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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위정현 "텐센트가 만약 썩은 동아줄이라면 …"


"韓 게임 리스크 커…中 시장 방향성 큰 틀에서 이해해야"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중국 시장에 진출해있는 한국 게임사들은 텐센트가 썩은 동아줄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 경우 한국 게임들은 텐센트에 대한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더 리스크가 크다."

19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중국 최대 게임 퍼블리셔인 텐센트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중국 게임 규제와 관련해 한국 게임사들의 텐센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텐센트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가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오히려 규제의 집중 타깃이 되는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위 학회장은 "이번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책과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을 통해 텐센트가 정보에서 소외돼 있음을 느꼈다"며 "만약 텐센트의 중국 내 위상이 기존과 달라진 게 맞다면, 텐센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게임사들의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 게임 규제의 방향성을 큰 틀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중국 게임 시장은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이를 좀 더 전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중국을 다녀오셨다. 게임 규제와 관련해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중국 정부는 최근 온라인게임 윤리위원회를 설립하고, 온라인게임 20종에 대한 규제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되는 한국 게임들에 대한 우려가 나왔으나, 텐센트가 중국 언론을 통해 자사 게임들은 대상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우려는 일단락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느낀 것은 텐센트가 오히려 정보에 소외된 듯 하다는 점이다. 이번 규제와 관련해서도 과연 텐센트가 선전부의 움직임에 대해 미리 알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현재 텐센트는 중국 정부의 규제 흐름에 대해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가장 타격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국 게임사들은 텐센트에 의존해 중국 게임 규제와 관련한 정보 등을 묻고 있지만, 텐센트가 더이상 중국 내에서 강력한 위치를 점하는 기업이 아니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에 한국 게임사들은 텐센트가 만약 썩은 동아줄이라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 우리는 텐센트가 중국 정부와 관계가 좋고 꽌시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기업과 정부의 관계는 정권이 바뀌면 굉장한 영향을 받는다. 전 정권에서 잘 나가던 기업은 다음 정권에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물러난 것처럼 텐센트 역시 마화텅이 물러나게 될 수도 있다."

텐센트가 규제 타깃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문제는 없을까.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가장 착각하는 부분이 바로 중국 정부가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한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와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의 정부는 성격이 너무 다르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부당한 대우 등을 받으면 행정소송이나 언론을 통한 문제 제기 등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와 전혀 다른 환경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 텐센트는 한국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대기업이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중국 내 많은 IT 기업 중 하나일 뿐이다.

화웨이와 텐센트를 비교해보면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각 기업 위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화웨이의 멍 완저우 부회장(CFO)이 캐나다에 억류됐다. 그런데 화웨이는 이름 자체가 화의(華爲), 즉 중국을 위한다는 뜻이며, 창업자도 군부 출신으로 중국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다. 그래서 신속하게 외교적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텐센트는 화웨이와 다르다.

우리는 이번 규제에 대해 중국 게임 산업 전체의 위축으로 보지만 현재 중국 시장을 움직이는 수많은 게임사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텐센트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는 게임사들도 있다.

실제로 현지를 방문해본 결과 중국의 게임 규제 조치에 대해 텐센트 같은 기업은 곤란해 하는 반면, 나머지 기업들은 전체적으로 게임산업의 지각변동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 점에서 향후 중국의 중소 게임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 게임사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 게임사들은 삼국지를 정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춘추전국시대 전략 전술의 개념이 산업에서 그대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사들은 텐센트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어떤 결과를 갖고 올지 경각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게임 산업 전체에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년 중국 게임 시장 상황은 어떻게 보나. 판호는 나올까

"온라인게임 윤리위원회가 생기고 수정의견이 나왔다는 건 판호를 위한 심의에 들어가는 절차상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 정부가 이제 판호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도 보여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기서 한국 게임에 판호를 줄지 말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내자 판호가 더 중요한 이슈이며, 해외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가 나오더라도 극히 소수일 것으로 보인다.

또 몬스터 헌터 등을 통해 사후에도 문제가 제기되면 서비스가 중단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한국 게임들은 내년에도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서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이슈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크로스파이어를 비교한다면 훨씬 위험한 것은 크로스파이어라는 사실은 여전하다. 던전앤파이터는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크로스파이어는 장르 자체가 일인칭 슈팅(FPS) 게임으로 상대를 죽이고 내가 살아야 한다는 FPS 장르의 본질상 수정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대처 방안은.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정부가 게임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이슈가 터졌을 때, 주중 대사가 얼마나 중국 정부에 이문제를 부탁했을지 모르겠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중국 정부에 외교적 루트를 통해 의견을 전달했는지도 의문이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는 한국 게임이 차별받고 있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한국 게임 일부를 풀어주면서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중국이 폐쇄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도록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우리는 의견을 표출하는 통로가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으로도 다원화돼있기 때문에 다원화된 채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민간 차원에서 중국 정부에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 논의하고 한국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이 계속 풀리지 않는다면 어떤 시장을 공략해야 할까.

"베트남 시장은 규모는 크지만, 산업 전체 매출은 작다.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이에 우리에게 있어 중요한 시장은 일본 시장이다. 과거 일본 게임은 외산 게임의 무덤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1등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고 일본 시장에서 50위권, 100위권만 유지하더라도 중소게임사들이 살아남는 데는 크게 상관이 없다.

일본은 시장 규모가 크고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으며, 게임 수명도 한국보다 높다. 현재 알려지지 않은 여러 게임들이 일본 시장에서 생존해 있다. 리니지2 레볼루션도 돌풍을 일으켰던 전력이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일본 시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중국 관련 더 강조할 게 있다면.

"우리는 중국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이 바라보는 시각과 중국 내의 시각은 정말 다르다. 이번에 중국을 다녀오면서 그동안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를 한국 차원에서 너무 좁게 해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큰 틀에서 중국 정부와 게임 산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판호 발급은 한국에서 대단히 중요한 이슈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과 같은 일은 작은 문제였다는 것을 이번 방문을 통해 더 강하게 느꼈다. 현지에서 한국 게임이 서비스되느냐 여부는 중요 이슈가 아니다. 우리는 한국의 게임을 중심으로 중국 게임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점이 본말전도 됐다고 본다.

현재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중국 게임 산업 전체를 어떻게 다룰지 여부다. 중국의 게임 산업 규제는 시진핑이 강조했던 청소년 눈 건강 이슈를 시작으로 큰 틀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 게임은 중국 게임 산업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맞물려 들어가는 형태일 뿐이다.

과거에는 나 같은 민간인 교수가 한국 대표로 중국 문화부 국장을 만나 회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 정부 입장에서 한국 게임 등은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현재 중국 게임 산업은 복잡한 형세를 이루고 있으며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한국 게임사들은 항상 견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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