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생] "함께사는 연습으로 공동체 정신 가꿔요"

[르포](하) 전주 금암노인복지관 방문기…"지역 미래 위해 머리 맞대려면 연대부터"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별로 대단한 것도 없어, 친구 챙기는 거 당연하거지. 우리 나이 때는 안 보이면 무슨 일이 생겼다고 봐야 해. 덤덤하기도 하고."

공동체 정신과 연대 의식은 지역재생이 이뤄지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아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머리를 맞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 사업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주민 공동체 회복'을 꼽는다.

◆낯선 사람과도 10분이면 '절친'…연대가 가진 힘 강력해

오후 8시 전북 전주시 금암노인복지관. 복지관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시각인데도 입구에서부터 사람들 말소리가 들려왔다.

진원지는 2층 대강당. 단상엔 스포츠 마사지를 받으려는 노인들이 줄을 서있는 한편, 나머지는 강당 중앙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일일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다.

2일 전주 금암노인복지관 무더위 쉼터를 찾은 나원자(오른쪽), 신묘남(가운데), 유정애(왼쪽) 씨가 TV 시청 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상혁 기자]
지난 달 29일부터 금암노인복지관은 에너지 취약계층인 독거노인들의 안전한 잠자리를 위해 야간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열대야에 밤을 편하게 보내지 못하는 노인들이 잠을 자고 갈 수 있도록 침구류, 간식 등을 제공한다. 특히 편안한 휴식을 위해 개인용 텐트를 설치했다는 설명이다.

밤 8시부터 9시까지는 복지관에서 마련한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9시부터 10시까지는 TV를 시청한다. 일주일 중 2일은 스포츠 마사지, 건강체조, 영화상영도 이뤄진다. 안전을 위해 자원봉사자 2명이 격일로 출근해 밤새 당직을 선다. 복지관 직원 1명도 10시까지 연장 근무를 한다.

쉼터 정원은 32명이다. 강당에 비치된 텐트에 2명씩 들어가 잠을 자게 된다. 배정은 무작위다. 모르는 사람과 같이 자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불편한 내색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한다.

이선경 금암노인복지관 행정복지부장은 "대부분이 같은 처지에 놓인 독거노인이다 보니, 동질감을 느껴서 금방 친해지시는 것 같다"며 "무작위 배정에 크게 반대하시는 분들도 없고, 외려 하룻밤 새 친구가 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아유 시원하니 좋네" "그쵸? 여긴 걸어서도 올 수 있겠어요" “아유 난 다리 아파서 안 돼"

방옥실 씨와 홍정자 씨는 이날 텐트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그런데도 금방 친해졌단다.

방 씨는 "아무래도 여기 있는 사람들 다 혼자 사는 노인이다 보니 서로 동정심을 느끼는 것 같다"며 "오늘 이렇게 친해졌으니, 앞으로도 계속 교류하고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홍 씨도 "낯선 곳이라 잠이 잘 올라나 싶다가도, 오늘 도란도란 이야기하면 금방 잠이 올 것 같다"며 "얼마 전 서울에서 내려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친해질 기회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나원자 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2명과 쉼터를 찾았다. 찜통 같은 집에 있다가 복지관에서 자게 되니 그야 말로 천국이라는 반응이다.

그는 "집에 있으면 덥기도 덥고 이야기할 상대도 없어 심심하다"며 "복지관에서 친구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도 친해질 기회가 생기니 마치 소풍 온 기분"이라고 전했다.

더위에서 해방되어서인지, 사람에 대한 갈증이 풀려서인지 이날 불이 꺼진 후에도 복지관 2층 강당은 한동안 이야기 주머니로 가득했다.

◆"함께 사는 연습이 공동체 정신 회복을 위한 중요 조건"

다음 날 오전 7시 30분. 복지관을 다시 찾았다. 지난 밤 복지관을 찾은 노인들은 이미 새벽 5시 반께 짐을 챙겨 복지관을 나갔다고 한다.

20분도 안 돼 복지관의 정적은 깨졌다. 아직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임에도 노인들은 복지관 1층에 마련된 쇼파에 앉아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눴다.

3일 전주 금암노인복지관 1층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복지관 회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은 복지관 방학이었음에도 차를 마시고 친구를 만나려는 노인들로 북적였다. [사진=서상혁 기자]
하기수 씨도 아침마다 복지관을 찾는 이 중 한 명이다. 자판기에서 100원짜리 믹스커피 한 잔을 뽑고, 비치된 종이신문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에게 복지관은 사랑방인 셈이다.

그런 하 씨에게 요즘 걱정이 있다. 매일 아침 같이 커피를 마시는 친구 한 명이 며칠 째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 씨는 "아침마다 차를 마시면서 알게 된 친구 한 명이 있는데, 며칠 째 보이지를 않아"며 "걱정되기도 하고, 복지관에 알려야 겠어"라고 말했다.

정귀선 금암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어르신처럼 당연하게 서로 챙기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지역재생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양열 금암노인복지관 관장의 말을 따르자면 공동체 의식은 결국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 함께 사는 법을 연습해야 쇠퇴한 지역 사회를 되살리기 위한 발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래도 혼자 지내는 게 일상인 분들이다 보니 이렇게 복지관에 와서 사람과 대화하고 공동으로 무언가를 해낸다는 거에 만족감이 상당히 높다"며 "결국 이런 것들이 함께 사는 연습이고, 앞으로 커뮤니티 센터들이 맡아 줘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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