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원자 한 개의 자기장을 관찰할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기술이 개발됐다. 기존의 분자 수준 자기공명영상보다 100배 이상 해상도를 높인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단장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이화여대 물리학과 석좌교수)은 미국 IBM과의 공동 연구로 원자 단위의 스핀 자기장을 시각화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세밀한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촬영에 성공했다고 2일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자기공명힘 현미경(MRFM, Magnetic Resonance Force Microscopy)으로 분자구조와 고체 결함을 볼 수 있는 수준의 자기공명영상 연구가 이뤄졌으나 해상도가 나노미터 수준에 그쳐 개별 원자를 보기는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주사터널링현미경 (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을 활용해 원자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주사터널링현미경은 아주 뾰족한 금속 탐침을 시료 표면에 가깝게 스캔해, 탐침과 시료 사이에 흐르는 전류로 표면 원자를 보는 장비다.
연구진은 주사터널링현미경 탐침 끝에 원자 여러 개를 묶은 스핀 클러스터를 부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스핀 클러스터는 안정적인 탐침 원자와 달리 스핀 간의 작용으로 자기장을 띠게 돼 시료 원자의 스핀과 상호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또한 초고진공 및 절대 0도에 가까운 극저온(-272℃) 환경을 조성해 탐침이 시료 표면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뒤 거듭된 실험 끝에 원자 한 개의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독특한 분자 구조의 신소재나 양자소자 등 미시적인 자성 현상을 갖는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개별 원자 단위의 시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눈으로 볼 수 있어야 나노 구조물을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사용해 단백질이나 양자시스템처럼 복잡한 구조 속 원자 하나하나의 스핀 상태들을 시각화할 계획이다.
제 1저자인 필립 윌케 연구위원은 “최근 자성 저장 장치를 포함해 나노 수준에서 다양한 자성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며 “이번 자기공명영상 기술로 고체 표면, 양자컴퓨터의 스핀 네트워크, 그리고 생체분자까지 여러 시스템의 스핀 구조를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교신 저자인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은 “병원에서 MRI로 사진을 먼저 찍어야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듯, 물리적 시스템도 정확히 분석해야 변형과 응용이 가능하다”며 “이번 연구로 원자들의 성질을 스핀 구조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확인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온라인에 2일 게재됐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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