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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릴레이 회의 마친 신동빈, 어떤 메시지 내놓을까


"위기 극복" 강조…불매운동 여파로 한일 갈등 해결책 제시 못할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5일간 이어졌던 롯데그룹 '2019년 하반기 사장단 회의'가 마무리되면서 재계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일본 출장을 다녀온 신 회장이 악화된 한일 관계를 풀 수 있을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불매운동'의 집중 타겟이 된 롯데의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오는 21일 오전쯤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언급됐던 신 회장의 메시지를 정리해 공개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이번에 ▲온라인 ▲글로벌 ▲사회공헌 등에 초점을 맞춰 사장단들에게 미래 경영 전략을 짤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잠실 롯데월드타워 로비에 들어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이현석 기자]
지난 16일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잠실 롯데월드타워 로비에 들어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이현석 기자]

지난 16일부터 식품·유통·화학·호텔&서비스 BU 순서로 진행된 롯데 사장단 회의에는 각 계열사 대표와 지주사 임원 등 총 100여 명이 참석했다. 경연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목표를 점검함과 동시에 '불매운동' 여파에 대한 대응책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각 계열사 대표들은 20분 보고와 20분 질의·응답 등의 형식으로 신 회장에게 회사의 비전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10년 사업 비전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발표는 전 계열사가 아닌 제과·칠성·푸드·백화점·마트·이커머스·케미칼·첨단소재·건설·호텔·면세점 등 창의적 사업계획을 보유한 15개 사만 참여했다.

이번 회의에서 유통 BU는 온라인 채널 강화에 대한 성과와 향후 계획을, 호텔·서비스 BU는 호텔롯데 상장을 화두로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 BU는 경기 하방에도 버틸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확보 방안을, 식품 BU는 인구 감소·고령화에 따른 성장동력 확보와 경쟁사 맥주인 '테라'를 견제할 만한 '뉴 클라우드' 전략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과 롯데 계열사 사장단들은 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 모두 함께 모여 질의응답을 하며 사업 계획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단 사장단을 향해 "위기 상황 극복에 힘을 싣자"는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끝난 후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신 회장이) 어려운 경제 환경인 만큼, 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사진=아이뉴스24 DB]

하지만 신 회장은 사장단 회의 마지막 날까지도 한일 관계나 일본 불매운동 움직임과 관련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앞서 사장단 회의 첫 날이었던 지난 16일에도 ▲일본 출장 성과 ▲일본과의 가교역할 방안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 등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롯데그룹 임원들도 일본과의 관계를 우려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이날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는 "오늘은 듣는 자리"라고 짧게 답했으며,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와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등도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빠르게 옮겼다.

다만 '유니클로' 한국 수입·판매사인 에프알엘코리아 수장 배우진 대표는 일본 본사 임원의 한국 불매운동 폄하 발언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탓에 여론을 의식해 또 다시 사과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배 대표는 "부족한 부분을 느낀다"며 "(사과 방안을) 추가 검토해 고객들에게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 사과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오해가 있었다"며 "일본 본사와 공동으로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5일간 이어진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이 '한일 간 갈등'과 관련해 아무런 메시지를 내놓지 않는 것을 두고,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해 15일 귀국한 신 회장은 현지에서 정·재계 관계자는 물론 금융계 인사들과 만남을 가지며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현 국내 상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격호 명예회장 때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집안과 친분을 쌓아왔던 만큼, 이번 일본과의 갈등을 풀 수 있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일각의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롯데가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른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아사히 맥주 등 일본 기업과 합작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불매운동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상태다. 또 롯데는 앞서 2017년부터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여파로 중국 사업에서 적잖은 손해를 입은 데다, 국내에서도 주력 사업인 유통 부문이 이커머스 업계에 밀려 성장세가 둔화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직접 연관돼 있지 않은 상태지만,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또 다시 부각되며 롯데가 불매운동의 타겟이 되고 있다"며 "재계에서는 일본 인맥이 넓다는 이유로 신 회장이 이번 사태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어, 신 회장이 이와 관련된 메시지를 전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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