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AR게임, 실제 가능하냐고요?"

이현석 비브스튜디오스 감독 인터뷰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주인공 유진우(현빈 분)의 칼에 맞은 라이벌 차형석(박훈 분)이 쓰러졌다. 게임 속 대결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실제 세상에서도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죽은 그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기타 선율이 들려올 때면 게임 속 가상 캐릭터(NPC)로 되살아나 유진우를 공격한다. 그를 피하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의지와 상관없이 게임에 자동 접속된다.

최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는 이처럼 증강현실(AR) 게임 속 결투에서 패배한 이용자가 현실 세계에서도 실제 사망하는 장면이 나와 화제가 됐다.

또 게임용 스마트 렌즈를 끼지 않았는데도 AR 게임에 자동 접속되는 모습과 심지어 서버가 닫혔는데도 게임 NPC가 나타나는 장면 등이 이어져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드라마 속 장면은 실제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현재 기술로 드라마 속 AR 게임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을까.

이현석 비브스튜디오스 감독

비브스튜디오스 이현석 감독을 만나 드라마 속 AR 게임의 현실화 가능성 등을 물어 봤다.

가상현실(VR)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VR·AR 콘텐츠 등을 제작해 온 이현석 감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VR 영화제 'VR FEST'에서 '볼트 : 체인시티(2017)'와 '닥터 엑스: 창백한 새벽(2018)'으로 2년 연속 애니메이션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그가 최근 감독한 VR 영화 '볼트: 혼돈의 돌'은 2018 부산국제영화제 VR 시네마 등에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VR 영화 전용 상영관인 서울 롯데월드몰 VR 퓨처 시네마(VFC)에서 상영 중이다.

또 이현석 감독이 몸담고 있는 비브스튜디오스는 2003년부터 컴퓨터 그래픽 기반 콘텐츠를 제작해 온 전문스튜디오다. 현재 VR·AR, 광고·홍보, 영화 VFX(시각적 특수효과), 웹툰, 게임 등을 토대로 한 콘텐츠 및 플랫폼을 제작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드라마에서는 일반 콘택트 렌즈와 비슷한 스마트 렌즈를 끼고 AR 게임을 플레이한다. 실제로 가능한가.

"지금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콘택트 렌즈와 같은 모양의 렌즈로만 AR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은 기술이 더 발전할 때 가능한 얘기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홀로렌즈 등 현실과 가상을 혼합해 볼 수 있는 장치가 있긴 하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렌즈 형태는 아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스마트 렌즈 [tvN]

일단 현재 기준으로 효율적인 AR을 구현하려면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렌즈 외에도 컴퓨터(PC)와 카메라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렌즈 하나로는 디스플레이 역할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와 상대방의 동작 및 주변 환경 등을 인식할 카메라 센서와 게임 서버에 접속 해줄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드라마에는 이들 요소가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단, 드라마를 놓고 여러 가정을 해볼 수는 있다. 먼저 현재는 없는 기술이지만, 만약 해당 스마트 렌즈 자체에 PC, 카메라 기능이 모두 들어있다면 스마트 렌즈만으로도 게임 플레이가 가능할 수 있다.

또 렌즈에 카메라 기능을 탑재, 스마트폰이 PC 기능을 대신한다면 게임을 할 수 있다. AR 게임 '포켓몬 고' 역시 스마트폰이 게임 서버에 접속하는 역할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스마트폰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마트 렌즈에 PC, 카메라 기능이 모두 없더라도 주인공인 유진우가 귀에 꽂고 다니는 기계에 카메라가 대신 탑재돼 있고,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이 PC 역할을 해준다면 게임 플레이는 가능하다.

생체공학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렌즈가 사람의 시신경과 컴퓨터를 연결해주는 중간 단계의 기기라면 렌즈에 카메라가 없어도 된다.

