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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226명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


 

'꿈을 만드는 건 영화, 꿈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민주노동당'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과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영화배우 오지혜씨 등 영화인 226명이 7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처럼 영화계 현안이 아닌 문제로, 100명이 넘는 영화인들이 모여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밝히긴 이번이 처음이다.

지지선언에서 유세지원까지

민주노동당에서는 노회찬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1번인 심상정, 2번인 단병호 후보가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올 예정이었던 배우 문소리, 정찬씨와 '낮은 목소리' 변영주 감독은 일정 관계로 참석하지 못했다.

참가자들은 지지선언문에서 "탄핵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열린우리당이지만 지금의 지지율은 온전히 그들의 몫은 아니다"라며 "더이상 국회가 국민위에 존재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국회의원도 없고,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한 장면을 들어 용공·좌익을 미화했다고 떠들어대는 초현실주의적인 상황이 이어지지 않기를 소원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제는 노동자, 농민, 서민의 이해를 대변할 정당이 필요하다"면서 "자연환경의 보존과 보다 나은 삶의 환경, 남녀의 존엄이 똑같이 존중되는 사회를 가능케할 정당은 민주노동당뿐"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10여일 전부터 50명 정도를 예상하고 전화 연락을 돌렸는데, 명단에서 빠졌다고 항의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한 걸 보니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을 바라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97년 안기부법과 노동법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한 뒤부터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지지해 왔다"면서 "존경하던 분들의 원내 진출을 앞당기기 위해 오게 됐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도 "당원의 한 사람으로 서명에 참여하게 됐다"며 "오랜 충무로 생활을 통해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민주노동당에 줄을 서기로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배우 오지혜씨는 "3달 전에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새내기 당원"이라면서 "대선이든 총선이든 괴물처럼 큰 수구세력에게 자꾸만 양보할 게 아니라 이제는 진짜 건강하고 제대로된 진보정당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원이 된 이유를 밝혔다.

또 "인터넷으로 조용히 입당했는데 영화배우라는 이유로 주목받으니 쑥쓰럽다"며 "4살짜리 아기를 키우는 생활인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노회찬 선거대책본부장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해 줘서 고맙고, 우리 영화인들의 예술철학을 확인한 자리여서 자랑스럽다"며 "1년에 한번씩 만나는 견우직녀가 아니라 1년 열두달 만나는 연관성 높은 관계가 되자"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노동운동을 한 사람의 입장에서 영화는 사치였지만 지금은 노동조합 간부들이 대낮에 올드보이를 보려갈 정도로 영화가 진보의 큰 울타리 안에서 빠질 수 없게 됐다"며 "동지들이 극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것처럼 민주노동당도 정치에서 확실히 대박을 터뜨리겠다"고 말했다.

단병호 후보는 "영화인들의 지지선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수구세력이 이제는 대안 정치세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 정당비례대표 15% 득표, 15석 획득의 목표는 무난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후 박찬욱감독은 226명의 영화인을 대표해서 노회찬 본부장으로 부터 '총선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았다.

이날 지지를 밝힌 영화인중 일부는 자원해서 민주노동당 유세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오기민 대표는 "민주노동당과 협의해 창원, 거제와 울산 두 곳 등 상징적인 네 곳의 선거구에 대해 유세 지원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우에서 감독, 제작사 관계자까지 참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신다영 제작실장과 시티극장 심희장 기획실장, 명필름 양동명 배급실장과 여성영화인모임 양정화 사무차장, 동숭아트센터 김난숙 영상사업팀장과 전국시네마테크협의회 김노경 사무국장, 한국독립영화협회 이마리오 운영위원장, 한국독립영화협회 황철민 이사장,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최영재 사무차장,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 등도 참여했다.

영화인의 민주노동당 지지선언문

4월 15일, 17대 총선은 이전의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특별한 기대를 갖게 합니다. 탄핵정국의 후폭풍으로 야기된 수구세력의 몰락 이라는 예측 가능한 결과와 다른 한편 민주노동당의 집단적인 원내진출이라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보자면 우리는 이전까지의 선거에서 올바른 선거권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87년 이후의 모든 선거는 수구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으며, 따라서 비판적 지지라는 원치 않는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이 땅의 민중이 수구세력과의 지난한 싸움 속에서 얻어낸 성과입니다. 그러나 그 열매는 번번히 소위 민주세력, 개혁세력에게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며, 기회주의적일 뿐입니다. 들 끊는 국내외 여론을 외면한 채 앞장서서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습니다.

수구세력과의 대립이 격렬해질 때만 그들 민주. 개혁세력은 민주적이며 개혁적입니다. 이제는 지리멸렬해진 민주당 조차도 수구세력과 격렬하게 대립하던 시기엔 그렇게 보였습니다.

3월12일,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던 국회에서 온 몸을 던져 싸우던 열린우리당의 모습은 분명 민주적이며 개혁적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온갖 기득권을 누리며 수 십 년간 나라를 망쳐놓고도 한치의 기득권 조차 잃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거대한 수구세력에 맞서다 개 끌리듯 본회의장 밖으로 끌려 나오는 처참한 광경이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뱃지를 집어던지며 격하게 항의하는 모습은 짓밟힌 민주주의에 대한 분노였기에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그들에게서 더 이상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탄핵안 가결 후 역풍이 불고 지지도가 급상승하자 그들은 그나마의 민주적, 개혁적인 측면 마저 집어던졌습니다. 자신들 조차 주저하던 반 개혁적이고 반 민주적인 인물들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공천의 원칙도 사라졌습니다. 의원직 총 사퇴서도 슬며시 철회했습니다. 불과 얼마전 자신들이 이야기한 원칙을 모조리 뒤집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면 그들은 더 이상 격렬하게 싸우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로워 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탄핵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열린우리당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들에게 몰리는 지지율은 온전히 그들의 몫은 아닙니다. 그들이 무언가를 잘해서 스스로 일궈낸 결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구에서 합리적 보수세력까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당은 이 땅에 이미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더 이상은 국회가 국민 위에 존재한다고 방송카메라에 대고 당당히 말하는 국회의원이 없었으면 합니다. 탄핵을 이해 못하는 국민은 이해할 필요 없다고, 그런 국민이 한심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이 풍토가 이제는 제발 끝나기를 바랍니다.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한 장면을 들어 용공, 좌익을 미화했다고 자기 집도 아니고 국회에서 떠들어대는 이런 초현실주의적인 상황이 더 이상은 이어지지 않기를 소원합니다.

이제는 노동자, 농민, 서민의 이해를 대변할 정당이 필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원칙을 뒤집지 않고 시종일관 개혁적이며, 철저히 민주적인 정당을 원합니다. 전쟁에 반대하며, 평화적인 통일을 지향하고, 보다 공정한 부의 분배를 이룩할 수 있는 정당을 원합니다. 우리는 자연 환경의 보존과 보다 나은 삶의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정당을 원합니다. 남녀 모든 인간의 존엄이 똑같이 존중되는 사회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할 정당이 민주노동당 뿐임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도입된 1인 2표 정당명부제는 이러한 우리의 바람을 가능케 할 마법입니다. 정당명부제로 인해 비로서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회를 갖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수구 정당들의 지지율 폭락은 더 이상 이런 저런 복잡한 계산을 하지 않고도 당당히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특별한 설렘과 기대를 갖고 4월15일 선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날의 결과가 이 땅의 소외된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날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2004년 4월 7일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영화인 일동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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