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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준비기간 불과 열흘 '한국판 CES'…大-中企 '온도차'


준비기간 부족은 인정…중소기업 "그래도 제품 알릴 수 있는 기회 마련돼"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워낙 갑작스럽게 준비된 전시회라 보통 전시회에 비해 준비를 거의 못했고, 부족한 시간 때문에 보여주지 못한 전시품도 많다. 더욱이 전시장 대관료를 제외한 전시 비용은 업체에서 직접 부담했다. 여러 모로 아쉽다." (A 대기업 관계자)

"물론 여러 측면에서 전시회가 급하게 추진된 것은 맞다. 그래도 국내 관람객에게 제품을 알리고 소개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B 중소기업 관계자)

29일부터 3일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에 대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반응은 제법 엇갈렸다.

29일부터 서울 DDP에서 열리는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의 모습.
29일부터 서울 DDP에서 열리는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의 모습.

대기업들은 행사 자체의 의미를 부인하지는 않으면서도 통상적인 전시회 준비 기간에 비해 지나치게 준비 기간이 짧다며 갑작스런 전시회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장으로 여기는 모습이었다.

이번 행사는 약 열흘 전 급하게 추진됐다. 지난 1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박람회인 'CES2019'를 벤치마킹해, 국내 기업들이 소개했던 혁신 제품들을 한국 관람객에게도 직접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개최됐다. 소위 '한국판 CES'라 불렸던 이유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갑자기 행사를 밀어붙이다 보니, 행사에 참가하게 된 기업들 사이에서 너무 임박해서 통보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기업들은 전시 준비 시간이 1주일도 채 되지 못했을 정도다.

특히 부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CES2019에서 선보인 제품들이 많았던 대기업들의 고민이 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CES2019에서 전시됐던 프로젝트 중에서는 1년 가까이 준비한 프로젝트도 있었고, 기본적으로 큰 전시회의 경우 담당자들이 행사 장소에 수개월 동안 드나들 정도로 행사 준비에 공을 들인다"며 "열흘 동안의 준비 기간은 그에 비하면 지나치게 짧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CES2019에서 보여줬던 제품들을 국내 관람객에게도 공유하자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워낙 갑작스럽게 준비된 행사라 관람객이라든지 바이어들이 많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전시회 첫날 오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중 상당수는 정부·업계 혹은 미디어 관계자였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들의 의견은 약간 달랐다. 너무 임박한 시점에 전시회 통보를 한 것은 맞지만, 어쨌든 한번 더 고객들에게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측면에서 마냥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었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물론 이번 행사가 급하게 추진됐다는 얘기가 많은 건 사실이고, 우리도 1주일 전에 통보를 받았다"라며 "다만 사람들에게 저희 제품을 소개하고 회사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며, 실제로 관심을 가진 관람객들도 제법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벤처기업 고위 관계자는 "CES2019 참가 업체들 중 이번 행사에 참가 의향을 밝힌 기업들이 100여곳 이상 되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전시 장소가 좁은 데다가 아무래도 혁신 기술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한다는 행사 의미가 있으니 이런 부분들을 감안해 30여개 업체들만 전시회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SK텔레콤 등 대기업 4곳과 코웨이, 유진로봇 등 중견·중소·벤처기업 35곳이 참석했다.

다만 일부 중소·벤처기업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아직 첫날이라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보면 상당수 관람객들이 정부 혹은 기자들인 것 같다"라며 "실질적으로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질 관람객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부스만 차려놓고 아예 자리를 비워 버린 중소·벤처기업들도 일부 보였다.

삼성전자의 219인치 '더 월' 앞에 모여 있는 관람객들.
삼성전자의 219인치 '더 월' 앞에 모여 있는 관람객들.

준비시간 부족에 대한 부분은 대다수 업체들이 인정했다. 몇몇 업체들은 준비 시간 부족으로 CES2019에서 전시했던 제품 일부를 이번에 선보이지 못하기도 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번에 CES2019에서 간판으로 내세웠던 제품의 경우, 아직 정식으로 상용화된 제품이 아니다 보니 일반에 공개 가능한 시제품 개수가 한정돼 있는데 이들은 다른 해외 전시회 준비 때문에 국내에 없다"며 "워낙 갑자기 준비된 행사라 이번만을 위한 여분을 따로 준비하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전시회가 열린다는 통보를 1주일 전에 받았다"며 "따라서 CES에 있는 제품을 그대로 전시하지는 못하고 일부 전시품들은 국내에 있는 재고를 활용해 간신히 전시 부스를 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CES2019에서 활발했던 제품 시연도 이날은 거의 없었다. 삼성전자의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 'GEMS', LG전자의 웨어러블 로봇 '클로이 수트봇'은 CES2019에서 활발히 시연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CES2019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던 유진로봇의 자율주행 물류배송 로봇 '고카트'와 로봇청소기 '아이클레보'도 이날은 부스 가운데 얌전히 서 있기만 했다. 전시회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촉박한 일정도 일정이지만 전시회 공간이 좁아 현실적으로 시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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