시신경은 인간의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경우 카메라가 없어도 사람이 실제 보는 것을 바탕으로 뇌에 직접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다. 시신경 등 뇌 신경을 컴퓨터와 연결시키는 연구들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렌즈를 끼면 별다른 조작없이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렌즈를 끼고 눈을 깜빡이거나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이 나온다. 카메라 기능이 있는 렌즈나, 생체공학적으로 시신경과 연결된 렌즈일 경우, 제스처를 프로그램에 미리 입력해놓는다면 제스처를 통해 게임에 로그인하는 것은 가능하다."

◆스마트 렌즈를 끼지 않았는데도 게임에 자동 로그인되기도 한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사실 불가능하다. 다만 어떤 장치를 통해 컴퓨터와 사람의 뇌가 연결이 돼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별다른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허구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설정으로 여겨진다."

◆AR 게임에서 죽었는데, 현실에서 게임을 하던 사람이 실제 죽었다는 설정은.

"AR 게임 자체의 타격감으로 인해 실제로 죽을 수는 없다. AR 게임은 기본적으로 그래픽인데, 그래픽은 물리적으로 어떤 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영향을 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R 그래픽으로 인한 공격으로 인해 죽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 속 공격으로 인해 몸의 피가 빠져나가 사망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AR 게임을 하다가 현실 세계에서까지 죽음을 맞이한 이용자가 NPC가 되어 게임 속에 다시 나타나는 모습 [tvN]

드라마에서는 게임 속 타격으로 인해 실제 게이머가 아픔을 느끼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 AR에서 촉감을 느끼려면 전용 장치가 필요하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등장했던 수트가 좋은 예다. 검을 만지면서 검의 촉감을 느끼려면 손에 글러브 형태의 장치를 껴야 하고, 칼에 맞는 아픔을 느끼려면 해당 부분에 전용 장치를 부착하고 있어야 한다.

무게를 느끼기 위해서도 전용 컨트롤러가 필요하다. 다만 이 부분에서도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컨트롤러가 총으로 변하든, 칼로 변하든 그래픽만 변할 뿐 컨트롤러의 실제 무게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어떤 무기든 이용자에게는 일정한 무게로 느껴진다.

같은 이유로 긴 칼을 휘두르든, 짧은 칼을 휘두르든 실제 느껴지는 원심력 또한 일정하게 느껴진다. 그래픽만 변할 뿐 실물 컨트롤러의 길이가 변하지 않아서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렌즈가 뇌를 컨트롤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뇌와 렌즈가 연결된다면 이 같은 장치들 없이도 촉감을 느끼거나 무게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다만 현실에는 아직까지 없는 기술이다.

주인공이 AR로 나타난 칼을 실제처럼 잡고 있다. [tvN]

이밖에 너무 실감 나는 AR로 인해 몰입한 나머지 부주의로 인한 사고사나 쇼크사 등으로 인해 죽는 경우는 가능하다. 의사는 아니지만, 죽은 차형석의 경우도 와인을 마셨을뿐더러 한동안 잠을 못 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쇼크사를 추정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신체 건강한 젊은 남성에게서는 보기 드물다."

◆게임 서버를 닫은 이후에도 NPC가 나타나 차병준 교수(김의성 분)를 살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버를 닫아도 게임을 하는 게 가능한가.

"서버란 게임에 접속하는 일종의 게이트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플레이어가 만나 게임을 같이 하려면 게임 서버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버가 닫힌다면 게임에 접속할 수 없다. 서버가 닫혔는데도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은 현실과 게임 사이의 구분 짓기 어려운 세상을 소재로 허구의 이야기를 펼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게임 서버가 없는 미국에서 게임에 접속하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서버 자체의 물리적인 위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디에 있든, 서버가 어디에 있든 그 서버에 접속할 수만 있으면 된다. 서버 네트워크 접속을 어디서든 할 수 있게 해놓는다면 다른 국가에서도 얼마든지 게임 서버에 접근할 수 있다.

다만 만약 특정 지역별 서버를 따로 구축하고, 해당 서버를 해당 지역에서만 접속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설정을 해놓는다면 타 지역에서 접근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해당 지역별 서버가 필요하며, 서버가 없다면 접근할 수 없다.

