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 구조조정 본격화

출연연별 R&R(역할 및 책임) 따른 예산 · 인력 재편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예산·인력 등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기관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 지원하는 정부출연금 예산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삭감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연연 예산정원(TO)의 조정, 조직개편, 공통행정기능 통합 등의 구조조정 작업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4월말 기재부가 통보한 내년도 정부 R&D예산의 지출한도를 바탕으로 5월말까지 출연연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작성, 제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과기부 R&D 예산의 45%(2019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출연연 예산은 삭감을 전제로 작업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출연연에 지원되는 출연금은 기관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5%삭감을 기본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계 출연연에 대한 출연금 예산은 총액 기준으로 올해 처음 삭감됐다. 올해 정부의 전체 연구개발예산은 작년보다 4.4%(8,647억원)가 늘어난 20조 5천328억원으로 사상 첫 R&D예산 20조원 시대를 열었으나 과학기술계 출연연의 예산은 전년 대비 0.2% 감액된 3조 691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기관은 2조616억원으로 0.4% 감액됐다.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출연금) 현황(단위: 억원) [출처= KISTEP]

이같은 추세는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투자효율화' 정책에 따른 것이어서 내년 예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해부터 정부 R&D 투자시스템 혁신방안의 하나로 ‘출연연 미션-평가 연계 강화’를 통한 R&D 투자 효율화를 추진해 왔다. 이른바 출연연의 R&R(역할 및 책임) 재정립 작업을 바탕으로 예산, 인력,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각 출연연에 R&R 및 예산구조 개편안을 제출토록 한 것이다.

과기부는 R&R 재정립을 출연연 구조조정의 지렛대로 삼는 모습이다. 투자효율화 기조에 따라 출연금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출연연이 고유임무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도록 유도한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R&R 재정립과 예산구조 개편 작업은 정부의 의도대로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여러 차례 일정이 연기되면서 결국은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제출해야 할 5월까지 넘어왔다. 일부 출연연은 여전히 R&R작업을 미적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 관계자는 "일정이 늦어짐에 따라 내년도 출연금 예산은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 예산구조 개편안이 확정된 기관부터 반영할 수 밖에 없다. 5월 중에 추가 조정을 하겠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등 한 두 개 기관 정도가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나머지 20개 출연연은 출연금 삭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연연 예산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과기부는 이미 올해 사업계획에서 '출연연 적정 인력규모 분석을 바탕으로 유동성·효율성 기반 인력운영 체계로 전환'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과기부 고위관계자는 "올해부터 급증하는 정년퇴직자를 포함해 출연연의 예산정원(TO)을 종합적으로 재분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퇴직 및 이직자의 TO 일부를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회수해 전략적으로 재분배함으로써 정원운용의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과기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3년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출연연의 정년퇴직 예정자 수는 857명에 달한다. 여기에 매년 100명에서 150명가량 발생하는 이직자 수를 더하면 앞으로 3년간 1천200명 이상이 출연연을 떠날 예정이다.

과기부는 이와 관련 오는 9월까지 '출연연 인력 정원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과학기술계 출연연 정규직 현원(2019년 3월 기준)과 2019~2021 정년퇴직 예정자수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연연의 조직개편과 공동지원기능 통합도 추진되고 있다.

과기부는 '지속가능한 출연연의 R&R이행 환경을 구축하고 혁신성장에 적합한 출연연 조직체계’로 개편'을 목적으로 기관의 고유역할 및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민간과의 역할조정, 부설연구기관 및 지역조직(분원) 운영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출연연의 인사채용, 감사, 노무관리 등 통합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지 살펴보고 공동행정지원센터(Shared Service Center)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사업화 지원조직도 공동 TLO 지원시스템으로 개편해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과기부는 이러한 내용의 출연연 구조조정 계획을 올 하반기에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출연연의 R&R 및 수입구조 포트폴리오 등과 연계한 주요사업 및 인건비·경상비의 총괄 배분·조정을 6월까지 완료하고 PBS제도 근본개편 방안이 확정된 기관 사례 발표를 9월에 개최한다. 9월에는 출연연 인력 정원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11월에는 출연연 연구행정 선진화 성과발표회를 개최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 예산 수립의 출발점인 '지출한도'를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과기부에 통보했다. 과기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3일 "추경편성작업과 맞물려 1차 지출한도 설정은 작년 기준으로 잡고 예산안을 작성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 R&D 예산은 내년에 21조4조억원, 2021년에는 22조6천억원, 2022년에는 24조원까지 늘릴 계획이어서 전체 R&D 예산 규모는 당분간 계속 증액될 전망이다. 증액되는 예산은 일자리, 저출산, 소득분배 개선 등 사회· 경제적 문제 해결과 혁신성장의 가속화를 위한 전략 분야에 집중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국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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