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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지방에도 e스포츠 경기장이 필요한 이유


접근성 개선은 물론 지역 연고제 활성화 등 저변 확대 기대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최근 전국적으로 e스포츠 경기장 조성 붐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공모하는 e스포츠 경기장 사업에 다양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사표를 던져 눈길을 끈다.

지난달 28일 마감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e스포츠 상설경기장 구축 지원사업 공모에는 광주광역시, 부산광역시, 대전광역시,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 5개 지자체가 도전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전남과 경남은 각각 순천시, 창원시와 함께 사업에 나선다.

여기서 3개 지자체가 선정돼 e스포츠 전용경기장 조성에 각 30억원씩을 지원 받는다. 문체부와 한콘진이 2021년 2개 지자체를 추가 선정하기로 한 가운데 이와 별도로 e스포츠 경기장 조성 의사를 밝힌 지자체들도 나오면서 지방에 조성되는 e스포츠 경기장은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2018 지스타' 현장 [사진=조성우 기자]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2018 지스타' 현장 [사진=조성우 기자]

앞선 사업 공모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수도권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에는 게임 관련 회사들이 조성한 다양한 e스포츠 경기장과 더불어 서울시와 문체부가 공동으로 건설한 '서울OGNe스타디움'이 이미 운영중이다. 경기도 역시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경기 e스포츠 전용경기장 조성' 사업 공모를 진행 중이며, 성남시 등이 공식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지역 e스포츠 경기장 사업은 먼저 접근성의 한계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동안 e스포츠 경기장 대부분이 서울에 집중되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e스포츠 경기에 필요한 시설을 빌리거나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지역 e스포츠 팬들의 경기 관람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각 지역에 e스포츠 경기장이 조성되면 지역에서 리그를 개최하려는 게임사 등은 시설을 쉽게 임차할 수 있게 된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e스포츠 팬들의 경기 관람도 쉬워진다. 이를 토대로 e스포츠 지역 기반이 구축되면 생활 e스포츠가 활성화되고 저변도 확대될 수 있다.

또 지역에 조성된 e스포츠 경기장을 통해 다양한 인기 e스포츠 종목에서 연고제가 활성화될 때 등에 대비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기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개발 및 유통하는 라이엇게임즈 박준규 한국대표는 앞서 "중국 등은 소도시에도 e스포츠 경기장이 한두 개가 아닌 것으로 들었다"며 "이 때문에 연고제 등을 도입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e스포츠 경기장이 지역에 많이 건설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국내 및 해외 관광객 유치 효과와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지정된 e스포츠는 2022년에는 정식종목 지정이 예고될 만큼 국내외로 인기와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어 국내외 팬들의 방문이 기대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e스포츠 경기장이 잇따라 만들어지면 e스포츠에 대한 '공신력'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각 지자체 이름을 딴 상징적인 e스포츠 경기장이 만들어질 경우, 해당 경기장은 공인된 장소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어 이를 통해 사람들이 e스포츠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운영되는만큼 청소년들도 e스포츠 경기장에 방문할 때 부모님에게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기 있는 e스포츠 대회가 대부분 외산 종목으로 이뤄지고, 경기장 조성 등이 중국 등에 비해 다소 늦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하는 게 낫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e스포츠 산업은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전세계 e스포츠 산업은 지난해 8억6천900만달러(약 9천776억원)에서 2022년 29억6천300만달러(3조3천333억원) 규모로 매년 35%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e스포츠 종주국인 우리나라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여기서 비롯된 각종 규제 등으로 그동안 산업이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한국 e스포츠 선수들은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게임중독자'라는 부정적인 시선 속에 선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제라도 e스포츠 경기장 지원 사업에 나서고, 지자체들이 동참하는 것은 국내 e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해 반가운 일이다.

이번 e스포츠 경기장 조성 사업을 통해 e스포츠의 인식을 개선하고 다양한 긍정적 효과 등을 창출하는 모범 사례 들이 많이 나온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e스포츠 경기장 조성을 선언하고 나선 각 지자체는 해당 지역에 조성된 경기장이 e스포츠를 악용한 실패 사례로 남지 않도록, 투명하고 철저한 사업 진행과 제대로 된 시설 조성 등에 힘쓰길 바란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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