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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드수수료, '톰과 제리' 실사화 하라고?


초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차등적용 주장에 귀 기울여야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뻔한 속담은 서양에서도 비슷한 구어로 전해 내려온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속담은 서양의 이솝우화와 조선시대 중기 순오지에서 똑같이 등장한다. 동서양 문화가 섞였든, 아니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들이 비슷하든 많은 이들의 오랜 공감을 얻었다는 뜻일 테다. 그만큼 고양이 목에 쥐가 방울을 달아야 하는 일들이 넘쳐났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쥐는 고양이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통념을 뒤집는 딱 하나의 반례가 있다. 만화영화 '톰과 제리'다. 톰은 제 몸집의 반도 안 되는 생쥐 제리에게 끊임없이 당한다. 제리도 톰의 목에 방울을 달 시도를 했다가 호되게 혼나지만 제리의 사촌인 니블스가 재치 어린 방법으로 방울 달기에 성공한다. 아마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처음이자 마지막 쥐일 테다.

최근 발표된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떠오르게 한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카드수수료 우대 적용 구간을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오랫동안 군불을 땐 정책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핵심이 빠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자영업자 단체와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과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차등적용을 줄곧 주장해왔다. 차등수수료제는 현행 연매출 5억원 이상으로 묶인 자영업자와 대형 가맹점을 구분해 영세,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와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나누자는 취지다. 대형 가맹점에 카드수수료 하한선을 도입해 영세, 중소 가맹점의 부담을 덜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에서도 대형가맹점 수수료 현실화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상한선 차등도 500억원 이하 가맹점에 국한됐다. 연매출 1천억원 이상의 가맹점이 또 다시 카드수수료 포화에서 벗어난 셈이다. 정부는 다만 마케팅비용과 카드수수료의 비례관계를 고민하겠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했다.

카드산업 태스크포스(TF)의 안건도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를 맘대로 낮추지 못하게 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카드사가 초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하려면 법과 명령의 명분도 없이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정부의 받침이 없다면 카드사와 초대형가맹점의 협상은 불가능에 가깝다. 양 업계의 명백한 갑을관계 때문이다. 초대형가맹점은 카드사의 한 해 순익을 좌지우지할 만한 큰손이다.

문제는 정부도 카드사와 똑같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초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게 받아온 프로모션 비용이며 숨겨진 리베이트를 따져보면 인상 요인이 분명하지만 제어장치를 달아야 할 정부는 가만히 뒷짐을 지고 있다.

제리가 톰을 이기는 방법은 사실 꾀가 아니다. 톰과 제리를 꼼꼼히 따져보면 톰과 제리가 친구라는 속사정이 보인다. 제리의 하극상은 톰의 인간미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고로 톰과 제리는 만화이고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는커녕 들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대형가맹점이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지 않는다면, 정부와 카드사 중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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