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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오픈 1년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상생 아이콘' 됐다


젊은 고객 증가 등 긍정적 효과 커···"전통시장 인식 바꿨다"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노브랜드가 들어오고 나서 주말, 평일 안 가리고 젊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찾아오고 있어요. 경동시장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은 젊은 사람들이 주로 찾지 않는 한약재라 매출 증가가 그렇게까지 크진 않지만, 일단 시장에 생기가 돌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일 오후 2시경 만난 임경수 경동시장 신관 2층 운영위원장은 노브랜드 입점 후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묻자 밝은 목소리로 이 같이 말했다.

임 운영위원회장은 "한약재의 특성상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노브랜드 측과 매달 회의를 열어 시식회 등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구경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어난다는 것 자체로도 노브랜드는 경동시장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동시장은 60년 역사를 지닌 서울 대표 재래시장이다. 한때 강원·경기지역 약재료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청량리역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과 함께 국내 최대 약령시로 번성했지만, 유통 환경 변화와 함께 젊은 층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이에 경동시장 측은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마트 측에 상생스토어 유치를 제안했다. 이마트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4월 5일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을 개장했다. 경동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냉동 과일과 냉동축산물을 제외한 일반 채소·과일·건어물·수산 등은 판매 품목에서 제외됐다.

경동시장 정문 인근 신관에 위치한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외관. [사진=이현석기자]
경동시장 정문 인근 신관에 위치한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외관. [사진=이현석기자]

오픈 1년을 맞아 이날 방문한 노브랜드 매장은 경동시장 입구 인근에 위치한 신관에 위치해 있었다. 신관 계단을 오르자 약재 매장들이 입구 전면에 배치돼 있었고, 노브랜드 매장을 방문하려면 이 매장을 거쳐 지나가야 했다. 이는 고객들이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에 들어가기 전에 기존 상인들의 가게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한 이마트 측의 전략이었다.

매장 내부는 넓고 쾌적했으며, 진열된 모양 또한 일반적 노브랜드 매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고기나 야채·과일과 같은 품목이 보이지 않아 타 매장 대비 상대적으로 단출했다. '상생 매장'을 표방하는 만큼 시장과 겹치는 물건을 제외한 것으로 보였다.

평일 오후 시간대라서인지 매장 안에 인적은 매우 드물었다.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관계자는 "이 시간대 신관은 원래 붐비지 않는다"며 "평일 아침 시간대나 주말에는 꽤 많은 사람이 매장에 오고, 특히 주말에는 젊은 소비자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매장 내부. [사진=이현석기자]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매장 내부. [사진=이현석기자]

매장에서 나와 반대쪽 끝으로 걸어가면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준비돼 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법 넓은 '카페숲'과 함께 어린이집이 개설돼 있다. '카페숲'은 스타벅스에서 재능기부를 통해 연 곳이며, 어린이집은 현재 동대문구에서 파견된 인원이 아이들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카페숲'의 수익금은 전부 경동시장 상인들의 장학금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미가 있다.

이날 만난 시장 상인들은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이 오픈한 후 1년간 상권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줬다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노브랜드는 경동시장의 많은 모습을 바꿔놓았다. 노브랜드 입점 전 경동시장은 방문자의 절반가량이 60대 이상이었으며, 신관의 경우 공실률이 60%에 달할 만큼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인근에 위치한 '카페숲'. [사진=이현석기자]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인근에 위치한 '카페숲'. [사진=이현석기자]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오픈 후 상생스토어가 들어선 2층 상인들의 매출은 평균 20%가량 증가했다. 건물 2층에 함께 들어선 어린이 놀이터는 개점 후 이용자 수가 전년도 5월 577명, 6월 931명으로 2개월 만에 70% 이상 증가했으며, 동대문구청이 같은 공간에 운영하는 2층 도서관은 월 대출 건수가 5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신관에 신규 고객들이 모이며 활기를 띠게 됐다.

지역 주민들의 참여도 많았다. 인근 대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학생 90여 명이 참여한 경동시장 서포터즈가 구성돼 2층 도서관에서 마술쇼, 영어강의 등 각종 재능기부 활동이 이어지고 있으며, 상인들 또한 어린이집 담당 감독관을 교대로 맡으며 소비자들이 아이 걱정 없이 장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해 경동시장을 젊은 시장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일조했다.

다만 상인들은 방문자 수 증가 대비 매출 증가액이 적어 아쉬움을 표했다. 임 운영위원회장은 "방문자 수 대비 매출 증가액이 크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전통시장의 좋지 않은 이미지"라며 "경동시장은 시중 브랜드 제품을 도매가로 구매해 최대한 싼 가격으로 유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노브랜드와 함께 품질 점검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인근에 위치한 휴게공간. [사진=이현석기자]
노브랜드 경동시장점 인근에 위치한 휴게공간. [사진=이현석기자]

노브랜드가 들어선 후 경동시장은 분위기도 많이 바뀐 듯 했다. 기존 전통시장은 어둡고 좁은 복도에서 부산하게 장을 보는 이미지였지만, 이날 본 경동시장의 모습은 넓은 길에 가지런히 물품이 정리돼 있었고 조명도 밝아 장을 보기에 편리할 듯 보였다.

이 같은 변화 덕분에 시장 상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한 상인은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에서 판매하는 품목 수를 시장 상인들과의 협의를 통해 늘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매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며 "시장과 노브랜드 경동시장점이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인근에 대형 마트가 들어설 때마다 품목당 가격 경쟁력 문제로 전통시장과 대립각을 세우곤 하던 사례들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노브랜드 관계자는 "경동시장·동대문구청과 함께 키즈카페 등 젊은 소비자를 불러올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 전통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 노력한 결과, 지난해 개장 두 달 만에 이용자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좋은 성과가 있었다"며 "20·30대 젊은 고객들도 개장 초 대비 7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상생 매장을 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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