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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 '누리온' 6개월만에 포화?


연구개발 데이터 처리수요 폭증, 처리용량 70%선 육박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입자가속기, 핵융합로, 전자현미경 등 대형 실험장치들이 늘어나고 빅데이터 기반 R&D가 활성화되면서 연구현장에서의 고용량 데이터 처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국가 컴퓨팅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한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의 CPU 점유율이 운영 6개월 만에 70%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통상 새로운 슈퍼컴퓨터가 도입된 뒤 2~3년이 지나야 도달하던 점유율 수치다.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KISTI 제공]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KISTI 제공]

이에 따라 누리온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자들의 대기시간이 최대 6~7시간까지 길어지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어 연구 현장에서의 데이터 처리 수요 증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컴퓨팅 인프라 확충이 요구되고 있다.

더욱이 중이온가속기(라온), 지하실험연구단의 암흑물질/중성미자 검출기, 핵융합로, 전파망원경 등 거대실험장치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위해 대규모 컴퓨팅이 꼭 필요하며 현재 국내에 한 대(기초과학지원연구원) 뿐인 투과식 전자현미경(TEM)도 내년까지 3~4대가 더 도입될 예정이어서 관련 연구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 대용량데이터허브센터 이형진 책임연구원은 "물리학, 천문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 모든 기초과학 분야에서 입자가속기와 같은 거대연구시설을 활용한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는 데다 빅데이터 기반 연구방식의 확산, 국제 공동연구 활성화 등이 데이터 폭증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KISTI 글로벌 대용량실험데이터허브센터(GSDC)에서 처리한 연간 실험데이터 작업건수(CERN등 해외이용분 제외) [KISTI 제공]
KISTI 글로벌 대용량실험데이터허브센터(GSDC)에서 처리한 연간 실험데이터 작업건수(CERN등 해외이용분 제외) [KISTI 제공]

◆ 물리, 천문,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 데이터 처리 수요 폭증

KISTI는 현재 유럽핵물리연구소(CERN)의 강입자충돌기 실험 데이터 분석지원센터 자격으로 3천500코어의 CPU와 2페타바이트 수준의 스토리지를 제공하고 미국 LIGO 중력파 검출 프로젝트에도 1천56코어, 550테라바이트를 제공하는 등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의 물리천문학계 관련 연구자들이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또한 단백질 구조연구의 필수장비로 이용되고 있는 투과형 전자현미경(TEM)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분석과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실험실과 초고속 전용망을 구축하고 308코어 규모의 CPU와 GPU, 500테라바이트의 스토리지를 제공하고 있다. 포항 방사광 가속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도 KISTI 슈퍼컴퓨터 센터의 주요 고객이다.

KISTI가 지난해 도입한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은 이론성능이 25.7페타플롭스(PF)로 세계 11위에 해당하는 초고성능 컴퓨터이다. 4호기 성능이 360테라플롭스(TF)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새 국내 연구기관(기상청 제외)이 보유한 슈퍼컴 성능은 7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동 6개월만에 포화상태를 걱정할 만큼 초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KISTI에 따르면 중이온가속기, 지하실험연구단, 국가핵융합연구소 등 거대 실험장비들의 대기수요 외에도 바이오·의료, 기후·환경, 재난·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 처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형진 책임연구원은 "연구자의 창의력이 중요했던 과거에 비해 기초연구가 대형화되고 계산과학, 시뮬레이션 등의 방법이 빅데이터 분석, AI와 접목되면서 연구 패러다임이 대용량 데이터 중심의 거대과학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데이터 활용기법에 익숙한 신진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슈퍼컴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 KISTI, "2028년까지 엑사플롭스급 슈퍼컴 기술확보"

현재 국내에는 KISTI외에도 기상청과 기업 등에서 공식적으로 총 7대의 슈퍼컴퓨터가 운영되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특별한 정의가 없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연산능력 기준으로 세계 500위 내 컴퓨터를 말한다. 지난 4월에 개통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알레프(1.43PF급)가 오는 6월 발표될 올해 상반기 Top500에 포함될 경우 총 8대의 슈퍼컴퓨터가 운영중인 셈이다.

국가별 Top 500 슈퍼컴퓨터 보유 현황(2018년 기준) [KISTI 제공]
국가별 Top 500 슈퍼컴퓨터 보유 현황(2018년 기준) [KISTI 제공]

하지만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팅 능력은 미국, 중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세계적으로 슈퍼컴 보유대수는 중국이 1위이며 연산능력합계로는 미국이 1위다. 한국은 연산능력 기준으로 세계 8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고려해도 미국, 중국, 일본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GDP대비 슈퍼컴퓨팅 성능(한국을 1로 했을 때의 격차 비율, IMF, Top500.org) [KISTI 제공]
GDP대비 슈퍼컴퓨팅 성능(한국을 1로 했을 때의 격차 비율, IMF, Top500.org) [KISTI 제공]

이에 따라 KISTI는 벌써부터 슈퍼컴퓨터 6호기, 7호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KISTI의 중장기계획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수백 페타플롭스(PF) 급의 6호기를 구축하고, 2028년 이후 엑사플롭스(EF)급 이상의 슈퍼컴퓨터 구축 · 운영기술과 엑사스케일의 네트워크 전송기술,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운영기술 등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에 첨단 장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글로벌 규모의 협동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블랙홀 관측을 위한 국제공동연구나 입자가속기 공동 활용 등에서 나타나듯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국제 과학계 참여기여도가 연구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됐다.

이형진 책임연구원은 "누리온이 가동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사용률이 70%선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국내 기초과학계에 초고성능 컴퓨팅에 대한 대기수요가 상당히 많았다는 방증"이라며 "연구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데이터 기반 R&D가 확산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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