또 이 같은 AR 게임에서는 위치기반 서비스 방식인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활용한 프로그래밍 문제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에서는 GPS를 활용한 위치 기반 AR 게임이 그라나다와 서울을 배경으로 프로그래밍 돼 있는데, 미국을 기준으로 한 좌표도 프로그래밍 돼 있는 게 아니라면 게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속 인던이라는 공간이 나온다. AR 게임에서는 인던에 실제 사람이 머무를 수 있나.

"인던이란 인스턴스 던전을 말한다.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는 한 서버에 접속하면 해당 서버에 동시 접속한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다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독립 공간인 인던에서는 나 홀로, 혹은 나와 동맹을 맺은 사람들 만 입장할 수 있다.

인던에 들어가 자취를 감춘 주인공 [tvN]

그러나 아무리 AR 게임이라도 현실에서 사람이 사라진다는 설정은 말이 안된다. 어떤 게임이든 게임은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물리적인 공간이나 물체가 아니다. 물리적인 형태를 갖춘 사람이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이 작가는 현실 세계와 게임 세상 두 가지를 접목해 드라마를 쓴 듯 하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게임적 요소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사람이 인던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판타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게임 내 인던 속에 있는 동안 로그아웃 상태로 뜬다. 게임 접속 없이 인던에 접근할 수 있나.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이 역시 말이 안 된다. 인던에 들어가려면 게임에 접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자가 인던 자체에 게임이 아닌 자신만의 또 다른 접속 통로를 만들어놨다면 로그인 기록이 뜨지 않을 수는 있다.

또 로그인 기록은 지우거나 복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공개 상태로 뜨도록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개발자가 직접 게임 프로그램을 변경할 수 있는 경우라면 인던에 들어갔더라도 로그인 기록을 지우거나 비공개로 돌려 로그아웃 상태로 보이게 할 수 있다."

◆실제 게임에서도 이용자 캐릭터가 죽어 NPC로 나타나는 버그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용자 자체가 NPC가 되는 버그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버그다. 이용자가 내 돈으로 과금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던 도중 NPC가 된다면 어떤 이용자가 이를 참겠나. 게임사 입장에서도 말이 안되는 버그다. 물론 버그라는 건 오류 현상으로, 예기치 못하게 나타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 같은 오류가 나타나는 것은 현실과 멀어 보인다."

주인공의 눈으로 바라본 AR 게임 결투 장면 [tvN]
◆VR, AR, 혼합현실(MR) 차이는 무엇인가.

"가상현실인 VR은 현실과 100% 분리된 가상 공간을 만들어 이 안에서 가상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화면이 나타나는 기기를 머리에 쓰면 콘텐츠 공급자가 보여준 세상만 보이고 시각적으로는 현실 세계와 단절된다.

증강현실인 AR은 현실 공간에 더해 가상의 오브젝트와 이벤트 등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과 100% 단절되지 않는 게 VR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혼합현실을 뜻하는 MR은 AR의 더 발전된 단계로 보면 된다. AR과 마찬가지로 현실세계에 가상의 오브젝트 등을 합성한 것이다. 엄밀히 말해 AR은 공간을 인지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이나 특정 위치에 오브젝트, 이벤트 등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MR은 공간 자체를 인지해 현실에 구현한다. MR은 음성, 동작, 공간 등을 다 인지한다.

따라서 사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임은 AR보다는 MR에 가까운 게임이다. 내가 움직이는 동작을 게임상 캐릭터가 인지하고, 칼과 칼이 부딪히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MR이다. 다만 MR보다는 아직까지 AR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 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MS의 홀로렌즈, 매직리프의 리프원 등도 AR보다 MR에 근접한 기기다."

◆이중 어떤 게 더 현실성 있고 상용화될 수 있을까.

"이들은 모두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게 더 좋고, 나쁘고를 떠나 고루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능들이 필요한 산업과 각각의 역할들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AR은 MR로 발전해 나가면서 현실적인 몰입감을 더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 카메라나 디스플레이 등뿐만 아니라 다른 디바이스와 함께 연동되고 다른 기술을 합성하면서 더 재미있고 필요한 기능으로 발전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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