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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흥행저조 예고 '제로페이', 속사정은?


카드 이길 묘책도, 자금순환 방책도 '실종'…가맹점포 2.5%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오는 20일 시범사업을 앞둔 제로페이가 개시도 전에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압도적인 점유율의 신용카드를 이길 묘수도 없는 데다 소상공인 살리기라는 명분에도 의견이 갈린다.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과 맞물리면서 사실상 실질 수혜자가 없는 관치금융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국민 90% 카드 쓰는데…제로페이, 여신도 가맹점도 없다

제로페이의 선배 격인 알리페이는 중국의 결제판도를 바꿨다. 하지만 중국과 우리나라는 금융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 QR코드 결제 방식의 알리페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중국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해 공석이 넓었다. 우리나라 국민은 열에 아홉 명이 신용카드를 사용한다. 결제 총액의 70%를 책임져 빈도뿐 아니라 결제 금액에서도 압도적이다.

제로페이의 치명적 결함은 여신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용결제는 신용카드의 핵심요소다. 당장 돈이 없더라도 물건을 살 수 있고, 외상하며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제로페이는 이 기능이 없다. 본시행에서 여신기능을 도입하더라도 신용카드 수준의 한도와 혜택을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정부가 제시한 소득공제 40% 혜택은 다른 결제수단의 소득공제와 비교해 파격적인 조건이다. 문화시설, 공용 주차장할인도 추가했다. 하지만 직원 5인 미만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 결제해야 최대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서울시내 점포 중 제로페이 가맹점을 신청한 곳은 1만6천곳을 겨우 넘겼다. 서울시의 첫 목표인 13만 곳에도 못 미치고, 전체 가맹점으로 확대하면 고작 2.5%에 그친다.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설치하더라도 사용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이야기다. 자연히 소득공제 혜택도 멀어진다.

국내 페이 시장의 선두주자인 카카오페이와 삼성페이도 참여 결정을 보류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진행 중인 오프라인 사업과 제로페이의 병행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다 할 유인책이 없다 보니 마케팅도 대의적인 메시지를 담는 데 그친다. 제로페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부터 금융권과 소상공인단체, 학계에서 꾸준히 들렸다. 반년이 흘렀지만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못한 채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호소만 이어오는 셈이다. 게다가 제로페이가 소상공인을 살릴 수 있다는 명분조차 사회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제로페이의 0% 수수료 장점은 소비자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연태훈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로페이가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결제수수료가 아예 없거나 혹은 매우 낮다는 것인데 이는 가맹점의 관점에서 장점이지, 소비자 관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유인은 되지 못한다"고 짚었다.

◆카드수수료 인하에 이중행정 논란…은행 팔 비틀기도 숙제

제로페이의 출발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였다. 제로페이는 소비자의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금액을 직접 이체하는 방식이다. 카드를 통해 결제하면 소비자와 밴(VAN)사, 카드사를 거쳐야 해 수수료가 발생한다. 정부는 참여 은행, 간편결제 시스템 업체와 협의해 수수료를 0%로 맞췄다.

금융당국도 같은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이다.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로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자영업자들은 부가가치세 환급을 가산하면 실질 카드수수료율이 0%에 수렴한다.

같은 목표의 두 가지 정책이 각자 발효되면서 한 쪽의 효과가 빛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4일 여신금융포럼에서 "카드수수료 인하로 연30억원 이하 자영업자의 실질 수수료부담이 0%대로 떨어지면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로페이의 효과가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접 수혜자인 소상공인단체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인하라는 내용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의 접견이 더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언제까지 은행 팔비틀기로 재원을 마련할지도 숙제로 남는다. 제로페이의 특성상 계좌이체 서비스가 꼭 필요하지만, 정부의 협의체 구성에 따라 금액은 서비스 제공자인 은행이 낸다. 초기 플랫폼 구축비와 수수료를 포함한 운영비도 은행의 몫이 됐다. 은행들이 언제까지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행정실험이 실패한다면 혈세투입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올해 추경 30억원이 제로페이를 위해 쓰였다. 소득공제와 공영주차장 할인 등의 재원도 국세와 지방세 등 국고에서 나온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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