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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길 한진칼‧대한항공 주총…'사면초가' 한진그룹


한진칼, 표 대결 부담감…대한항공, 조양호 연임 각계각층 반발

[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한진그룹이 이달 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때문에 사면초가에 빠졌다. 주력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총이 점차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표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총이 각계각층에서 번지고 있는 경영권 정상화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로 한진그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진그룹 본사. [뉴시스]
한진그룹 본사. [뉴시스]

한진그룹 계열사 주총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한진칼 주총이다. 이사회는 여전히 주총에서 다룰 안건은 물론 주총 날짜까지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KCGI(강성부 펀드)와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진칼 주총을 둘러싼 양측의 법적 다툼은 벌써 두 달째 진행되고 있다. KCGI가 1월 중순 주총에 앞서 한진칼의 주주명부를 확보하기 위해 주주명부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하며 양측의 싸움이 본격화 했다. KCGI가 승리하며 우위를 선점했다.

KCGI는 1월 말에는 자신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감사의 선임, 석태수 사장 이사 재선임 반대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다.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들은 주총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을 것을 고려해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 역시 KCGI의 승리로 돌아갔다.

한진칼은 당초 법원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했지만 이에 불복하고 이의신청을 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한진칼은 결국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다. 안건 확정의 마지노선은 14일이다. 하지만 항고심 판결은 재판부 재배당 요청 등 이유로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일부에서는 주총 안건 상정을 놓고 벌어진 법정 공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기존 약속까지 어겨가며 KCGI가 제시한 안건 상정을 막는 한진칼의 태도에 표 대결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의안상정가처분 당시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고, 결국 졌지만 끝까지 KCGI의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지 않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표 대결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재 한진칼의 주주는 조양호 회장 17.84% 등 동일인 측 28.95%, KCGI 11.9%, 국민연금 6.7%, 크레딧 스위스그룹 5.03%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항에 서있는 대한항공 항공기. [뉴시스]
공항에 서있는 대한항공 항공기. [뉴시스]

대한항공 주총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어쩌면 한진칼 주총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재선임이라는 민감한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처지인데 반대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주총에서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사내‧사외이사 각 1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주총은 27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진행된다.

단연 주목받는 안건은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다. 대한항공은 이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일반주주들까지 찾아 위임장 작성을 요청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큰 손인 국민연금은 물론 시민사회까지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지침)를 이끄는 주주권 행사기구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이상훈 위원이 법적‧도덕적 책임을 이유로 조양호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리고 일반주주들의 표를 끌어 모으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상훈 위원은 "위원회 내에서 대한항공과 같은 재벌 총수 일가에 의한 이른바 갑질 등으로 명명되는 법적‧도덕적 문제의 책임을 주주권 행사를 통해 재벌 총수 일가에게 묻고 했지만,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도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뜻을 같이 하는 주주들의 표를 적극 모아 조 회장의 연임을 막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 역시 조양호 회장 연임을 막고자 반대표를 결집하는 중이다. 특히 참여연대는 지난주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표 대결을 벌이는 프록시 파이트를 전개하겠다고 적극적인 저지 의사를 피력한 상태다.

대한항공 주총의 가장 큰 변수로 국민연금 11.56%의 향방이 꼽힌다. 물론 지난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10% 룰에 따라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조양호 회장 재선임 안건에는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과거 3년 동안 조양호 회장이 무분별한 계열사 이사 겸임을 지적, 대한항공 이사선임에 반대했다.

대한항공 정관상 이사 연임을 위해서는 주총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이번 주총에 주주의 100% 참석한다고 가정했을 때 조양호 회장이 연임이 되려면 약 33%의 지분을 보유한 동일인 측에서는 최대 34%의 우호지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할지 장담을 할 수 없는 데다, 시민사회까지 적대적인 입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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