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연말 인사철을 맞은 증권가에 매서운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경영전망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효율화의 일환으로 증권사들은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 등에 여념이 없다.
KB증권은 이달 들어서만 경기도 1곳, 울산광역시 2곳 등 지점 3곳을 인근 점포와 통폐합한다. 지난해 현대증권과 합병한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대상은 만 43세(1975년생) 이상 직원으로 연령에 따라 월 급여의 27~31개월분과 생활지원금 등 3천만원을 주는 지급하는 조건이다.
미래에셋대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앞서 지난달 지점 통폐합을 통한 점포 30% 감축안으로 떠들썩했던 미래에셋대우는 현재 노사가 희망퇴직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근속연수 10년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전 직원의 10% 안쪽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2억원 선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지난달 2개 지점을 통폐합한 미래에셋대우는 이달에도 수도권과 부산 내 점포 9곳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이 증권사는 2017년 통합 출범 후 지점 통폐합을 통한 대형화 전략을 펼쳐왔다. 합병 전 180여 곳이던 지점 수는 올해 9월 말 기준 148곳으로 감소했다. 30%를 더 줄인다면 내년에만 40곳 넘는 지점이 짐을 싸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벌써부터 내년 증시 침체가 점쳐지면서 이들 대형 증권사의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이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더해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55곳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9천57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3.1%(2천882억원) 급감했다. 미·중 무역전쟁을 필두로 각 종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감소한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부진으로 증권사 실적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대형사들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면 다른 증권사들도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며 "당장 지점 통폐합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채널을 필두로 주식거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도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영업점 단말기로 이뤄진 거래는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증권사 영업지점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떨어지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실제 영업점에서 거래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지점 축소는 시대적 흐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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