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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은 OK인데…韓 게임만 차별하는 中


中 정부, 美·日과 달리 韓에는 외자판호 미발급 여전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중국 시장에서 한국 게임에 대한 차별이 장기화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사태 때문이라지만, 중국과 실질적인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이나 역사·영토분쟁 등을 벌인 일본 게임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양상이어서 국내 게임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5일 막을 내린 차이나조이 2019에는 일본풍 게임과 일본·미국의 지식재산권(IP) 및 관련 업체들이 주를 이뤘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서브컬처 성향의 이른바 '2차원 게임'은 올해 차이나조이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일본 IP를 직접 쓰지 않아도 일본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게끔 제작된 중국 자체 미소녀·미소년 캐릭터 게임들도 눈에 띄었다.

또 '슬램덩크', '이누야사' 등 일본 애니메이션 IP를 직접 활용한 게임들도 많았다. '콜오브듀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미국 게임 IP와 '디즈니', '마블' 등 미국 IP를 전시한 부스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차이나조이 2019에 등장한 닌텐도 부스와 일본 애니메이션 이누야사 IP를 활용한 부스
차이나조이 2019에 등장한 닌텐도 부스와 일본 애니메이션 이누야사 IP를 활용한 부스

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E3) 2019에는 불참했던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가 모습을 보인 가운데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등도 참여했다. 기업대상(B2B)관에는 일본무역진흥회 공동관 등이 들어섰다.

미국 기업 중에서는 칩셋 제조사인 인텔과 퀄컴이 각각 1만㎡ 상당의 이용자대상(B2C) 전시관 하나를 단독으로 사용하며 부스를 마련해 주목받았다.

각 단독관에서는 레이저(RAZER), 휴렛 팩커드(HP) 등 인텔과 퀄컴의 파트너사들이 게임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e스포츠 이벤트 등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구글, 엔비디아, 유니티, 에픽게임즈, 스냅챗 등 업체가 B2B관에 자리를 잡았다.

반면 국내 업체의 참여는 유례없이 저조했다. B2C관에 부스를 꾸린 국내 게임사는 없었고 삼성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부스를 낸 정도였다. B2B관에도 라인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 2곳만이 참가했다. 올해는 한국콘텐츠진흥원도 한국공동관을 내지 않았다.

B2C 중국 파트너사 부스를 통해 전시된 국산 게임도 많지 않았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등의 일부 게임이 현지 퍼블리셔 부스를 통해 전시되며 존재감을 나타냈지만, 2000년대 출시된 기존 작품들 위주였다.

차이나조이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 것은 국산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 발급 중단이 장기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사드 논란이 심화되자 지난 2017년 3월부터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판호란 일종의 게임 서비스 허가권으로 외자는 해외 게임사에, 내자는 중국 게임사에 발급된다. 판호 없이는 중국 현지에서 유료 아이템 판매와 같은 수익 활동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약 37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 시장 진출이 사실상 막혀버리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에 대한 우선순위를 점점 낮추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과거 한국 게임의 텃밭으로 불렸던 차이나조이에서 국산 게임도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中, 외자판호 발급 재개했지만…韓 게임 미발급 여전

차이나조이 2019에 마련된 인텔(왼쪽)과 퀄퀌 단독관
차이나조이 2019에 마련된 인텔(왼쪽)과 퀄퀌 단독관

지난해 판호 발급을 전면 중단했던 중국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외자판호 발급을 재개하며 한때 기대감도 커졌으나, 여전히 국산 게임에는 판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펍지주식회사, 펄어비스 등은 지금까지도 판호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스마일게이트와 라인게임즈가 파트너사인 바이브 부스와 B2B 자체 부스를 통해 각각 신작을 선보였지만 이 역시 판호는 아직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우회경로를 택하는 게임사도 늘고 있다. 차이나조이에 참가한 웹젠의 뮤 IP와 네오위즈의 블레스 IP 신작들은 중국 개발사 게임으로 내자판호를 받았다.

그러나 이처럼 국산 게임은 판호가 막힌데 반해 미국과 일본 IP는 판호 발급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

실제 올 들어 외자판호가 재개된 이래로 '짱구는 못말려', '뱅드림', '드래곤볼' 등 일본 IP 게임과 'NBA 2K19', '포르자 모터스포츠7' 등 미국 게임은 판호를 받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에도 국산 게임을 제외한 20여종의 외산 게임에 외자판호를 내줬다.

이에 사드 보복은 핑계일 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과 직접적인 무역마찰을 겪고 있는 데다가 일본도 중국과 꾸준히 역사 및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외자판호가 나오고 있어서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미국의 경우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기는 하나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이 어설픈 문제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에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경제 규모가 한국의 3배에 달할 뿐만 아니라 미·일 동맹으로 인해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국가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은 일단 경제적으로 규모가 애매한 상황에서 사드라는 결정적인 빌미를 줘버렸다"며 "결국 미국과 일본보다 힘이 약해 두들겨 맞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판호, 中에 지속 건의 중"…韓·中 협회 약정 등 기대감도

차이나조이 B2B관 내 마련된 일본무역진흥회 공동관(왼쪽)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인근 호텔에 마련한 수출 상담 공간
차이나조이 B2B관 내 마련된 일본무역진흥회 공동관(왼쪽)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인근 호텔에 마련한 수출 상담 공간

이와 관련해 정부는 판호 문제 해결을 위해 꾸준히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속적으로 중국에 관련 문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체부는 이달 말 인천에서 열리는 한·중·일 3개국 관광 장관회의에서도 판호 관련 문제를 중국 측에 건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번 차이나조이 기간 동안 한국과 중국 게임산업협회가 상호협력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일각에서는 판호 관련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다시 나온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2일 중국음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출판업무위원회와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한중 게임 저작권 산업 발전 및 게임분야 협력을 위한 '한중 게임 저작권교류 협력약정'을 체결했다.

협회와 중국게임출판위원회는 이번 약정을 계기로 양국 게임관련 법률과 정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관련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한국과 중국은 세계 게임시장에서 가장 가깝게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며 "이번 약정은 그동안 협력 관계를 한 단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하며 양국 게임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 연예 등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한한령이 풀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라는 얘기도 나왔다.

김소연 라인게임즈 중국사업총괄은 "정부 규제 정책이어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영화 등에서도 한한령이 점점 풀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게임에 대한 외자판호에 대해서도 향후 긍정적인 방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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