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인터뷰]박준규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의 새로운 도전


"LoL e스포츠, 세대 아우르는 놀이문화이자 스포츠로 자리잡게 하겠다"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를 이끌어 갈 세 번째 수장이 지난 1월 1일 선임됐다. 박준규 신임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

"취미가 게임"이라는 그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서 지난해까지 퍼블리싱 조직을 총괄해 온 인물이다.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다트머스대 출신으로 CJENM(옛 CJ E&M)과 삼정 KPMG에서 해외 투자 및 인수·합병(M&A) 자문 등을 맡기도 했다. 라이엇게임즈에는 2014년 합류했다.

현재 그가 몸담은 라이엇게임즈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개발하고 유통하는 글로벌 게임사다. LoL e스포츠 대회들도 개최한다. 여기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한국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박준규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
박준규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올해부터 박준규 대표 체제 하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LoL 국내 프로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첫 자체 제작을 시작한 가운데 e스포츠 복합문화공간인 '롤 파크'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대표 선임과 동시에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된 그는 주어진 과업이 많은 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을 터. 그러나 기자와 만난 박준규 대표의 표정은 밝고, 목소리에는 열정이 넘쳤다. 대표실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일할 정도로 소탈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LoL e스포츠가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놀이문화이자 스포츠로 자리 잡게 하는 게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박준규 대표를 28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원래 게임업계 출신이 아니다. 게임 쪽에 오게 된 계기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는 지난 2014년 8월에 입사했다. 그전에는 CJ ENM 글로벌 사업팀에서 3년간 해외 사업 및 투자업무 등을 담당했다. CJ ENM과 라이엇게임즈 사이에는 콘텐츠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회사를 옮기는 데는 이런 점보다 원래 게임을 좋아하고 많이 했던 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

CJ ENM 이전 M&A 자문으로 7년 근무했던 삼정 KPMG에서도 취미 생활로 꾸준히 게임을 했다. 콘솔 게임을 주로 했지만, LoL 같은 경우 한국 서비스 시작 전인 2010년부터 정말 많이 했다. 돌이켜보면 게임 업계에 입문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결과적으로 원래 하고 싶어 하던 일 쪽으로 서서히 오게 된 듯 하다. 현재도 여전히 게임을 즐기고 있다. 우리 게임뿐만 아니라 블리자드, 펍지 등 경쟁사 게임들도 즐겨한다."

◆라이엇게임즈의 조직 문화나 내부 분위기는.

"라이엇게임즈는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한다. 실제로 직급 대신 모두 영어 이름을 부르고, 대표실도 따로 없다. 일반 직원 옆에서 책상 하나 두고 근무하는 형태다. 이처럼 형식적인 위계질서가 없다 보니 그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구조다. 토론을 굉장히 많이 한다.

우리는 플레이어 중심의 회사이기 때문에 답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플레이어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이 무엇인지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고객층이 젊다 보니 빨리 변화하는 트렌드를 캐치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걸 캐치하기 위해서라도 나이와 연륜, 경력을 고집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직원 개개인이 오너십을 갖고 일하는 문화라 보면 된다. 실무자는 모든 일에 자율권을 가지며, 상사는 실무자가 능력을 200% 발휘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해준다. 실제로 처음 이 같은 문화를 접했을 때 굉장히 깨어있는 회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매력적이다."

◆대표를 맡은 지 두달 정도다. 본부장 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에 퍼블리싱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옆에서 지켜봐온 것들이 있어 대표 업무가 아주 생소하지만은 않다. 다만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것들은 확실히 몇 배로 늘었다. 책임의 무게도 늘어났다.

사실 최근 라이엇게임즈에 큰일이 있었다. 지난달 16일 자체제작을 시작한 게 그중 하나다. 그때 팬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LoL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한 반면, 미진한 부분으로 인해 경각심도 많이 느끼게 됐다. 개선할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조직 전체가 각자의 역량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과 리소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부임한 지 두달밖에 되지 않다 보니 아직 배울 것들도, 해야 할 것들도 많다. 많은 분들이 1년은 지내봐야 어느 정도 익숙해질 것이라 조언해주셨다. 실제로도 하고 싶은 바를 시작하려면 1년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본다. 1년 동안은 닥치는 대로 열심히, 또 가능한 한 유연하게 일할 계획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대신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셔서 다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말씀하신 대로 LCK가 올해부터 자체 제작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평가해달라.

"우리의 비전은 LoL e스포츠가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놀이문화이자 스포츠로 자리 잡는 것이다. 현재도 이 같은 맥락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LCK 자체 제작과 롤 파크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자체 제작과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은 우리 플레이어들을 위한 감사한 마음의 표현이다.

자체 제작을 하는 데 있어 첫날 미진했고,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엄청난 분들을 영입했고, 하루씩 개선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의 경우도 빠른 안정화를 통해 예전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기본이고,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점차 주어진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려고 한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LCK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 정말 편안하고 안정적인 방송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후 여러모로 준비해둔 시설과 기술, 아이디어들을 활용하고자 한다.

일례로는 LCK에 대한 4K 방송 시도 같은 부분이 있다. 같은 게임도 4K로 보면 다르다. 우리나라에 4K 방송 장비를 풀세트로 구비한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현재 몇 가지 손 볼 데가 있어 아직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4K 방송도 차츰 시작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동원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선사하려 한다.

