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태양질량 1만 배 '원시 블랙홀' 최초로 발견


빛의 메아리 효과를 이용해 왜소은하 중심 블랙홀 질량 측정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지난 4월, 사상 최초의 관측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M87 은하 중심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하는 거대질량 블랙홀이었다.

과학자들은 태양질량의 백만 배에서 수십 억 배에 이르는 거대질량 블랙홀과 달리 태양질량의 1천 배에서 10만 배 정도의 중간질량 블랙홀은 관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블랙홀 질량이 작으면 중력이 미치는 공간도 작아서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빠르게 회전하는 가스나 별의 운동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불확실했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 연구팀은 지구로부터 1천4백만 광년 떨어진 왜소은하 NGC 4395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하고 그 질량이 태양의 만 배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에 발표했다.

블랙홀 연구의 중요한 단서가 될 왜소은하 중심의 중간질량 블랙홀의 존재가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빛의 메아리 효과를 이용한 획기적인 방법으로 블랙홀 질량을 측정했다. 빛의 메아리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빛이 블랙홀 주변을 회전하는 가스구름에 반사되는 효과를 말한다. 블랙홀 강착원반에서 발생한 빛(연속선)과 가스구름에 반사돼 발생한 빛(방출선)이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차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블랙홀의 질량을 도출한 것이다.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이 국제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구경 8.1미터 제미니 천문대, 천문연이 미국 아리조나주에 설치한 구경 1미터 레몬산 천문대, 미시간 대학 천문대 등 전세계 20 여개 천문대를 함께 사용해 빛의 메아리 효과를 측정했다.

계산 결과 연속선과 방출선의 시간차는 80분, 가스의 속도는 초속 426킬로미터, 블랙홀 질량은 태양질량의 만 배로 측정됐다.

왜소은하 NGC 4395과 은하 중심의 블랙홀. 강착원반에서 나오는 빛(연속선)과 방출선 영역에서 각각 나오는 빛(방출선)의 밝기를 시간에 따라 측정한 그래프 (오른쪽 위). 두 그래프가 보이는 밝기 변화의 시간차 (~80분)는 강착원반에서 방출선 영역까지 빛이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나타낸다. 이 시간차가 방출선 영역의 크기를 알려준다.[서울대 제공]

우종학 교수는 "중간질량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한 이번 연구결과는 우주초기에 형성된 블랙홀의 씨앗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블랙홀의 기원에 관한 이론은 별이 죽으면서 만들어지는 별블랙홀(stellar black hole)이 가스를 유입하며 점점 성장해 거대질량 블랙홀이 된다는 ‘가벼운 씨앗(light seed)’ 모형과, 우주 초기의 거대한 가스 덩어리가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만들어진 중간질량 블랙홀이 거대질량 블랙홀의 씨앗이 된다는 ‘무거운 씨앗(heavy seed)’ 모형이 경쟁하고 있다.

만일 무거운 씨앗 모형이 맞다면 이번에 발견한 블랙홀은 우주초기에 태양질량의 만 배로 형성된 후 거의 변하지 않아 원시 블랙홀의 흔적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공동운영하는 제미니 천문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 교수는 “몇 년 전 한국이 제미니 천문대에 국제파트너로 참여하면서 한국천문학자들에게 제미니 천문대를 사용할 기회가 열렸다. 이 때부터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왜소은하 NGC 4395 중심의 블랙홀을 관측해 빛의 메아리 효과를 측정하려는 프로젝트는 과거에도 여러 천문대에서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서울대 박사과정 조호진 연구원은 “매우 도전적인 관측이었고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어려움이 컸지만 대대적인 관측 캠페인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훌륭한 자료를 얻었다. 매우 흥분되는 결과다’라고 말했다.

최상국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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