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H의 신생 포털 '파란'(www.paran.com)이 17일 오후 공식 오픈하면서 대기업 포털과 전문 포털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SK와 CJ가 발을 담근 포털 시장에 KT그룹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합류, 다음-네이버-야후코리아 등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전문 포털들과 피할 수 없는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 인수합병(M&A)이라는 '잭팟(Jack pot)'을 터트리면서 전문 포털 업체들의 허를 찌르고 시장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는 와중에 KTH 파란의 등장은 기존 틀을 뒤흔드는 또 다른 충격파로 작용할 공산이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스포츠 신문 5개지의 뉴스 콘텐츠를 패키지 형태로 각 신문사마다 월 1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한 파란은 시작부터 시장의 '파란'을 자처하고 있어 하반기 포털간 경쟁을 혈전으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포털, 포화 시장에서 '옆으로 나란히??'
현재 국내 인터넷 포털 시장은 다음-NHN 네이버-SK 네이트닷컴-야후코리아-엠파스-드림위즈-하나포스닷컴-CJ 마이엠 등이 서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구도는 다음과 네이버의 2강 체제 속에 싸이월드를 합병한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닷컴이 위협적으로 급부상, 이 구도를 깨뜨리려고 하고 있다. 네이트닷컴은 이미 지난 6월 중순 주간 페이지뷰 기준으로 38억 페이지뷰를 돌파, 다음을 제치고 국내 전체 웹사이트 중 1위를 차지하면서 포털 신3강 시대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또한 글로벌 강자 야후를 모기업으로 둔 야후코리아가 선두그룹 진입을 위한 일대 반격에 나선 상황이며 엠파스와 드림위즈, 하나포스닷컴 등은 선두권을 쫓아가기엔 힘에 부쳐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초 플래너스를 인수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 CJ인터넷은 최근 검색포털 마이엠을 축소하고 게임포털 넷마블에 주력할 뜻을 비추면서 경쟁구도에서 자발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미 정국이다.
따라서 올해 5위권 진입을 선언하며 경쟁에 불을 지른 KTH '파란'은 결국 국내 포털 시장의 경쟁을 한층 가속화하는 한편 이러한 불안정한 시장구도를 더 빨리 정리해 주는 '해결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것이란 평가이다.
당분간 다음-네이버로 대표되는 전문기업과 네이트닷컴-파란 대기업 포털이 신4강 체제를 형성하면서 옆으로 나란히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기업 포털, 통신 모기업 후광...유무선 통합 장점
17일 오후 예정대로 얼굴을 드러낸 KTH의 파란은 일단 기존 KTH의 하이텔과 한미르, 위탁 운영하는 메가패스를 합쳐 탄생한 회원수 3천만명을 거느린 거대 신생 포털이다.
표면상으로는 KTH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통신 사업자인 KT그룹이 향후 유무선 미디어로 키우려는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봐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현재 파란이 기존 포털과 차별화된 점은 ▲5개 스포츠뉴스의 헤드라인을 담은 파란뉴스와 동영상 퍼니뉴스 등 뉴스테인먼트적인 요소, ▲지도/전화번호 검색, ▲9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 ▲망 사업자인 KT의 후광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다른 전문 기업들이 인터넷만을 매개체로 하지만 파란은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닷컴과 함께 인터넷 + 알파를 매개체로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대기업 태생의 포털들이 통신 모기업의 후광을 등에 업고 유무선 통합 시대에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1∼2년 동안 개인 휴대인터넷, 4세대 이동통신 등 유비쿼터스 환경이 급속히 조성될수록 활용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한층 넓어질 수 있다.
SK나 KT가 그리는 인터넷 패러다임이 10년 동안 숙련된 경험을 축적한 전문 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단기간에 현실화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또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도 이 점 때문이다.
◆'돈'보다는 '창조적 조직'이 앞선다
올해 '한메일'로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을 맞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키워드검색' 하나로 포털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NHN이 대기업과 맞닥뜨린 현실이 '위기'인지 아니면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 처럼 '과거에도 있었던 별일 아닌지'는 아직 판가름 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 97년 말 IMF가 터지면서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고 철수했던 시절에도 다음과 네이버 등 전문 기업들은 꾸준히 버티면서 시장개척과 선점을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음과 네이버의 힘은 인터넷 시대의 문화적 코드를 창조적인 변화로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대기업보다 한 수 위다. 다른 대기업들은 이러한 실험을 경험하거나 성공하지도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기업 포털 군단이 전문 기업들을 뛰어넘으려면 일차적으로 이러한 창조적 조직문화를 얼마나 빨리 구축하고 네티즌들의 문화를 어떻게 독창적으로 선도해 낼 수 있는가가 성공의 관건이다.
현재 다음과 NHN 등에서 인력을 보강해 280여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KTH 파란이나 싸이월드를 품에 안은 SK 네이트닷컴이 일체감 있는 조직 문화를 형성하고 경영진들이 이들의 창조적 힘을 끌어내는 혜안을 갖추고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인 메트릭스 조일상 사장은 "최근 1∼2년동안 대기업들이 인터넷 사업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전문기업들이 우위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파란의 가능성은 3개월 정도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돈보다는 조직문화를 잘 통합하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자생 시스템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인터넷 포털 사업의 경쟁 포인트는 '돈'이 아니라 '창조적인 변화를 원하는 사람'인 셈이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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