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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박삼구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압박 배경은


과거 무리한 M&A 뒤 그룹 유동성 야기 등 경영능력 불신 탓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압박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그룹 회장이 백기투항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박 전 회장의 자구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혹독하게 몰아세운 결과였다.

그룹 지배구조상 핵심고리 역할을 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뒤 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결정했다"고 밝힌 대목은 박 전 회장의 복잡한 속내가 묻어났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산언은행 등 채권단이 박 전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몰아세운 배경에는 과거 그의 경영능력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채권단은 금호그룹의 자구안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아시아나 경영진에게 시간이 없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대우건설·대한통운 무리한 M&A…금호산업·금호타이어 워크아웃으로

2002년 취임한 박 전 회장은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게 했다. 여기에는 박 전 회장의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

박 전 회장은 대우건설을 6조4천억 원, 대한통운을 4조1천억 원에 각각 인수했다. 인수 당시 대우건설은 초우량 건설 회사였다. 박 전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통해 2조9천억 원을 금융사에서 차입했고, 3조5천억 원을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조달했다. 여기에 금호그룹은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받고 3년 뒤인 2009년 재무적 투자자들의 보유 주식을 주당 3만4천 원에 되사는 풋백옵션도 체결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건설경기가 둔화하고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우건설 주가가 1만 원 전후로 떨어진 것이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에 나섰고, 이는 금호그룹의 채무부담을 가중해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결국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그룹은 채권단에게 넘겨줘야 했다. 이후 금호그룹은 2010년 대우건설과 금호렌터가, 2011년 대한통운, 2012년 금호고속을 차례로 매각해 2014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을 각각 졸업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금호산업·금호타이어 되찾으려다 아시아나항공 유동성위기

하지만 박 전 회장이 2015년 금호산업을 되찾아 오는 과정에서 또 무리한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채권단에게 7천288억 원을 주고 금호산업을 되찾았는데, 이 가운데 5천700억 원을 외부에서 빌려왔다. 이 조달자금의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게 돌아갔다.

박 전 회장은 2017년에는 금호타이어를 되찾으려 시도했다.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은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을 금호기업에 헐값으로 넘기며 마련했는데, 이 부담도 아시아나항공이 짊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미 금호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당시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인 약 1조원을 마련하지 못해 금호타이어 인수는 포기했다.

이렇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적 부담은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부채비율은 649%다. 안정적 부채비율은 통상 200%다. 영업이익은 2017년 2천456억 원에서 2018년 282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결국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은 외부감사로부터 ‘2018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 결과 한정 의견을 받았다. 바로 이어진 재감사 결과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차입금 상환 대응 불확실성은 지속됐다.

문제는 이것 또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하고 난 결과라는 것이다. 2018년 4월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CJ 대한통운 보유 지분 매각, 금호그룹 사옥 매각, 전환사채 발행뿐 아니라 박 전 회장 보유 주식을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유동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조달된 자금은 주로 금융기관 차입금과 회사채 상환에 쓰였다. 유동화 차입금 비중은 증가했다. 그런데 유동화 차입금은 일시에 조기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어 유동성 위기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유동성 확보를 위해 노력을 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는 지속됐고, 지난 4월 금호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안은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에 부족했던 것이다. 자구안에는 3월 감사보고서 한정 사태와 관련해 책임지고 경영에서 물러난 박 전 회장의 완전 퇴진도 담겼지만, 박 전 회장은 2009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다시 복귀한 전력이 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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