현재 기준으로도 처음 시도하는 것치고는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스포츠적인 요소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나아졌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가장 맞는 길을 찾아가는 조직이다. 실제 해보면서 가장 최적의 길을 찾으려 한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더 개선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첫날 트러블 이후로 항상 커뮤니티 의견을 귀담아듣고 있다. 피드백을 엄청나게 받고 있고, 방송팀도 이를 하나하나 새겨듣는 중이다. 일단 올해 첫 시즌 안에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한다."

◆롤 파크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개장에 들어갔다. 성과는 어떤가. 추가 경기장 건설 계획이나 프랜차이즈, 지역 리그 운용 계획은.

"롤 파크도 전반적인 성과가 좋다. 특히 라이엇 PC방은 많은 분들이 오고 있고, 경기장인 LCK 아레나도 팬들의 만족도가 높다. 표도 많이 매진되고 있다. 전반적인 관람 경험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시설 면에서 시작은 순조롭다고 본다. 식음료 등은 좀 더 개선하고 추후 행사나 다양한 이벤트를 많이 진행하려 한다.

일단 롤 파크에는 10년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목표는 LoL이 많은 세대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이 되는 것이고, 롤 파크는 이를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실제 와우(WoW), 스타크래프트 등을 통해 장수 게임의 가능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이제 이를 달성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LoL이라는 게임은 변화하고 살아있는 콘텐츠다. 이에 맞춰 롤 파크 등을 잘 운영하려 한다.

프랜차이즈의 경우도 아직 고민하는 단계다. 추가 경기장 건설 등은 일단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중국 등은 소도시에도 e스포츠 경기장이 한두 개가 아니라 들었다. 이 때문에 연고제 등을 도입하기 위해서라도 e스포츠 경기장이 지역에 많이 건설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한국이 전반적으로 크기 측면에서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내용을 아예 배제하고 있진 않다. 한 단계씩 나아가겠다."

◆우리은행과 손잡았다.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

"우리은행은 너무나 좋은 파트너다. 우리은행은 여러 면에서 생각이 넓게 오픈돼 있고, e스포츠와 게임에 대해서도 의외로 잘 알고 있고 관심도 많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은행은 현재 '스무살우리'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우리 플레이어들과 같은 청년층을 위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 플레이어들도 이번 스폰서십을 계기로 우리은행을 통해 금융 분야에 어떻게 입문할지 등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e스포츠협회 협업은 계속 이어질까.

"협회는 사실 우리 팀들을 대변하는 조직이다. 우리 의도와는 별개로 필요성이 있어 생겨났다. 우리 입장에서는 협회가 팀들의 이익을 대변해주기 때문에 코디네이션 측면 등에서 도움이 많이 된다. 팀들 입장에서도 실무적으로 편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 협업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라이엇게임즈 내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은.

"한국은 많은 시장들 중 중요 시장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하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리스펙트가 엄청나게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기본적으로 각국별 자율성과 오너십을 존중하지만 사실 1천억원이라는 큰돈을 투자하려면 개별적으로는 어렵고 센트럴과 충분히 이야기 돼야 한다. 이게 실현된 것을 보면 라이엇게임즈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리스펙트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라이엇 게임즈가 다른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 LoL 외 다른 게임을 활용한 e스포츠 리그도 열릴까.

"R&D 센터에서 신규 게임 개발은 하고 있지만 완전 극비이자 영업 비밀이다. 개발은 하고 있지만 최근에 구체적으로 들은 건 없다. 이에 대한 e스포츠는 나중 문제로, 게임 내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때가 되면 다른 e스포츠도 준비할 수는 있다.

다만 우리는 게임 홍보를 위해 단발성 e스포츠 대회를 열지는 않을 것이다. LoL e스포츠를 통해 배운 건, 진정한 e스포츠 생태계가 조성되고 이해관계자들이 들어와야 e스포츠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e스포츠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다. 이해당사자들이 정말 많은데, 자신의 인생을 걸고 함께하는 이들이 있는 이상 우리가 단발성으로 계획 없이 새로운 e스포츠를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 한 해 계획과 대표를 맡으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먼저 LCK가 잘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롤 파크와 LCK가 잘 안착하고 잘되도록 하는 게 첫번째 목표다. 또 올해 연말로 서비스 10주년이 되는데, 이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행사를 하려 한다. 이런 것들을 잘 해내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개인적인 계획과 목표는 다를게 없다. 올해는 취임 첫해이니만큼 회사의 목표가 곧 개인적인 목표다.

최종 목표는 LoL을 통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e스포츠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또 전임 대표와 그 전 대표 등이 모두 라이엇게임즈를 잘 이끌어오셨기 때문에 임기 내 이를 잘 유지해내고 싶다. 사회 공헌 활동도 지속할 예정이다."

◆이용자들에게 한 말씀 전한다면.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식지 않는 애정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지금까지 한 것 이상으로 해드릴 수 있도록 보답할 테니 잘 지켜봐 달라. 우리는 플레이어분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더이상 우리에게 조언을 해주지 않는 상황이 되는 게 가장 두렵다. 언제든지 하실 말씀을 아낌없이 해주시면 다 귀담아 듣고, 더 나아지는 계기로 삼겠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인터뷰]박준규 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의 새로운 도전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