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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코드 설정? 게임이 중독 원인이란 뜻 아냐"


제2회 태그톡-'게임장애, 원인인가 결과인가' 행사 열려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질병코드 설정은 문제 해결이 목적이지 원인의 확정이 아니다. 그러나 게임장애 질병코드 설정이 마치 게임을 중독 원인으로 지목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우려된다."

게임과학포럼 상임대표이자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경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는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회 태그톡(T.A.G talk)- '게임장애(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게임과학포럼은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과 인지과학·심리학·게임과학 분야 등 연구자들이 주축이 돼 구성된 포럼이다. 게임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태그톡'을 진행하고 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교수(왼쪽부터), 이경민 서울대학교 교수, 크리스토퍼 퍼거슨 교수,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
윤태진 연세대학교 교수(왼쪽부터), 이경민 서울대학교 교수, 크리스토퍼 퍼거슨 교수,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

이번 간담회는 이날 태그톡에서 발표될 내용들을 미리 공개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이경민 교수를 포함해 크리스토퍼 J. 퍼거슨 미국 스텟슨(Stetson)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전공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 교수는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설정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게임장애 질병코드가 과잉의료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우려했다.

먼저 이 교수는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설정하더라도 이는 병적인 정도의 문제를 보이는 사례들에 대해 보건의료적인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자는 취지일 뿐"이라며 "질병코드를 통해 체계적인 연구를 증진하자는 취지도 있는데, 마치 게임이 중독 물질로 확정된 것처럼 호도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질병코드를 설정하는 것과 질병 원인을 밝혀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라며 "이를 게임 전반에 대한 부정적 담론의 근거로 삼는 것은 논리적 비약을 넘어선 것이자 음모"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보건 의료 전문가들도 WHO 게임장애 질병 등재를 근거로 게임을 중독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게임장애 질병코드 관련 논의가 의료적 시각에 치우쳐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 이득을 위해 추세를 왜곡하는 것을 극대화하는 '과잉의료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경향은 의료적으로 특수한 환경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 시 발생할 수 있는 과용 및 오·남용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우선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고려할 때, 게임장애가 질병코드로 설정될 경우 과잉진단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장애가 초기에는 비보험 항목으로 분류돼 수가 규제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게임중독으로 코드를 부여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이를 인센티브로 악용하는 의료인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울증이라고 진단할 경우 부모님에게도 책임이 있어 보이지만 게임중독이라고 하면 얘기가 쉬워져 보호자의 거부감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한 진단 코드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외에도 새로운 질병 연구로의 포장 가능 등 다양한 오남용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인지능력을 높이고 자기통제력을 기르기 위해 게임이 필요한 상황도 있는데, 게임을 중독이라고 하면서 무조건 접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태진 교수 역시 "게임중독은 비의학적인 문제가 의학적 문제가 돼가는 의료화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게임중독 질병화 논의는 정치, 사회적 맥락과 밀접하게 교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관련 논문 1천500편 가량을 분석했던 결과를 제시하며 "게임장르 및 기술적 환경 변화 등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연구자들이 제한된 피험자를 대상으로 불완전한 진단 도구로 연구한 결과, '게임중독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지훈 교수는 "게임은 인지능력 트레이닝에 도움이 된다"며 "게임은 우리 생활 곳곳으로 확대되는 일종의 미디어이자 일상적 도구인 만큼, 여기에 대해 낙인을 찍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주장을 펼쳤다.

퍼거슨 교수는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등재 시 잘못 진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다른 심리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위험성, 잘못되고 비싼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위험성 등이 존재한다"며 "게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유가 되는 다른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인을 살펴보고 정책을 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한국에서는 학업이나 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많이 하는데, 이 같은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지 기술 자체를 문제로 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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