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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CPU 수급난 누그러졌지만…내년 초까지 여파


특히 7세대 이하는 여전히 부족…공공조달용 제품 공급 '빠듯'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하반기 국내 PC시장을 덮친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이 차츰 잦아드는 분위기다. 10월 최고점에 다다랐던 인텔 CPU 가격은 11월 들어 점진적인 감소 추세다. 그러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중·저사양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수급난은 여전한 상황이다.

31일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인텔 CPU 제품 중 상당수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8세대 제품의 가격 하락 폭이 크다. 9월 2주차 54만200원까지 올라갔던 인텔 코어i7-8700의 평균구매가는 12월 3주차 기준으로 41만9천200원으로 떨어졌다. 코어i5-8500 역시 최고치였던 9월 2주 36만7천400원에서 12월 3주 26만6천원까지 하락했다.

다나와 관계자는 "10월까지는 전반적으로 시장에 풀린 인텔 CPU 물량 자체가 적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점차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공급 부족 현상이 전반적으로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인텔 6·7세대 프로세서 역시 10월 초를 기점으로 소폭이나마 가격이 줄고 있다. 다만 8세대 제품에 비하면 가격 하락 폭이 더디다. 일부 제품의 경우 최저가 기준으로 이전 세대 제품이 이후 세대 제품보다 더 비싼 가격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PC업계 관계자는 "6·7세대 제품은 지속적으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공급 부족이 심화되다 보니 오히려 이후에 나온 프로세서가 더 가격이 저렴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대상 제품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의 경우 8세대 이상 프로세서 공급이 점차 나아지고, PC 제조사들이 AMD '라이젠' 탑재를 병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몇 주 전보다는 확실히 상황이 안정된 분위기다.

문제는 공공조달 PC 시장이다. 공공조달 PC로 지정된 제품은 대다수가 6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시장에는 9세대 프로세서까지 출시됐지만, 공공조달 시장 등록 과정에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데다가 시스템 안정성 문제도 있어 여전히 6세대 프로세서 기반 PC가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해당 프로세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해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조달하기가 어렵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지난 11월 마무리된 경찰청 사무용 PC 구매 사업자 모집은 이 같은 PC업체들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데스크톱 PC 1만7천대를 공급하는 사무용 PC 구매 사업자를 모집했다. 배정 예산만 154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첫 3차례 공고에서는 입찰업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10월 시작된 4번째 공고에서야 비욘드솔루션이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지원업체가 없어 마지막 공고에서는 제한경쟁에서 일반경쟁으로 전환해 대기업과 외국계기업도 입찰 가능하도록 했을 정도였다. PC 공공조달 시장은 지난 2012년 중소기업자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된 이후 중견·중소업체들만이 참여 가능하게 됐는데 이러한 제한을 일시적으로 푼 것이다.

이 시기는 인텔 CPU 공급 부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다. 한 PC업계 관계자는 "중견 PC업체들도 한꺼번에 많은 CPU를 구하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현재도 조달용 PC에 쓸 프로세서를 구하기는 여전히 힘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이로 인한 타격은 중견·중소 PC업체들에게 몰린다. 대우루컴즈, 에이텍, 주연테크, TG삼보 등의 매출에서 공공조달의 비중은 적지 않다. 즉 공공조달용 PC 제조가 어려워질 경우 중견·중소 PC업체들의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다른 PC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일단 공급처가 확보하면 가급적 사들이려고 한다"며 "특히 조달PC에 많이 쓰이는 프로세서의 경우 수요가 꾸준함에도 공급은 매우 부족해 그만큼 가격대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PC업계에서는 인텔이 8세대 이상 하이엔드 제품에 집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이전 세대 프로세서 공급이 빠듯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PC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게이밍 등을 강조하며 신규로 나오는 CPU에 집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이전 세대 CPU에는 신경을 덜 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견·중소 PC업체들은 다각도로 수급 부족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공공조달 PC 라인업에는 그나마 공급이 수월한 8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을 늘려 나가는 추세다. 이 밖에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비중을 높이고, 인텔 이외에 AMD 탑재 제품 라인업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중이다.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대응을 하는 모습이다.

한편 인텔의 CPU 수급 부족 사태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10나노미터(nm) 공정 전환에 차질을 빚어 프로세서 공급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인텔 측은 올해 PC 및 데이터센터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 빚어진 현상이며 공정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 인텔은 내년부터 아일랜드, 이스라엘, 미국 오리건 등에 생산시설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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