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생] 노인복지관 넘어 세대 간 화합의 장 꿈꾼다

[르포](상) 전주 금암노인복지관 방문기…"돌봄 체계 마련이 지역 경제 활성화 관건"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젊은이들이 떠난 자리엔 노인이 남아있다. 일하고 싶은 의지는 충만하지만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 그렇게 지방은 점점 쇠락의 길을 걷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지역재생'이다. 전북 전주를 찾아 바람직한 지역재생 현장을 탐방하고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6월 통계청이 내놓은 '시·도별 장래인구특별추계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고령인구는 2020년 800만을 넘겨 2047년엔 1천800만명을 돌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산가능연령인 15~64세 인구는 영남권과 호남권에서 2047년까지 41.5%, 35.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전북 전주시의 금암노인복지관 본관 전경 [사진=서상혁 기자]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의 돌봄 기능 강화가 지역재생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지역재생포럼 2019'에서 임강섭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추진팀장은 "오래 전부터 지역 현지 어르신과 아동, 장애인의 돌봄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대안은 부재했다"며 "마을 중심의 돌봄 체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군계일학처럼 눈에 띄는 커뮤니티 센터가 있다. 한글, 영어 등의 교육은 물론이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등 노인들의 재사회화를 지원한다. 전북 전주의 금암노인복지관의 이야기다. 돌봄 체계 확립을 통한 지역재생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일과 3일 복지관을 방문했다.

◆어르신들의 사랑방을 넘어 지역 문화 활성화까지

금암노인복지관은 지난 2001년 6월 개관한 노인복지시설이다. 3일 기준 복지관에 등록된 회원은 약 4천700여명에 이른다. 시설은 본관과 별관으로 구성돼있다. 본관에선 공연같은 비교적 규모가 큰 행사가 진행되는 한편, 별관에선 한글 교실이나 물리치료 등이 이뤄지는 식이다.

3일 오전 8시 금암노인복지관 소속 노인들이 환경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활동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하루 3시간·열흘 간 일하면 약 27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사진=서상혁 기자]

복지관의 주된 사업은 평생교육프로그램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댄스스포츠 등 건강증진 ▲취미여가 ▲한글, 영어 교실 등 교양교육 ▲정보화 교육 등이 빼곡하게 진행된다. 프로그램 당 평균 80명, 하루에 약 300명 정도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복지관을 방문한 3일은 방학 중이라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럼에도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신문을 읽는 등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꽤 있었다.

복지관에서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정귀선 사회복지사는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그냥 오셔서 TV를 시청하거나 장기두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며 "특히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경로 식당 이용률도 높다"고 전했다.

복지관의 이른바 '최애' 프로그램은 '물리치료'였다. 이날도 복지관 별관 2층에 마련된 치료실은 마사지를 받으려는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장애인 단체와 업무 협약을 맺고 시각장애 물리치료사를 고용하고 있다는 게 복지관의 설명이다.

노인 일자리에도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게 2015년부터 진행한 '전주한옥마을어르신포도대'다. 전주한옥 마을에서 노인들이 조선시대 포도대 복장을 한 채 마을을 안내하거나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게 주 내용이다. 현재 약 50여명의 노인들이 2개조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으며, 혹서기라 오전에만 운영하고 있다.

정 복지사는 "전주에 오래 거주한 만큼, 누구보다 설명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라며 "포도대 사례를 보고 여수나 제주 등에서 지역 특색을 살린 어르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컨설팅 의뢰를 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복지관은 ▲매일 아침 복지관 일대를 청소하는 '환경정화활동' ▲노인 회원이 독거노인을 보살피는 '노노(老老)케어' ▲영유아보육도우미 등으로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단순한 노인복지관이 아닌 세대 통합의 장으로

금암노인복지관은 노인 돌봄을 넘어 모든 연령대를 한 데 묶는 지역사회의 구심점 역할까지 바라보고 있다. 특히 인근의 전북대, 전주대 학생들과의 교류로 세대 간 격차를 좁혀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올해 초부터는 대학생과 노인회원을 일대일로 연결해 스마트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은 욕구는 강하지만, 사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위해 개설됐다. 또 대학생과 노인들이 세대차이와 관련된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는 '1·3 공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1·3 공감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최국환 사회복지사는 "청년층과의 토론을 통해 정책제안을 하는 등 어르신들의 재사회화가 목적"이라며 "대학생들도 처음엔 노인들과 대화하는 걸 껄끄러워했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벗봉사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말벗 등의 돌봄활동을 제공하면 이를 '돌봄포인트'로 적립하고, 65세 이후에 본인 또는 가족이 돌봄활동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정 복지사는 "학교 갈 때 옆집 어르신에게 말 한마디 건네는 간단한 봉사활동이다"라며 "젊은 세대 입장에선 단순한 봉사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독거노인들의 고독사를 예방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2일 무더위 쉼터에서 스포츠 마사지를 진행한 트레이너 강명수 씨(왼쪽), 전북대 대학원 재학 중인 이수빈 씨(가운데), 전북대 재학 중인 오찬진 씨(오른쪽). 이들은 이날 1시간 가량 마사지 봉사를 진행했다. [사진=서상혁 기자]

청년 세대의 호응도도 높다. 2일 무더위 쉼터에서 스포츠 마사지 봉사를 진행한 전북대 스포츠과학과 오찬진 씨는 "청년 입장에선 말벗을 한다는 게 힘든일도 아닌데, 이렇게 고마워하시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먹먹하다"며 "처음 어르신들을 대할 땐 어려웠는데, 내 할머니라고 생각하니 편해졌다"고 전했다.

정 복지사는 대학생이 노인복지관을 찾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봤다. 세대 간 소통의 기회가 많을수록,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봉사활동을 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봉사를 했다기 보다는, 어른을 대하는 법 등 무언가를 얻어갔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이렇게 대학생들이 노인들과의 소통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지역재생에 있어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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