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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중독이면 음식도 중독"


이경민 교수 "게임 이용 시 도파민, 음식 섭취와 비슷"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게임 중독이라는 말은 쓰면 안 된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여러분은 전부 음식 중독에 걸린 상태다."

이경민 서울대 의대 인지과학협동과정 교수는 26일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열린 '게임, 취미인가? 질병인가?' 토론회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로 지정한 것과 관련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교수는 1998년 저명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Evidence for striatal dopamine release during a video game)'을 언급하며 "비디오 게임을 포함한 미디어 사용 시 좋은 음식을 먹을 때와 동등하게 도파민 수치가 13~50%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뇌 신경 세포의 흥분 전달 역할을 한다. 음식 섭취(50%), 성행위(100%), 코카인(350%), 각성제(1200%) 등 상황에 따라 각기 달리 분비되는데 게임의 경우 음식을 먹을 때와 유사한 수준(13~50%)이 분비된다는 설명인 것.

이 교수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고, 행동도 이상해진다. 음식에 의존성이 있는데 이를 두고 음식 중독이라 하지는 않는다"며 "게임을 하면 도파민이 나온다는 논리가 세간에 퍼져있는데 아주 잘못된 오해"라고 지적했다.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로 인해 과잉 의료화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사회적 현상은 의료적 시각으로만 봐서는 답이 없고, 치료 방안을 내놓더라도 원인과 맞지 않는 치료여서 효과도 없고 왜곡 현상도 있다"며 "속된 말로 의사들 돈벌이만 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6일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게임, 취미인가? 질병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26일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게임, 취미인가? 질병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승훈 영산대학교 교수 역시 '귀인이론'을 들어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가 귀인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귀인이론은 자극과 반응을 매개하는 인지과정에 중점을 둔 이론으로 행동의 원인을 찾기 위해 추론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승훈 교수는 "원인과 결과를 놓고 판단해야 하는데 게임 이용 장애 찬성 측은 결과에만 주목, 비정상(게임 이용 장애)만 언급하며 처방하려 한다"며 "아이들의 주변 환경에 변화만 줘도 게임이 아닌 다른 걸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에 과몰입하게 된 사회적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문제도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게임에 의존하는 이유와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며 "의료적인 접근이 아닌, 사회·교육·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가 국내 도입될 경우 미칠 적잖은 파장을 우려했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게임이 질병화되면 이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오용 사례가 예상된다"며 "특히 범지를 저지른 사람이 게임을 원인으로 돌리거나, 게임이용장애를 이유로 병역 등 사회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도 "ICD에서 한국의 KCD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그대로 도입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낙인 효과'"라며 "10대 청소년을 정신질환자로 구분하게 되면 해당 청소년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신질환과 관련해 편견이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얼마나 사회에서 수용할 수 있을지 우려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금 당장은 학부모들께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찬성하기도 하나 나중에 자기 자녀가 실제로 정신질환자가 된다고 했을 때 어느 부모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청소년의 게임이용 관련 정신질환 낙인은 추후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은 "게임은 현재 콘텐츠 수출액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손쉽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라며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게임 과몰입, 폭력성 및 사행성 등으로 인해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이러한 시각에서 비롯된 규제 중심의 산업정책은 안타깝게도 우리 게임산업의 대외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향후 ICD-11의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한 여러 활동을 이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게임협회의 경우 KCD 개정안 등재를 차단하는 한편 WHO-FIC 연례회의를 통해 이의 개정을 시도하기로 했다.

WHO-FIC는 WHO 주도하에 발표되는 국제표준진단 및 여러 용어, 분류 체계를 개발 및 보급·교육하는 기관. ICD 분류 체계의 최종 결정 및 수정 역시 이 기관에서 담당한다. 매년 10월 기존의 국제분류 수정 및 필요한 논의를 이행하는 회의를 개최한다. 이때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의 문제점을 적극 제기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동성애(ICD-10 내의 성적성숙장애, 코드번호 F66.0)의 경우 ICD-11에서 제외돼 지난해 6월 정신 질환에서 제외된 바 있다.

게임개발자협회도 '재미가 없어서 중독 되지 않는 게임'을 개발하는 이색 게임잼을 열고, 굿게임 토론회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회 공익적 가치와 게임의 순기능 독려하는 게임대헌장을 선언하고. 공대위에 참여한 협단체 게임 행사와 연대 홍보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문영수 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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