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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선율 담은 봄향기 테헤란로에 퍼지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아직은 썰렁한 지난 3월 30일 저녁 서울 삼성동에 있는 섬유센터 이벤트홀.

저녁 7시가 가까워오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문화관련 벤처기업인 컬처 마케팅 그룹이 마련한 ‘재즈파크’ 3월 공연을 관람하려는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어느 새 관객들은 1, 2층을 빼곡하게 채웠다. 이번으로 25회째를 맞는 '재즈파크'의 인지도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세대 뛰어넘은 편안한 선율

이곳에는 아이돌 스타의 콘서트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소란스러움도, 클래식음악회 같은 절제된 진중함도 찾기 힘들다. 대신 음악을 듣는 이가 각자 느끼고 움직이는 자유로움이 그 자리를 채운다.

벌써 25회째를 맞는 '재즈파크'는 당초 서울 강남 삼성동 지역에 재즈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IT벤처들이 밀집해 있는 테헤란밸리와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즈’지만 공연의 인기는 상당하다.

이날 공연장에도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엄마 손을 붙잡고 따라 나선 대여섯 또래의 어린아이에서부터 나이 지긋하신 분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만날 수 있다.

이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울려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공연 분위기는 편안하다. 조금 삐딱하게 의자에 걸터앉아 나른한 기분으로 감상하는 맛이 있다. 공연 전 자리를 잡느라 조금 부산스럽던 분위기도 그럴듯한 조명 아래 연주자들이 등장하면서 어느덧 열기를 띠기 시작한다.

◆ 국악과 재즈의 행복한 만남

이번 공연의 테마는 국악과 재즈의 융합. 악기들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대금과 소금(연주자 한충은)이 깔끔한 선율을 더하면서 베이스(이검)가 무게를 실어준다. 사물놀이가 신명을 노래하는 자리에 피아노(신관웅)가 기교를 더한다.

연주되는 곡들은 거의 한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노래들로 꾸려진다. 그만큼 청중들을 배려하고 있는 것.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젊은 국악인들의 모임인 사물놀이패 ‘터주’가 함께 해 몽금포 타령을 퓨전 재즈로 들을 수 있었다.

몽금포 타령 연주 후 바로 ‘랜드 오브 모닝 캄(land of morning calm)’과 ‘모어 베터 블루스(more better blues)’가 연주됐고, 이어 초대가수의 무대가 펼쳐졌다.

이날의 게스트는 뮤지컬 명성황후의 히로인 이태원씨였다. 성악가답게 베사메무초(C.벨라스께스 작곡)와 서머타임(조지 거쉬인 작곡), 홀로아리랑(한돌 작곡) 등 귀에 익은 세 곡을 멋들어지게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

"과연 우리 민요인 뱃노래를 콘트라베이스로 어떻게 표현할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한 갈래 음악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조화를 잘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연주자들이 즉석에서 호흡을 맞춰 엮어가는 즉흥연주는 재즈의 백미다. 연주자들은 유감없이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며 관객들을 열광으로 몰아갔다.

◆ 관객과 함께 하는 시간 아쉬워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압권은 강은일씨의 해금연주였다. 신들린 듯한 연주는 사연 많은 여인네의 신세한탄을 연상케했다. 소리꾼이 막걸리를 한 잔 걸치고 뽑아내는 걸출한 입담인 듯한 느낌도 들었다.

관객들의 열기와 호응도 좋은 공연을 만드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음악의 기승전결을 따라 관객들은 함께 들썩이고 열심히 흥얼거린다. 또 연주자가 인도하는 리듬에 맞춰 같이 숨가빠하기도 하고 축 늘어지기도 한다.

공연 막바지 아리랑을 부르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너나할 것 없이 정겹게 따라 부르며 추임새를 넣으며 연주자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재즈파크는 자연스럽게 재즈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즐기는 재즈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좋은 음악들을 그저 펼쳐놓기만 할 게 아니라 관객에게 더 적극적으로 전달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공연 후 짧게나마 연주자들과 관객의 대화시간을 가지는 것도 한 방법일 테다.

감흥에 젖어 볼이 발그레해진 채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에 어느새 저만치서 머뭇거리던 봄이 성큼 다가선 듯했다. 일상에 지쳐 삶의 여유를 찾고싶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찾아가 재즈 선율에 몸을 내맡기는 일도 좋을 것 같다.

공연은 매월 네번째주 화요일에 펼쳐지지만 오는 4월에는 세번째 화요일인 20일로 예정돼 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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