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욱진 “계속해서 보통의 사람들에게 소소한 행복 줄 것”

“언젠가 ‘광화문연가’ 무대서 ‘옛사랑’ 부르고파…깊이 있는 사람 되겠다”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그 나이에 걸맞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11년 뮤지컬 ‘굿모닝 학교’로 데뷔한 정욱진은 다양한 작품으로 9년째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최근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를 본 친한 친구로부터 “나이를 잘 먹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길 들은 그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나중엔 깊어가는 주름만큼 깊이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깊이 있는 사람이 돼야겠죠. 노력 중입니다.(웃음)”

정욱진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좋아서 ‘개그맨’이 되기 위해 서울예대 연기과에 들어갔으나 다른 방식으로 즐거움을 주는 ‘배우’로 꿈을 바꿨다. 그는 “나보다 웃긴 사람이 너무 많고 노력으로 극복될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며 “또 나를 뽑아주신 임도완 교수님께서 배우로서 좋은 점들이 더 많다고 하셔서 바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대학 졸업 전 지원한 오디션에서 단번에 합격한 정욱진은 23세부터 배우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여름방학 때 극단 학전의 청소년 뮤지컬 오디션이 떠서 경험삼아 응시했어요. 그때 추민주 연출님과 김민기 선생님도 만나고, 요즘 핫한 이정은 누나가 제 엄마 역할을 했어요. 정은이 누나가 당시 액팅코치를 하셨는데 저도 엄청 많이 가르쳐줬어요. 연습 끝나고도 인물에 대해서 같이 연구해주시고. 당시 정은이 누나랑 주고받은 문자들을 모아서 제 배우노트에 기록해놨어요. 소중한 경험이죠.”

[사진=조성우 기자]

배우 생활을 하면서 좋은 영향을 준 선배를 많이 만났다는 그는 특히 권호성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권 감독은 정욱진의 두 번째 작품인 뮤지컬 ‘프로포즈’의 연출이다.

“로맨틱코미디 주인공도 더블캐스팅도 처음 해봐서 제가 뭘 몰랐어요. 베테랑 선배들처럼 공연 전에 쉬다가 공연하곤 했거든요. 언젠가 선생님께서 저를 불러서 미리 공연장 와서 조명도 켜달라고 해서 맞춰보고 대사도 쭉 한번 해보면 배우로서 단단함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저는 항상 그렇게 하고 있어요.”

정욱진은 멀티캐스팅이 흔한 요즘도 큰 실수 없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건 권 감독의 그 말이 머릿속에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어쩔 땐 일주일에 하루 공연할 때도 있는데 오랜만에 가서 하면 헷갈려서 힘들다”며 “근데 미리 맞춰보고 여유 있게 무대에 올라가니까 공연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뷔 초인 20대 때와 달라진 점을 묻자 정욱진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가짐과 열정의 크기는 똑같지만 몸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며 “가끔 무릎도 아프고 허리는 자주 아프다”고 답했다.

“일을 할 때 항상 나를 돌아봐요. ‘내 몸은 괜찮나’ ‘내 기분은 괜찮나’ ‘난 행복한가’ 스스로 항상 질문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고 해요.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거듭난 거죠. 삶과 일이 균형을 이루니 연기도 더 잘 돼요.”

정욱진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올리버와 ‘유린타운’의 바비 스트롱을 다시 만나고 싶은 캐릭터로 꼽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본공연은 물론 내부리딩과 트라이아웃, 제주도 음악회 등 여러모로 추억이 많은 작품이에요. 한 작품 내에서 사람들을 극도로 웃기기도 하고 극도로 울리기도 할 수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은 이미 출연 경험이 있는 ‘광화문 연가’였다. 젊은 명우가 아닌 중년 명우로서 다시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정욱진이다.

“‘광화문 연가’는 벌써 2번이나 참여해 향수가 꽤나 짙은 작품이에요. 2013년엔 멀티맨이라 솔로곡이 없었고, 2018~2019년엔 ‘광화문 연가’를 솔로로 부르는 호사를 누렸어요. 하지만 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옛사랑’ 완곡을 무대에서 부르고 싶어요.”

[사진=조성우 기자]

공연 외 관심사가 늘 건강이던 정욱진에게 최근엔 드라마 촬영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그는 현재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시크릿 부티크’에 시한부 삶을 사는 의사 이상훈 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정말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갈대밭을 뛰어다니다가 총에 맞아 누워서 하늘을 보는데 ‘일을 하는데 이렇게까지 즐거울 일인가’ 싶더라”고 말했다.

“지방에 계신 저희 할머니가 1928년생이세요. 아흔이 넘으신 연세인데 제가 출연한 드라마를 보시기 위해 밤 10시에 본방사수를 하시고 너무 좋아하셨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너무 행복해서 그날 잠이 잘 안 왔어요.(웃음)”

정욱진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위로를 받거나 용기가 생길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잖아요. 진심이 담겨있는 사소한 칭찬 한마디도 큰 힘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웃긴 건, 제가 끊임없이 스스로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교만해지지 않으려고 항상 저를 돌아봐요.”

내후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는 그는 꾸준히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배우로서 한 해 한 해 충실히 보낼 계획이다. “앞으로도 이토록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저를 비롯한 보통의 사람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계속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올해 목표에 대해 정욱진은 “워라밸은 잘 실천하고 있는 것 같고, 사실 지금까지 굉장히 만족스럽다”며 “12월까지 이 만족스러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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