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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G디스플레이는 '인도기러기'가 될 수 있을까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지난달 30일 열린 LG디스플레이의 2018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선 절박함이 한껏 묻어났다. LG디스플레이는 스스로를 '인도기러기'에 비유하며 눈앞에 놓인 '히말라야 산맥'을 넘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기러기는 겨울나기를 위해 히말라야를 넘어 동남아시아로 이동한다. LG디스플레이도 현재 처한 위기를 넘어,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바탕으로 한 호실적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인도기러기 비유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서동희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인도기러기에 대해 "낮은 지형으로 우회하지 않고 히말라야를 정면으로 돌파한다"며 "비행 전에는 스스로 몸무게를 줄이며 가혹한 여정을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무리를 앞에서 이끄는 리더가 힘에 부치면 다른 새가 리더 역할을 대신하면서 낙오 없이 비행한다"며 "팀웍과 목표에 대한 강한 집중을 통해 어려운 여정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낸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가 인도기러기처럼 사전준비와 집중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각오도 나왔다.

하지만 인도기러기는 고봉 위로 높이 날아올라 수평비행을 하지 않고 봉우리의 사면을 따라 비행한다는 것이 조류학계의 정설이다. 서 CFO는 낮은 지형으로 우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상황에 따라 낮은 지형이 나오면 적절하게 체력을 비축한다는 얘기다. 소위 '롤러코스터 비행'이다.

그러나 서 CFO는 히말라야라는 '세계의 지붕'에 도전하는 조그만 기러기의 강한 의지를 강조했을 터다. '수평비행'이든 '롤러코스터 비행'이든 상황에 따른 비행방식은 다르겠지만,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LG디스플레이의 각오를 피력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가 정면돌파를 선언한 이유는 명백하다. OLED의 가능성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 하락 여파로 상반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반기에 만회하며 연간 흑자전환한 것은 OLED 매출이 나면서였다. OLED를 통한 정면돌파에 자신감을 가진 계기일 터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5년 전만 해도 0%였던 OLED 매출 비중을 올해 30%, 2021년 5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여기에 올해 OLED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8조원 규모의 시설투자까지 집행할 예정이다. 적자를 간신히 면한 부진한 실적에도 시설투자를 과감하게 집행하는 편을 택했다. 어려운 살림살이 속 현금흐름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적절히 대비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전처럼 LCD에 집중하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수평비행을 선택한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많은 것을 잃었다. 2분기 연속 영업적자로 충격을 줬고,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직원들은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장인 한상범 부회장의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한 부회장은 연말 정기인사에서 유임에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의 '수평비행'을 믿어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과연 LG디스플레이는 동남아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까. 수평비행이든 롤러코스터 비행이든, 중요한 것은 다가오는 겨울나기를 어디서 하느냐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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