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통신사 vs CP 망이용대가 논란…5대 쟁점

페이스북 소송이 단초…상호접속 및 정부 규제 놓고 팽팽한 입장차


[아이뉴스24 김문기, 민혜정 기자]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승소하면서 국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한 목소리로 망이용대가 인하를 주장하고 나섰다. 관련 고시 개정 등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망을 헐값 또는 무임승차 해온 구글 등 해외 CP에 대해 '역차별'주장을 펼쳐온 국내 CP가 이들과 연대하고 나선 형국.

이에 맞서 통신사(ISP)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도 자국 또는 유럽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만 제대로 된 비용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해외 CP에 합리적인 망 이용대가를 내게 함으로써 국내 CP와의 역차별 등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짚어봤다.

◆통신사-CP 전면전 양상?

최근 사태의 단초는 지난달 22일 서울행정법원 판결 결과에 있다.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그동안 다른 목소리를 내던 CP 들이 본격적인 망 비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계기가 됐다.

앞서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트래픽 폭주 등을 이유로 사전고지 없이 망 접속 경로를 변경, 소비자 이익을 침해했다며 3억9천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 지난해 5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페이스북이 해당 소송 1심에서 승소하자 국내외 CP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중심으로 지난달 26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망 이용대가 인하와 상호접속 고시 등 제도개선을 본격 요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역차별 등 문제를 제기해온 국내 CP가 해외 CP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나선 셈. 실제로 해당 성명서에는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왓챠, 티빙 등 국내 업체들도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이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역차별 논란으로 서로 날 선 공방을 벌였던 당사자들이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엄밀히 따지면 이번 행정소송은 이용자 피해를 야기한 망 품질에 따른 판결이기 때문에 망비용보다는 소비자 피해가 핵심"이라며, "그럼에도 망품질 개선은 망 투자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망이용대가 논란으로 확산된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망품질에 책임이 없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해외CP에게 망이용대가를 요구할 수 없는 기존 상황이 보다 강화돼 국내 CP로서는 역차별이 더 커질 것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보다 현실적으로 망이용대가를 내리는 쪽으로 태세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CP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간 망 이용대가 산정 근거인 상호접속 고시 등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통신사는 해외 CP에 대한 망 이용대가 부담 등 국내외 역차별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양측의 망이용대가 쟁점은 ▲역차별 ▲상호접속고시 ▲이용자 부담 ▲IT생태계 영향 ▲해외사례 분석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

[편집=아이뉴스24]
◆역차별 문제는 공감 …정부 의지에는 이견

통신사와 CP는 망이용대가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통신사는 페이스북 사건으로 부각된 문제의 핵심은 망 비용 증가가 아닌 일부 대형 글로벌 CP의 망 비용회피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는 그동안 국회나 업계에서 꾸준히 지적돼온 역차별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SK브로드밴드와 망비용대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향적으로 나섰던 페이스북과는 달리 구글의 경우 유튜브로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으나 따로 망이용대가를 내지는 않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망이용대가 이슈는 소수의 글로벌 대기업을 겨냥해 역차별을 바로 잡기 위한 것으로, 국내 중소CP와는 무관하다"며 "통신사는 중소CP를 위한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CP 역시 규제 이슈들에 해외 사업자에 비해 불리한 지점이 존재한다는 판단은 여전하다.

앞서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네이버 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이 국내외 역차별을 지적하면서, "정부가 의지를 갖고 나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결론 없는 역차별 대책에 불신을 보이고 있는 것. 특히 페이스북 승소는 해외 CP에 대한 규제권한이 약한 정부의 일면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의 망이용대가 가이드라인에 대해 불신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

CP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초안에 성실 협상, 망 품질을 위한 용량 확보 조항 등이 담겨 있는 등 사실상 통신사를 위한 것"이라며 "이 조항 자체도 사업자간 계약에 정부 개입 소지가 있지만 그보다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해서 외국 CP들이 지킬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국내외 역차별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상호접속 탓? 너무 많이 낸다 vs 얼마인지 공개하라

CP들은 지난 2016년 정부의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망이용대가가 오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상호간 데이터 전송에 따른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 무정산 원칙을 폐기하고, 고시 개정에 따라 트래픽 사용량에 따른 상호정산방식으로 바뀌면서 늘어난 비용을 CP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

