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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업계 할래요"…게임 질병화에 업계 '침울'


이장주 박사 "질병코드 지정, 게임업계 관계자 생존 문제"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최첨단 IT 산업 종사자에서 한순간에 질병 유발 물질을 만드는 사람이 돼 다들 기운이 빠진 모습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직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국내 한 게임사에 근무하는 A씨. 27일 지난 주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결정한 이후 회사 분위기를 묻는 기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른 게임사 종사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WHO는 지난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공식 인정했다. 일상보다 게임을 우선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는 것을 질병으로 본 셈이다. 이는 2022년 1월 발효된다.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이후 게임업계에서 업계 이탈 의사를 밝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8 전경. [사진=조성우기자]

게임업계는 이 같은 WHO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당장 무력감 및 회의감 등도 커지는 분위기. 4차산업혁명 시대 핵심 분야 중 하나로 꼽히던 IT산업 종사자에서 일순간 중독 물질을 생산하는 '마약상'으로 전락해버렸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업계 이탈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임 라운지에는 WHO 결정 이후 "탈업계하고 싶은 사람 많아?"라는 제목의 투표 글이 등장했다. 이날 3시 반 기준 여기에 이직 의향을 밝힌 참여자는 68.1%로 절반을 뛰어넘었다. 투표에는 370여명 이상이 참여했다.

블라인드에는 또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암울하다", "일할 의욕이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갱단 일원이 됐다", "WHO의 결과가 업계를 압박할 빌미를 만들어놨다" 등 여러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WHO 질병코드 통과 이후 다른 업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판교 마피아가 됐다'는 놀림을 받았다"며 "장난인 것은 알지만 이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운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이가 이제 어떤 회사에 다니냐고 물어보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 같다"며 "회사를 옮기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게임이 질병? …"게임업계 생존권 달린 문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로 인해 게임산업 종사자 수가 급감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서울대학교 산학연구단에 따르면 질병코드화가 시행되면 종사자 수는 2025년 2만8천949명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예상된 규모 3만7천673명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그만큼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로 인한 산업 위축 역시 예상된다. 서울대 산학연구단은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발생하는 게임산업의 경제적 위축 영향은 최대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여파가 우려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관계 부처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실제로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WHO 결정에 반대하며 국내 도입을 최대한 막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관계부처인 복지부를 비롯한 의학계 등은 이의 국내 도입을 강력 찬성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도입 저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게임이 질병코드가 된다는 것은 결국 관련 활동에 개입하거나 만든 사람이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주는 '악한 집단'으로 낙인찍힌다는 의미"라며 "'내가 하는 일과 내 작품이 왜 사회의 공적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게 바로 게임업계가 분노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을 다루고 마음을 치료하는 의료계 전문가들이 게임업계의 이런 부분에 전혀 공감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며 "의사들에게는 게임과몰입 문제가 수백가지 정신장애 중 하나로 사소할 수 있지만, 게임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자신의 존재 이유이자 가족을 부양하는 소중한 일터와 직결된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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