가짜뉴스와 인터넷 실시간 검색(실검) 규제가 연일 논란이다.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여야 난타전이 점입가경이다. 공수를 바꿔가며 실검과 가짜뉴스 공방에 여론 조작과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입맛대로 날을 세우고 있다. 여당에는 표현의 자유인 실검이 야당에는 조작이고, 야당에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할 채널인 유튜브가 여당에는 가짜뉴스의 본산이라는 식이다.

표면적인 주장은 그럴 듯 해 보여도 실상은 여야 모두 유리한 여론 채널을 포섭하려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복잡한 셈법이 깔렸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실제로 집권당과 야당은 지금은 '가짜뉴스'로 대별되지만 과거에도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 이적물 표현을 놓고 포털 타깃의 규제 공방을 반복해 왔다. 어느 당이 여, 야가 되든 정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슬리는 여당은 규제를, 공격의 고삐를 죄야 할 야당은 표현의 자유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특히 야당 시절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 여당이 되면 돌연 규제에 올인 한다. 실제로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이 포털 등 플랫폼사업자에 관련 매출의 10%까지 과징금을 매기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겠다며 내놓은 가짜뉴스 규제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2006년 참여정부 시절 때의 묘한 데자뷰다.

사이버 명예훼손,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등 대표 규제가 바로 이때 정부(정보통신부) 망법 개정을 통해 이듬해인 2007년 시행됐다. 이로써 장관이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 등 시정명령이 가능해졌고, 대상에 포털은 물론 게시판 관리·운영자까지 포함됐다.

이번 민주당 규제안은 여기에 역외규정을 신설, 대상을 유튜브 등 해외 사업자까지 포함시킨 이른바 확장버전으로, 참여정부를 잇는 포털 규제 시즌2인 셈이다.

반면 같은 날 통과된 인터넷실명제는 여야가 뒤바뀌면서 운명도 달리한 경우다. 혹자는 이를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인터넷 검열 시도라 주장하나 실명제 도입 역시 2007년 참여정부 때다.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법 개정에 합의는 했으나 이미 2005년 국무총리였던 이해찬 대표가 '표현의 자유에 걸맞은 책임'을 강조하며 도입을 촉구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실명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오히려 강화된 게 사실이다. 반면, 야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돌연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특히 정부 경제 실책을 비판하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제2 외환위기설을 퍼트린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을 거치면서 야당의 공세는 절정에 달했다.

박씨 혐의는 지금의 가짜뉴스 논란과 다르지 않은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전기통신기본법 위반)였다. 그러나 박씨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2012년 관련 법 조항은 물론 인터넷실명제까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 위헌판결과 함께 폐기됐다.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미네르바 사건을 놓고 "국민에 재갈을 물렸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여야 입장은 정권의 이익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이미 미네르바 사태나 실명제에서 확인했듯 정부가 나서서 이를 규제하기란 실효성도 없고, 혼란만 키운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민심이라 믿고, 불리한 것은 여론조작과 가짜뉴스로 몰아 규제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더욱이 진영논리에 갇힌 가짜뉴스 판단은 실명제 위헌판결과 같이 위태로워 보인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언한 이낙연 총리는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이라 했다. 또 "사회통합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 비판했다.

그러나 반론과 반증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고, 개개인의 결단과 선택이 존중되지 않은 닫힌 사회, 전체주의야 말로 '열린사회를 위협하는 적들(칼 포퍼)'이다.

"모든 이들이 열린 시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것이 자율 조정되는 과정을 거치는 '공론'이야 말로 자유사회의 필요조건이며, 이를 통해 시민사회가 성숙될 수 있다."

17세기 영국 정부의 사전검열에 대항했던 존 밀턴의 경고를 21세기로 소환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우려스럽다.

/박영례 부국장 겸 정보미디어부장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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