CP 관계자는 "상호접속고시가 무정산 방식일 때는 서로가 돈을 주고 받지 않다보니 CP 유치에 열을 올렸다"며, "그러나 이로인한 이득이 크지 않았는지 통신사들의 주장이 관철되면서 상호정산방식으로 2016년 고시가 개정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일부 통신사가 60~70% 인상된 망 비용을 요구했다는 게 CP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경쟁상황평가에 근거, 통신사 상호접속수입이 2015년 978억원, 2016년 3천269억원, 2017년엔 2천886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발신자 부담에 따라 CP에 전가된 비용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김재환 인기협 정책실장은 "상호접속고시 제도가 개정되면서 이 시장이 4배나 커졌다"며, "이 비용 부담이 CP에게도 전가됐고, 고시 개정은 이미 꾸준히 제기해왔던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는 서로 망을 이용하고 지불하는 대가로 상호접속은 서로 이용한 만큼 정산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무정산의 경우 통신사간 착발신 트래픽이 유사해 정산금액이 크지 않았고 이에 따른 편의성 차원이 크다는 것. 그러나 현재와 같이 트래픽이 폭증하고 관련 기술 발전으로 정확한 트래픽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상호정산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상호접속수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무정산에 의해 가려졌던 부분이 나타난 것으로 실제 이통3사간 상호접속수익을 더하고 빼면 기존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CP의 트래픽 사용량이 과거 문자에서 영상으로 넘어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망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통신사는 국내외 CP가 부담하고 있는 망 비용 규모부터 공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신요금 인상 vs 서비스 접근성 하락

망 이용대가 수준에 따라 통신사는 이용자 통신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인 반면 CP는 고객의 혁신적 서비스 이용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통신사는 트래픽을 유발하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관련 비용의 이용자 전가, 또 증설 등 투자 확대에 따라 자칫 통신요금 인상 등이 불가피해 질 수 있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통신사의 네트워크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발전이 없다면 이를 기반으로 한 CP의 제대로 된 서비스, 성장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네이버 등 국내 주요 CP의 망 비용 부담은 매출의 1.8% 수준인 상황에서 대형 글로벌 CP가 망 비용을 내지 않는 것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했다.

네이버가 밝힌 지난 2016년 망비용은 734억원으로 당시 연매출 4조226억원의 1.8% 수준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CP 망이용대가 회피는 CP 부담을 이용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CP들은 통신요금이 아닌 서비스 요금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망이용대가가 인하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가 더 많은 혁신 서비스를 이용요금 부담으로 쓸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CP 관계자는 "향후 사물인터넷과 원격의료, 자율주행차 등 막대한 데이터 전송과 교환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이용자가 혁신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관련 비용 급증 등으로 결국 이용의 불평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했다.

◆ 진입장벽 강화 vs 해외 CP에만 유리

CP들은 망비용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인터넷을 활용하는 국내 CP나 IT 스타트업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IT 기업의 국제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것.

가령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4차산업의 중요 분야 중 하나이지만 고화질 대용량 영상 전송이 수반돼야 해 기형적으로 높은 국내 망 비용을 안고 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신 통신사 혹은 통신사 계열의 지배적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로 콘텐츠 산업에 진출할 경우 공정경쟁의 원칙이 깨진다는 논리다.

반면 통신사는 망 이용 대가로 인해 IT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CP 측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오히려 국내 IT 산업은 통신인프라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증가시켰다는 것.

특히 상호접속고시가 무정산으로 바뀌게 된다면 최대 수혜는 국내 CP가 아닌 대형 글로벌 CP가 될 것이기에 국내 스타트업과 CP는 오히려 어려움에 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국내는 물론 해외 CP도 트래픽 유발 및 통신망으로 얻은 혜택에 맞게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페이스북이 전향적으로 망이용대가를 낸 것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CP의 지배력에 대한 견제도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PCH 조사 놓고…무정산이 일반 vs 해석 오류

인기협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국제 비정부기구인 PCH가 지난 2016년 148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 전체의 99.98% 인터넷 협정이 무정산 방식이었고 0.02%만 상호정산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망 비용이 증가하는 국가가 됐다는 것. 따라서 상호접속고시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정, 무정산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달리 통신사는 PCH의 보고서가 상호접속 계약유형 범위 모집단에서 피어링(Peering)에 국한해 조사한 것으로 전체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피어링은 망 규모가 비슷한 사업자의 접속 유형이기 때문에 무정산 방식인 프리-피어링에 가깝다. 국내 통신환경을 보다 면밀히 살피려면 한쪽이 다른 쪽에 대가를 지불하고 망을 이용하는 형태의 트랜짓(transit) 형태의 접속유형까지 한꺼번에 살펴봐야 한다.

[사진=KTOA]

통신사는 대신 프랑스 통신규제기관인 ARCEP가 자국내 IPS와 CP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근거로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양측의 정산비율은 20%에서 지난해 54%로 늘었다.

또 최근 프랑스 정부 공식 조사에 따르면 대가정산 트래픽이 77%에 달하는 등 지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따라 정산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방통위 등은 이번 사안이 페이스북을 규제할 근거 등 법적 미비 등으로 인한 결과인데다 망 이용대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관련 근거 마련은 물론 현재 사업자간 계약 문제인 망 이용대가 관련해서도 기존 준비중인 가이드라인 마련과 함께 정부가 이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향후 관건은 정부가 마려한 가이드라인과 미비한 법적 규정 마련 등이 될 전망이다.

이를 앞두고 통신사와 CP가 유리한 입지 확보를 위한 예비전 성격도 커 보인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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