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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블랙홀 영상 공개


EHT 연구진, 먼 은하 M87의 중심부 블랙홀 관측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세계 최초로 초대질량 블랙홀의 증거와 모습이 공개됐다.

전세계 13개 기관이 참여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연구진은 10일 밤 10시(한국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으로 구성된 EHT를 통해 관측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모습을 최초로 공개했다.

EHT 연구진이 공개한 블랙홀의 이미지 [EHT 홈페이지]
EHT 연구진이 공개한 블랙홀의 이미지 [EHT 홈페이지]

EHT는 전 세계에 산재한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의 영상을 포착하려는 국제협력 프로젝트이자 이 가상 망원경의 이름이다. 사건지평선이란 블랙홀 안팎을 연결하는 지대를 뜻한다.

발표된 영상은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이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천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한다.

이번 관측은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이 참여해 진행됐다. 같은 시각,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해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얻었다. EHT의 원본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분석은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MPIfR)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헤이스택 관측소에 위치한 특화된 슈퍼컴퓨터를 활용했다.

한국은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등 8명이 동아시아관측소(EAO) 산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과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의 협력 구성원으로서 EH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이 본 연구에 기여했다.

이번 블랙홀 관측에 활용된 전 세계 8개 망원경 [EHT 공동연구진]
이번 블랙홀 관측에 활용된 전 세계 8개 망원경 [EHT 공동연구진]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 즉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M87 블랙홀의 경계(사건의 지평선)는 4백 억km에 조금 못 미친다고 밝혔다. 블랙홀의 그림자의 크기는 이 보다 2.5배 정도 크다.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인 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의 쉐퍼드 도엘레만(Sheperd S. Doeleman) 박사는 “우리는 인류에게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이 결과는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과학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EHT 과학이사회 위원장인 네덜란드 래드버드(Radboud) 대학의 하이노 팔크(Heino Falcke) 교수는 “만약 블랙홀이 밝게 빛나는 가스로 이루어진 원반 형태의 지역에 담겨 있다면 블랙홀이 그림자와 같은 어두운 지역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되지만 우리가 이전에는 전혀 직접적으로 보지 못한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사건지평선에서 빛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휘어져서 생긴 이 그림자는 이 매혹적인 천체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고, 이를 통해 우리는 M87 블랙홀의 어마어마한 질량을 측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HT이사회 구성원이자 동아시아관측소(EAO) 소장인 폴호(Paul T. P. Ho)는 “우리는 이번 관측결과들을 시공간의 휘어짐, 초고온으로 가열된 물질과 강한 자기장을 포함하는 물리학적 컴퓨터 모델들과 비교할 수 있었다. 실제로 관측된 영상의 다양한 특징들이 우리의 이론적인 예측과 놀라울 정도로 맞아 떨어진다. 이로써 블랙홀 질량 측정을 포함한 우리의 관측결과를 확신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도엘레만(Doeleman) 박사는 “우리는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일을 이루어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 성능의 전파망원경들을 서로 연결해 블랙홀과 사건의 지평선에 새로운 장을 함께 열었다”고 평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며 “향후 EHT의 관측에 한국의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관측 결과는 10일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특별판에 6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진은 앞으로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NOEMA) 천문대, 그린란드 망원경(GLT) 그리고 킷픽(Kitt Peak) 망원경의 참여로 더욱 향상된 민감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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