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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담배 출현에 무방비한 정부…업계·소비자 '혼란'


부처별 업무 소관 갈등에 관련 법안 3년째 계류 중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의 등장으로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2년 전 '아이코스'가 출시될 당시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에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인 '쥴'이 출시됐지만 현재까지 기기의 유해성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해 업체들과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식약처는 2년 전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선보였을 때 기기 출시 후 성분 분석에 나섰으며, 이번 '쥴' 역시 판매 10일이 지나서야 성분 검사에 착수했다. '아이코스'의 검사 결과 발표는 연구를 진행한 지 1년이 지난 후 이뤄졌으며, 최근 유해성분 분석에 착수한 '쥴'도 최종 결과는 1년 후에나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약처가 '쥴'에 대한 유해성 검사에 착수했으나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식약처 로고]
식약처가 '쥴'에 대한 유해성 검사에 착수했으나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식약처 로고]

이 같은 식약처의 뒤늦은 대응 탓에 담배 과세 기준도 오락가락하고 있는 상태다. 액상형 전자담배도 똑같이 건강에 유해하지만 일반 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에 비해 세금이 낮게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담배 과세는 '몸에 나쁜 정도'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어 가장 건강에 나쁘다고 여겨지는 일반 담배에 가장 높은 세금이 붙게 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니코틴 함량이 0.7㎖ 수준인 액상형 전자담배 카트리지 1개에 부과되는 세금은 1천769원 수준으로, 3천323원인 일반 담배와 3천4원인 궐련형 전자담배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년 전 '아이코스'가 출시됐을 때도 담배 세금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정부는 당초 '아이코스'의 세금을 일반 담배의 50% 수준으로 책정했지만, 문제가 되자 관련법을 개정해 90% 수준으로 바로 인상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된 것은 신종 담배 기기가 출시되고 있지만, 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반담배와 전자담배가 건강에 어떤 유해성이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연구 결과를 내놓지 못한 데다, 아직까지도 이를 '연구'만 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관련 법령이 없는 것도 한 몫 했다.

현행 담배사업법·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식약처는 국내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 선제적인 성분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 또 식약처는 독자적인 검사 권한도 없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등 상급 기관의 별도 요청 없이 식약처 단독으로 성분 검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지난 2016년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담배사업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의 부분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의 소관 문제 갈등으로 법안 계류 중인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 즉시 처리됐더라면 '아이코스'가 출시되기 전에 성분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지난달 24일 있었던 쥴랩스 국내 정식 론칭 간담회. [사진=아이뉴스24DB]
지난달 24일 있었던 쥴랩스 국내 정식 론칭 간담회. [사진=아이뉴스24DB]

업계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제조 단가가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대비 높아 세율이 높아질 경우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쥴' 제조사 측은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95% 적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와 상반되는 연구결과도 수차례 제시된 상태다. 따라서 1년이나 걸리는 정부의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업체와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는 '아이코스' 출시 때도 시장에 제품이 판매되고 있을 때 성분 조사에 착수했고, 1년이 지난 후 제조사 의견과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해 지금까지 갈등 상태에 놓여 있다"며 "'쥴'도 제조사 측의 주장 외에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출시된 만큼, 향후 결과에 따라 세금이 높아져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 카트리지는 일반·궐련형 전자담배 대비 제조 원가 자체가 월등히 높기 때문에 세금이 높아진다면 가격을 올릴 필요가 있다"며 "뒤늦은 유해성분 규명으로 가격이 오를 경우 현행 가격을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 규정 제정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 액상형 전자담배 출시를 유해성 검사 이후로 미루는 등의 조치라도 취했어야 했다"며 "정부와 관련 부처가 서로 떠밀며 업무를 지연시키는 동안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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