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재산업 육성과 日 수출규제 대응은 별개로 가야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52.1%까지 올랐다. 한때 47%대까지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상승세다. 여론조사기관들은 반일 감정이 퍼진 상황에서 정부의 '극일(克日)' 의지가 지지율 상승에 즉효약이 됐다고 평가한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매주 일본에 대한 단호한 발언을 이어가며 일본의 공세에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내 기업들에게 '자력갱생'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잇따라 내놓는 기업 친화 정책과 규제 완화는 그간의 행보와 다소 결이 다르지만, 국내 기업의 소재·부품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바꿔 말하면 이는 곧 정부가 기업을 독려해 일본에 대한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일본과의 대항 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지지율도 높이고, 국내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다는 평가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다.

문제는 이것이 과연 적절한 해결책이 맞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주로 소재 국산화 촉진을 위한 R&D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다. 그러나 소재 국산화는 장기적인 계획 아래 진행해야 한다. 일본만 해도 소재·부품 기술 육성에 수십 년의 시간이 들었다. 당장 개별 기업들의 반도체 주요 소재 재고가 길어야 3개월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정책들은 즉각적인 처방과는 거리가 있는 조치다.

정부가 추가적인 예산·세제지원 등을 예고했지만 이 역시 목표가 '국산화'라는 점에서 비슷한 지적이 가능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를 소재·부품 국산화를 기다리기에는 국내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다음달 2일 일본이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면 기존 263개 품목 이외에 나머자 857개 전략물자에 대해서도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소재를 비롯해 각종 센서·부품·통신장비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화학공업 생산품, 플라스틱 등의 제품, 차량·항공기·선박과 수송기기 관련품 등의 일본 의존도가 90%가 넘었다. 당장 화학·배터리·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도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직접적 피해가 우려된다. 단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 것만으로도 국내 업계는 크게 요동쳤다. 발빠르게 움직여 당장 라인 가동을 멈추지 않을 정도의 재고를 확보했지만 수출 규제가 장기화된다면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이제라도 정부가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나선 것은 좋다. 다만 이는 이번 사태와는 별개로 꾸준히 이어 나가야 할 중장기 정책이다. 앞서 언급했듯 당장 처한 문제의 해법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원래부터 했어야 할 산업육성 정책을 어설프게 이번 이슈와 묶어 정치적으로 내세운다면 당장의 지지율에는 좋을지 몰라도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아베 정부의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진 부분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까지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곤란하다. 정부의 이 같은 육성책이 단지 보여주기식의 일시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서는, 국산화에 대한 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염두에 둔 정책이 필요할 테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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