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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금지…국내 여파는


국내유통 제품에 발병 요인 함유되지 않아…政 "성분분석 조속 진행할 것"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인체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액상형(CSV·폐쇄형) 전자담배의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 CDC(질병통제센터)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에 따른 것으로 의심되는 중증 폐 질환 환자가 530명, 사망자는 8명이 발생했다는 발표 직후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등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쥴' 등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 분석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질병관리본부도 액상형 전자담배의 인체 유해성 연구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분석 방법 등이 마련되지 않은 관계로, 최종 결과가 나올 때 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조치가 떨어졌다. [사진=아이뉴스24 DB]
미국에서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조치가 떨어졌다. [사진=아이뉴스24 DB]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원인 불명의 중증 폐질환 발병 및 이로 인한 사망사례가 보고된 것에 따른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지난 20일 기준 해당 폐질환 발병은 530건에 이르며, 사망자도 8명이 발생했다. 또 인접국 캐나다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한 10대 청소년이 같은 병에 걸리는 등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인체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며 미국 FDA는 지난 11일 청소년층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공중보건상의 위협'을 이유로 판매 금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과일향 등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은 내년 5월 재허가 전에는 판매할 수 없다.

이에 미시간주·뉴욕 주 등에서 가향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월마트는 별도의 성명서를 내고 매장과 자회사인 창고형 할인매장 샘스클럽에서 전자담배와 관련 제품을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 미국 대형 약국 체인 라이트에이드와 코스트코 역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퇴출시켰다.

중증 폐질환을 발생시킨 물질은 대마 유래성분인 'THC'와 '니코틴', '비타민E 아세테이트', 액상의 주 원료인 'PGVG' 등 4가지 물질로 추정된다. 특히 별도 가향 없이 니코틴만 함유된 액상을 피우고도 발병한 사례 대부분이 THC와 니코틴을 혼합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THC가 중증 폐질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에 국내 담배업계는 국내 시장 규제상 대마 성분인 THC가 함유된 액상을 유통할 수 없는 만큼, 국내 시판 제품들은 중증 폐질환 발병 위험에서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THC' 성분이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의 국내 유통이 불가능해 중증 폐질환 위험성이 없다고 설명한다. [사진=KT&G 릴 베이퍼]
업계는 'THC' 성분이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의 국내 유통이 불가능해 중증 폐질환 위험성이 없다고 설명한다. [사진=KT&G 릴 베이퍼]

쥴 랩스 코리아 관계자는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를 제외한 멘솔과 일반 담배맛 '팟'은 판매금지 제품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며 "가향형 제품을 포함해 현재 국내에 유통 중인 '팟' 또한 해당 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들"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미국은 주마다 규제가 달라 대마 성분이 포함된 '팟'이 유통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었지만,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한국 시장에서 이 같은 문제는 일어나기 어렵다"며 "당국 조사가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쥴'의 경쟁 제품인 '릴 베이퍼'를 판매하고 있는 KT&G 관계자는 "국내 시판 중인 '릴 베이퍼 시드' 액정은 모두 유해성 관련 임상시험을 마친 제품"이라며 "성분이 검증되지 않은 개인 제조 액정을 담은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내 시장에 판매되는 제품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JTI코리아와 BAT코리아 관계자는 '플룸테크'와 '글로 센스'는 카트리지 내 별도의 연초를 통해 니코틴을 흡입하는 구조로, 이번에 미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과는 작동 원리가 달라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이 제품들은 이번에 중증 폐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연초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형식의 제품들이다.

JTI '플룸테크'와 BAT '글로 센스'는 작동 원리가 달라 해당 문제 제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진=아이뉴스24 DB]
JTI '플룸테크'와 BAT '글로 센스'는 작동 원리가 달라 해당 문제 제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업계는 이 같이 현재 시판되는 제품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선을 그었지만, 의학계에서는 가향 성분이나 THC가 아닌 액상 자체에서 중증 폐질환을 발생시키는 유해 성분이 검출될 경우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봤다.

더욱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자체가 '잘못된 제품을 파는 시장'이 돼 몰락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미국과 같이 '공중 보건 위협'과 같은 이유로 긴급하게 제품 판매를 금지시키거나 회수시킬 근거가 없어 이번 중증 폐질환 연쇄발병과 같은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의학계 관계자는 "이번 중증 폐질환 연쇄발병 사태는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아 현재 명확히 답을 내기 어렵다"라며 "만일 액상에서 중증 폐질환이 발병하는 것이라면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돼 시장 자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달리 '위험' 만으로 제품 판매를 즉시 금지시킬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없어 대응이 늦어지는 것"이라며 "조속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에 대한 중증 폐질환 관련 모니터링을 지속 실시함과 함께, 국내 유통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THC, 비타민E 아세테이트 성분을 분석하는 등 인체 유해성 연구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또 필요한 경우 외국 현황 등을 분석해 판매금지 등 추가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된 중증 폐질환 발병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성분검사, 대국민 홍보를 이어감과 함께 관계부처 및 전문가로 구성된 상황 대응반을 운영하고, 필요한 경우 판매금지 등 적극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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