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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2세 경영 본격화…김남정號 과제는?


창업주 김재철 회장 퇴진…식품·포장재·물류사업 시너지 창출 주력할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창업주인 김재철 회장이 창업 50년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동원그룹의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 동원그룹은 일단 회장직을 당분간 공석으로 둔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김 부회장이 조만간 그룹의 모든 경영권을 물려받아 회장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재철 회장은 16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믿고 응원하고자 한다"며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들으면서도 저와 함께 오래 동행해 준 동료들과 동원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거듭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사진=동원그룹]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사진=동원그룹]

평소 '원칙을 철저히, 작은 것도 소중히, 새로운 것을 과감히'라는 원칙을 강조한 김 회장은 오랫동안 고민 끝에 창립 50주년을 맞아 퇴진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1세대 창업주로, 그동안 자진해서 퇴진하는 창업세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볼 때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회장에서 물러난 후 김 회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해 조언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며, 재계 원로로서 다양한 외부 활동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동원그룹은 김 회장의 빈자리를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채우면서 '2세 경영 체제'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김 회장은 2002년 동원산업과 동원금융을 계열 분리해 금융부문은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에게 맡겼고, 제조부문은 차남인 김 부회장에게 맡겼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05년 동원금융이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한 후 그룹과 독자적인 노선을 걷게 됐다.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을 67.98%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그룹의 지주회사로, 동원산업·동원F&B·동원시스템즈 등 주요 상장계열사 4곳과 비상장사 19곳, 해외법인 15곳을 거느리고 있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사진=동원그룹]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사진=동원그룹]

김 회장의 꼼꼼한 경영스타일을 닮은 것으로 알려진 김 부회장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와 1996년 동원산업 생산직으로 입사해 영업부, 기획실, 마케팅실 등을 고루 거치며 회사 분위기를 익혔다. 특히 입사 초기에는 참치 통조림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한 후 동원산업 영업부 사원으로 백화점에 참치를 배달하는 등 밑바닥에서부터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김 부회장은 2003년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동원에프앤비(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동원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또 2013년 부회장직에 오른 후에는 경영 전면에 나서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했다. 내수의존도가 높은 식품 부문을 축소하고 포장재 사업 등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김 부회장 주도로 진행한 인수합병 건은 간편식 제조업체 '더반찬'을 비롯해 음료수 포장재 기업 테크팩솔루션, 종합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 등 9개 업체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원그룹이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에 1조 원 가량의 자금을 쏟아 부은 상태"라며 "김 부회장이 급속한 외형성장에 따른 재무부담을 풀기 위해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동원그룹의 사업군을 재편함으로써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며 "그동안 김 회장이 '종합식품회사'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던 만큼, 김 부회장도 앞으로 식품 사업을 주축으로 포장재, 물류사업의 시너지를 통한 성과를 내는 데 당분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원그룹은 미국에서 참치캔 담합 의혹에 휩싸인 데다, 해외계열사를 동원해 편법으로 포장재회사인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 김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동원산업 자회사인 스타키스트는 미국에서 가격담합 소송으로 1억 달러(1천126억 원)을 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스타키스트는 지난 2008년 동원그룹이 인수한 참치캔 제조회사로, 미국 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에서 태국 치킨오브더씨와 미국 범블비 등 3사와 함께 가격 담합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다. 최근 스타키스트 측은 재판을 통해 1억 달러 벌금이 부과될 시 파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이어가겠지만, 회장직은 당분간 공석으로 둘 것"이라며 "기존처럼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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