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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車·실손을 어이할꼬…손보사, 보험 팔수록 손해봤다


상반기 손보사 실적, 메리츠화재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팔수록 손해를 보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탓에 손보사들이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일부 한방 치료의 급여화가 이뤄지면서 하반기 전망도 좋지 않다. 손해율에 맞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지만, 당국의 눈치를 봐야해 쉽지 않은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1조98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천504억원) 대비 2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철 홍수로 침수된 차량 [사진=뉴시스]
장마철 홍수로 침수된 차량 [사진=뉴시스]

메리츠화재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순익이 감소했다. 회사별로 ▲삼성화재가 작년 상반기보다 36% 감소한 4천261억원 ▲DB손보는 31.3%감소한 2천62억원 ▲KB손보는 11.6% 감소한 1천662억원 ▲현대해상은 36.1% 감소한 1천639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 보험에서의 손실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 상반기 5대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적정 손해율인 77~78%를 상회한 84.7%~87.1%로 나타났다. 손해율이란 보험료 수입 대비 지출된 보험금 비중을, 사업비율이란 마케팅이나 고객 서비스에 사용된 비용을 말한다.

손보사들의 이윤은 전체 100%에서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을 뺀 나머지 값에서 결정되는데, 통상 사업비율은 20% 안팎이다. 합산비율이 100%을 넘기면 손해를 보는 셈이다. 5대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에 20%을 더하면 100%을 넘는다. 메리츠화재가 손실을 덜 수 있었던 것도 자동차 보험의 비중이 줄었던 덕이다.

메리츠화재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천3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올랐는데,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점유율도 4%대에서 3%대로 줄면서 손실 폭이 감소한 게 주효했다"며 "장기 보장성 보험 마케팅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이처럼 고공행진을 이어온 데엔 올 2월 대법원의 육체 노동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린 판결의 영향이 컸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동차 수리 인건비 ▲도료 값 ▲수리 부품 비용 인상 ▲한방 진료 증가 등도 손해율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더욱 심각하다. 올 상반기 5대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이미 100%을 넘긴 115.6~147.4%로 나타났다.

비급여 진료가 과잉으로 이뤄진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일부 비급여 진료 항목이 급여로 포함되자, 일부 비급여 진료가 비싼 값에 과잉 진료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급여 항목은 수가가 정해진 반면, 비급여 항목은 정해지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돈이 되는 도수치료, 주사치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비급여 항목을 권하는 병원들이 많다"라며 "환자 입장에서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만큼, 병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는 게 사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백내장 수술에 따른 보험료 지급액이 크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전망도 '흐림'…올 한해 예상 손실액 2조7천억원

손해율을 더욱 떨어뜨릴 요소가 있는 만큼,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대표적인 게 한방 진료다. 현재 실손보험은 한방 진료 중 급여 항목에 대해선 보장해주는 한편, 비급여 항목은 보장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에 따라 점점 급여 항목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엔 추나요법이 급여로 전환됐고, 올 10월부터는 시범사업이지만 첩약에 대한 급여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급여화가 이뤄지면 건강보험으로 보장받은 후 나머지 자기부담금에 대해선 실손보험이 보장해야하는 만큼, 손해율은 오를 수밖에 없다.

자동차보험에서도 한방 진료비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실손보험과 다르게 한방 비급여 항목도 보장 대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8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자동차 보험에서 보장한 한방 진료비는 7천139억원으로 지난 2017년 5천544억원보다 2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2천722억과 비교하면 4년 만에 4천500억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실손 보험에선 1조7천억, 자동차 보험에선 1조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올리고 싶어도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행 보험업법 등에 따르면 보험료는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끔 돼있다. 하지만 두 보험은 공공재적 성격을 띤 탓에 정부로부터 간접적인 통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 자동차 보험은 차량 소유주라면 반드시 가입해야하는 의무보험인데다, 소비자 물가지수 산정 대상에 포함된다. 실손보험도 2018년 기준 가입자가 3천4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제2의 건강보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손해율에 맞게 보험료를 올리는 것 외엔 답이 없다"라며 "하지만 당국의 검사권한을 쥔 탓에, 보험료를 인상하려 해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처럼 '덜팔기' 전략을 쓸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적자를 보는 자동차보험을 최대한 덜 파는 전략을 폈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비교적 최근 진입한 메리츠화재와는 다르게 기존 대형사는 업력이 오래된 데다 보유 고객도 많아 사회적 책임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에, 판매량을 줄이는 것도 어렵다"고 전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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