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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 스타벅스 韓 진출 20년…"커피 문화 바꿨다"


에스프레소 커피·테이크아웃 문화 전파…트렌드 이끌며 시장서 독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A씨는 학원에서 강의를 들은 후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스타벅스 앱에 접속했다. '사이렌 오더(모바일 결제 시스템)'로 평소 마시던 '휘핑크림 없는 아이스 화이트 초콜릿 모카'를 주문하기 위해서다. A씨는 모바일 앱에 입력된 자신의 별명을 부르는 스타벅스 직원을 통해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음료를 받았고, 테이블에 앉은 후에는 콘센트에 전원을 연결하고 노트북을 켰다. A씨는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해 스타벅스가 무료로 제공하는 와이파이를 이용하려고 이곳을 매일 찾는다"며 "조용한 독서실보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한국 1호점인 이대점 오픈 당시 모습 [사진=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스타벅스 한국 1호점인 이대점 오픈 당시 모습 [사진=스타벅스커피 코리아]

1999년 7월 27일. 이화여대 앞에 처음 자리를 잡았던 스타벅스가 27일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았다. '밥보다 비싼 커피'로 주목을 받았던 스타벅스는 다방 커피, 자판기 커피 일색이었던 국내 커피 시장에 '에스프레소 커피'를 처음 선보였고, 이를 하나의 '문화'로 발전시켰다.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를 확산시킨 것도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음료만 파는 것이 아니라, 콘센트·무료 와이파이 등 편의를 함께 제공하며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고객들은 체류 시간이 늘어나자 스타벅스의 다양한 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커스텀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대로 음료를 주문해 마시거나, '사이렌 오더'로 매장에 가기 전 앱을 이용해 음료를 미리 주문하기도 했다. 무료 와이파이 덕분에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카공(카페+공부)족'들도 많아졌다. 다방에서 '커피 둘, 설탕·프림 셋' 커피를 마시며 얘기만 했던 20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또 스타벅스는 텀블러, 머그컵 등 MD 제품으로도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특히 '체리블라썸' 등 매년 시즌마다 내놓는 한정 MD 상품들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한국 스타벅스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 아이템이 됐다.

더불어 스타벅스는 한국인의 입맛과 성향에 맞춰 메뉴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특히 오미자, 매실, 밤 등 한국 특산물을 활용해 '문경 오미자 피지오', '광양 황매실 피지오', '공주 보늬밤 라떼', '이천 햅쌀 라떼' 등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한국에서 연 평균 35종의 새로운 음료를 선보이고 있고, 이 중 90%가 한국 자체 개발 음료"라며 "미국 시애틀 본사에서 음료를 개발해 전 세계로 전달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메뉴를 수정해 들여오거나 국내 음료개발팀이 새롭게 메뉴를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개점 20주년을 맞아 새단장한 스타벅스 한국 1호점 '이대R점' 전경 [사진=스타벅스커피 코리아]
개점 20주년을 맞아 새단장한 스타벅스 한국 1호점 '이대R점' 전경 [사진=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스타벅스의 이 같은 전략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빠르게 훔쳤다. 스타벅스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매장 수도 급속히 늘어 2010년 327개, 2013년 500개, 2016년 1천 개를 돌파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매장 수는 1천300개다. 매출액은 지난해 1조5천22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천74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업계 2위 투썸플레이스의 5배가 넘는 수치다.

이 같은 성장세에 신세계그룹도 덩달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990년대 초 미국 유학 생활 중 '스타벅스'를 경험한 후 국내에 들여왔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스타벅스 인터내셔널과 이마트가 각각 50%를 투자해 설립된 것으로, 이마트는 지난해에만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로부터 200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또 스타벅스에 베이커리류 등을 납품하고 있는 신세계푸드는 지난 1분기에만 스타벅스로부터 올린 매출이 전체 연결 매출의 10%를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한국 진출 초기에는 높은 가격과 믹스커피와 다른 쓴 맛에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었다"며 "커피 전문점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고, 매장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와 스타벅스 매장 특유의 분위기가 꾸준히 유지되면서 이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성장세와 함께 국내 커피 시장도 급속도로 커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커피 시장 매출 규모는 지난해 약 6조8천억 원으로, 2017년에 비해 4천억 원 가량 증가했다. 1인당 커피 소비량도 지난해 353잔으로 세계 1인당 커피 소비량 132잔 보다 3배 이상 많다. 한국 원두 소비량은 약 15만 톤으로 세계 소비량의 2.2%로, 세계 6위다.

이처럼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업체들도 많이 생겼다. 당초 '별다방(스타벅스)', '콩다방(커피빈)' 중심이었던 국내 커피 시장은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엔제리너스커피, 파스쿠치, 폴바셋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생겨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레드 오션'이 됐다.

이에 스타벅스는 '고급화' 전략으로 경쟁에 맞섰다. 프리미엄 음료를 제공하는 리저브 매장 수를 점차 늘리고, '차'를 기본으로 한 티바나 매장도 선보였다. 개점 20주년을 맞은 이대점을 이번에 '리저브' 커피와 '티바나' 특화 프리미엄 매장으로 재단장한 것도 앞으로 이 메뉴들을 더 앞세우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20년간 고객 편의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커피를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사이렌 오더 등 혁신적인 IT 서비스 개발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서비스 강화를 통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전체 커피 산업 선진화도 이끌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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