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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 호황'에도 장비·부품 '낙수효과'는 없었다


"삼성·하이닉스 '대호황'에도 단가인하·통행세 불공정 여전" 주장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국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반도체 업계의 고질적인 불공정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까지 2년간 메모리 분야의 '슈퍼 호황'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종합반도체 기업들은 40~50%의 막대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정작 국내 장비·부품·소재 업체들은 제조업 평균에 해당하는 5~6%로 전혀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표 업체들이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도 적극적 지원을 추진 중이지만 중소·중견 장비·부품 등 후방 업체들에 대한 지원이 보다 절실하다는 게 이들 업계의 인식이다.

3일 국회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김학수 교수에 따르면 국내 25개 중소·중견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업체 대상 심층면접 조사 결과 21개 업체(84%)가 "고객사와 거래에서 단가결정 구조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SK하이닉스의 신형 낸드플래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신형 낸드플래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SK하이닉스]

또한 13개 업체(52%)가 "고객사의 기술가치 인정이 인색해 연구개발 투자가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다. 11개 업체(44%)가 "해외진출을 희망하고 있으나 고객사의 요청으로 사실상 어렵다", "거래에 있어 중간 관리회사의 이른바 '통행세'로 이익률 편취가 발생한다"고 답변했다.

특이한 점은 13개 업체(52%)가 "외국 회사의 경우 매년 단가를 삭감하지 않는다"고 표현한 점이다. 국내 종합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납품 과정에서 단가 협상을 둘러싼 '갑질'이 있다는 점을 에둘러 시사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선 그 외에도 20개 업체(80%)는 "인력수급이 어렵다", 17개 업체(68%)는 "경영자금이 부족하다"와 "영업이익률이 낮아 필요한 만큼 투자와 인력충원이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만7천명을, 후방산업인 장비·소재·부품업체는 3만개 업체가 14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호황기로 접어든 201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과 영업이익은 각각 47%, 48조원. 그러나 후방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5.9%, 영업이익 총계는 8조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3일 국회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미나' 참석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3일 국회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미나' 참석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원인으로 반도체 업계 내의 불공정 관행과 함께 국내 후방산업의 더딘 글로벌화가 꼽힌다. 현재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이하, 반도체 소재의 경우는 50% 이하에 머문다는 것이다.

김학수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시장인 한국이 미국, 일본, 유럽 업체들한테 막대한 이익을 안겨다 주고 있는 것"이라며 "메모리 슈퍼호황에도 낙수효과는 없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반도체 업체 임원들이 하루라도 빨리 장비를 수주받기 위해 유럽 현지업체 근처에 방을 구해놓고 로비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국내 장비·소재 업체들의 현실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대형 반도체 업체들과 정부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계획에서도 중소·중견 업체들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방 산업과 후방 산업의 고른 상생이 있어야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조사에서도 20개 업체(80%)가 "중소, 중견기업 지원 및 육성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IT전문매체 더일렉 한주엽 대표는 "단기적으로 장비·소재 업체들의 국산화와 함께 신기술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제조 2025' 등 중국 정부의 적극적 제조업 육성에 따른)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열리는 만큼 글로벌화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사무국장은 "미·일·유럽 같은 나라들은 반도체 제조업과 그 후방 장비·소재 업체들이 산업 조성기부터 같이 출발했다면, 한국은 제조 분야 대기업이 먼저 출발한 것"이라며 "향후 제조와 후방산업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과 홍의락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이위원회 간사가 주최했다.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주관으로 김학수 교수와 한주엽 대표가 발제를 맡았다.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대표, 영진전문대 전자정보통신계열 엄재철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박종원 반도체디스플레이과 과장, 중소벤처기업부 이현조 창업정책총괄과 과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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