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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프리미엄 아울렛에 자취 감춘 명품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에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온 지 올해로 11년을 맞았다. 신세계가 지난 2007년 6월 여주에 처음 프리미엄 아울렛을 선보일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은 '이월상품 할인매장'이라고만 인식했다. 그러나 지금은 '쇼핑과 함께 여가를 즐기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발길은 쇼핑만 하는 백화점보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울렛으로 향했다. 덕분에 아울렛 시장 규모도 매년 지속 성장해 2016년 기준 약 9조2천억 원 규모로 커졌다.

이에 아울렛 시장을 노리고 유통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특히 롯데·신세계·현대 등 빅3 유통이 아울렛 사업에 뛰어든 후 점포 수는 급속도로 늘어, 현재 국내 아울렛 점포 수는 100여 개를 훌쩍 뛰어 넘었다. 백화점 점포 수(70여 개)를 가뿐하게 넘긴 수치다.

이로 인해 유통업체들은 패션 상품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월 재고를 판매하는 아울렛은 통상 정상판매 공간인 백화점의 20~30% 비중일 때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울렛 점포 수가 백화점보다 2배 가량 많아져 패션 유통 시장 질서가 무너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로 아울렛 출점 과잉으로 재고 공급량이 부족하자 일부 패션 업체는 신상품을 출하 한 지 한 달만에 아울렛으로 물량을 넘기기도 한다. 또 전년도 인기 디자인을 아울렛용으로 새롭게 제작해 공급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아울렛 중심의 매출 구조가 이뤄지면서 정상매장은 안테나숍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결국 패션업체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재고에서 점포 수만 늘리다보니 매출 파워가 예전만 못해졌다. 매출이 반토막 나는 부실 점포도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빅3의 출점으로 구매 파워가 약한 중소 유통업체들은 재고 물량 확보가 어려워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빅3 유통업체들의 아울렛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아울렛 사업에 가장 많이 공 들인 롯데는 더 심각하다. 무분별하게 아울렛을 출점하며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픈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기흥점만 해도 대표 해외 명품으로 내세울 만한 브랜드는 '코치', '마이클 코어스' 정도였다. '프리미엄'을 앞세우기 무색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롯데는 여전히 아울렛 출점을 우선 순위로 두고 추진하고 있다. 부족한 브랜드 유치력을 무마하기 위해 '체험' 시설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롯데는 프리미엄 아울렛 6곳을 합쳐 전국에 총 23개의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로, 빅3 중 가장 먼저 아울렛 사업에 진출한 신세계(4개)를 훨씬 앞질렀다. 여기에 2019년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울산점, 2021년 롯데 아울렛 의왕점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양주점 출점도 준비 중에 있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현대도 출점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현대는 2014년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을 시작으로 매년 1~2곳의 매장을 추가해왔으며, 2021년까지 대전과 남양주, 동탄 등에 추가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신세계는 합작사인 사이먼 프라퍼티 그룹과 5호점 출점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짓지 않았다. 현대와 신세계는 아직까지 점포 매출이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신규 점포를 오픈할 수록 차별화된 MD는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정된 재고 공급량을 두고 이처럼 아울렛만 계속 늘리는 것은 유통업체와 패션업체,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특히 쇼핑환경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급속하게 바뀌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전략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제는 단순히 외형 성장에 치중해 출점 경쟁을 벌이기 보다 수익성이 근간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아울렛 운영에 나서야 한다. 또 패션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유통업체들이 앞장서서 무리하게 아울렛 점포 확대에 나서지 않아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곧 모두 공멸할 위기에 놓일지도 모른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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