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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 케이스위스 3천억원에 매각…유동성 확보 숨통


인수 6년만에 中 회사에 매각…재무구조 개선 '총력'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랜드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알짜 브랜드를 연이어 매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일단 표면상 이유는 부채비율을 줄여 재무 건전성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면에는 이랜드그룹이 현재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애초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의 IPO(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잡았지만, 잠정 보류한 상태다. 특히 조만간 6곳의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2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이날 중국 스포츠 브랜드 '엑스텝'을 운영 중인 엑스텝인터내셔널 홀딩스와 '케이스위스'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미화 2억6천만 달러(한화 약 3천억 원)이다. 오는 8월 딜 클로징(매각 완료)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랜드가 케이스위스를 매각한 것은 브랜드를 인수한 지 6년 만이다. 이랜드는 지난 2013년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패션 상장사인 케이스위스를 인수한 바 있다. 케이스위스는 2009년 프랑스 부츠 브랜드 팔라디움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상태로, 이 브랜드는 앞으로 이랜드와 엑스텝이 합작사(JV)를 설립해 중국에서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합작사 지분은 이랜드가 51%, 엑스텝이 49%다.

이윤주 이랜드그룹 CFO는 "이번 딜을 통해 이랜드는 자본건실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 엑스텝은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어 서로 윈윈(win-win)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케이스위스' 매각 외에도 자금 확보를 위해 여성복 브랜드 이엔씨(EnC)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브랜드를 운영 중인 이랜드월드는 지난 3월 잠재적 원매자를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으나, 매각 진행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는 이앤씨월드 지분 100%를 매각할 예정으로, 시장에서는 매각가를 300억~400억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랜드월드는 최근 중국법인 중 하나인 위시(Wish Fashion Shanghai)의 지분 약 30%도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방식으로 매각키로 했다. 이랜드위시는 포인포 등 5개 중국 아동복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이랜드는 매각 희망가로 1천200억~1천300억 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가 이처럼 나선 것은 2013년부터 부채비율이 400%에 육박하며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으로 고속 성장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금이 고갈됐다. 이에 중국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한 2015년부터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했으나, 그 해 말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며 유동성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당시 이랜드월드(이랜드그룹)의 연결 부채비율은 303%에 달했다.

이후 이랜드그룹은 최근 몇 년간 대대적인 재무 정상화 작업을 벌였고, '티니위니'를 비롯해 '모던하우스' 등 알짜 브랜드를 잇따라 매각했다. 또 서울 홍대역과 합정역, 강남역 등의 유휴부지를 매각해 2천500억 원을 확보했고, 이랜드리테일 프리IPO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입시키면서 지난해 말 부채비율을 172%까지 낮췄다. 이 외에도 지난해 초에는 이랜드파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제주 켄싱턴 호텔과 상록호텔 부지를 1천280억 원에 매각했다.

덕분에 신용 등급도 개선돼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는 듯 했지만, 이랜드는 2017년 이랜드리테일의 IPO 재추진을 목표로 국내외 사모펀드로부터 총 1조 원의 자금을 끌어들여 부채율을 두 자릿수까지 낮추겠다는 무리한 계획을 세워 발목이 잡혔다. 목표치는 1조 원이었으나 이에 못 미치는 6천억 원 가량만 모은 상태에서 또 다시 상장은 불발됐다. 이에 따라 이랜드그룹은 이 투자자들에게 6월 19일까지 투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이랜드가 큐리어스, 프랙시스캐피탈, 큐캐피탈, 엔베스터, 동부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6곳의 FI가 보유한 이랜드리테일 지분 69.7% 중 매입해야 하는 지분은 46.5%로, 금액은 4천840억 원에 달한다. 앞서 이랜드월드는 후순위 출자자로 2천억 원 가량을 재투자 해 23.2% 가량의 지분을 다시 확보한 바 있다. 이번 지분 매입 주체는 이랜드리테일로, 매입된 자사주는 향후 소각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랜드리테일이 4천84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자금 확보 차원에서 알짜 브랜드인 '케이스위스' 매각을 서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랜드가 FI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 소각하게 되면 차입금의존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등급 하향에 대한 우려도 높아질 수 있어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랜드리테일이 자사주 매입을 마무리한 후 소각할 경우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91%에서 115.5%로, 차입금의존도는 31.5%에서 36.2%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순차입금의존도는 23.0%에서 31.0%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랜드는 이 같은 관측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케이스위스' 매각 자금은 이랜드리테일 자사주 매입과는 별개로, 이랜드월드 자체 부채 비율을 낮추는데 활용될 것이란 입장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2천400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데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활용해 충분히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자금이 확보된 상태로, 이번 이랜드월드의 브랜드 매각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케이스위스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의 영향으로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172%에서 160%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윤주 이랜드그룹 CFO는 "올해는 부채비율을 150% 이하까지 줄여 나갈 계획"이라며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등의 브랜드 매각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불황기에도 강한 경쟁력을 확보한 사업군들의 경영 호조와 더불어 수익경영을 통해 그룹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4천300억 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적으로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호실적을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내에는 수익구조와 재무구조 재설계를 통해 어떠한 외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본 구조가 완성 될 것"이라며 "내년 40주년을 앞두고 신용등급 상향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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